전통적으로 긴 노동시간과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가 활동을 되풀이 해 왔던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이 90년대 들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야기하는 변화의 흐름을 크게 여가생활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2가지 측면에서 조망해 보고 각 분야별로 5개의 트렌드, 총 10개의 뉴 트렌드를 제시해 본다.
여가 트렌드
첫 번째 트렌드는 금전소비형 여가에서 시간소비형 여가로의 전환이다. 그동안은 여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금전소비형 여가가 주류였다. 그러나 여가의 절대시간이 늘어나면서 여가내용을 충실히 하여 효용을 높이는 시간소비형 여가로 전환될 것이다. 시간소비형 여가로 전환됨에 따라 별다른 준비없이 주말을 소일하거나 즉흥적으로 여가를 영위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주말을 설계하는 계획적인 여가풍조가 확산될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가족중심주의 여가의 확산이다. 핵가족화의 진전,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가족과 여가를 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화시키고, 술을 점차 덜 마시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찍 귀가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풍조가 형성될 것이다. 주말에는 가족동반으로 1박2일 혹은 2박3일로 종합리조트, 오토캠프, 주말농원 등을 찾거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포츠 클럽이나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여가의 문화화·학습화 현상이다. 교양 있고 격조 높은 여가, 지적인 여가를 보내려는 욕구가 증대하면서 문화적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문화적 생활방식도 영화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콘서트, 클래식, 연극, 재즈, 뮤지컬, 발레, 국악 등으로 다양화될 것이다. 또 인터넷이나 직장단위의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소수의 매니아 중심으로 영위되던 다양한 문화적 여가가 일상·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학습형 여가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사후세계/공포/외계인 연구, 오지탐방, 고고 유적지 탐사, 인디언 문화 연구, 별자리 탐사, 조류 생태계 연구, 전통문화 탐구, 요리 코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마추어 관심 차원을 넘어선 연구활동이 여가의 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네 번째 트렌드는 여가의 디지털화와 탈디지털화의 병행이다. 디지털혁명의 가속화로 인해 각종 신 서비스, 신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가상공간을 활용한 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디지털화의 진전과 함께 점증하는 디지털 스트레스 때문에 자연회귀형 여가, 정신적 안식과 향수를 자극하는 여가 추구경향도 발전할 것이다.
다섯 번째 트렌드는 참여형·체험형 여가의 증대이다. 보고 즐기는 수동적 여가에서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능동적 여가패턴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스포츠의 경우 TV 시청이나 경기장 관람보다는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가 활성화될 것이며 영화나 만화, 미술 등도 관람하는 차원에서 실제로 제작을 시도하는 아마추어 동호회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특히 스포츠 여가의 생활화는 우리의 여가패턴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와 지역별로 생활체육시설이 확대되면서 개인의 스포츠 참여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인 스포츠 클럽에 가입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번지점프, 급류타기, 암벽등반 등 모험스포츠에 대한 수요도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 트렌드
첫 번째 트렌드는 계약직, 임시직 등 비정규직의 증가이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적인 노동수요가 발생하여도 고정인건비 부담을 우려하여 정규직 고용을 꺼릴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고용의 안정성보다는 높은 보수와 근무조건의 자율성이 뒷받침되는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대할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정규직근로자의 확산은 근무조건의 유연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고정작업시간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전일 자율복장, 플렉서블타임제, 재택근무, 모빌 오피스 등의 도입이 보편화될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연봉제의 확산이다. 기업입장에서는 근로시간 축소를 보전하기 위하여 핵심관리자나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의 제한을 덜 받는 연봉제로 대폭 전환시킬 유인이 존재한다. 또 성과주의 문화, 개인별 평가주의 경향은 연봉제 확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성의 가사 및 육아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이고 모성보호 관련 제도 및 사회시설의 확충 역시 여성의 사회참여를 증대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임시직 남성과 정규직 여성으로 구성되는 가정에서는 남성이 가사 노동을 주로 부담하는 형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트렌드는 다중직업인의 등장이다. 근로시간의 단축과 계약직 고용형태의 증가로 인해 한 근로자가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웹 프로그래머, 웹 디자이너와 같이 IT 분야에서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직장을 옮겨 다니거나 여러 직장에 몸을 담는 e-Lancer(electornic + freelancer)가 증가할 것이고, 일반 근로자들도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저녁이나 주말에는 따로 직업을 갖는 형태가 증가할 것이다.
다중직업인이 늘어나고 근무의 시간적·공간적 성격이 모호해질수록 일과 여가가 융합되고 놀이로서의 일의 성격이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일에 몰두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찾는 다중직업인과 이와는 반대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기회로 가정이나 여가생활에서 삶의 본질을 찾는 여가지향자로 근로자 의식은 양극화될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트렌드는 근로자들의 자기개발 붐이다. 근로자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의 일부를 자기개발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고 기업 차원에서도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과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습휴가제 도입 등을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주말을 이용한 어학학원이나 컴퓨터 학원, 자격취득 학원의 성황 및 1개월 정도의 단기 어학연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겨내는 기업의 지혜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은 기업에게 있어 한편으로는 위협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혁신을 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은 불가피하다. 만일 당장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세가지 선택에 직면
첫째,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초과근로시간을 늘려 실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 둘째, 신규인력을 충당해 생산량을 유지하는 선택, 셋째, 수익 악화를 고려하여 생산량을 감축하는 선택 등이다.
초과근로 시간 증대는 정상근로임금의 삭감(시간당 임금 유지)이나 초과근로 할증률 인하가 없을 경우 당장 기업에게는 적지 않는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비용상승 요인을 단기간에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기는 어렵고 제품가격에 전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수익은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신규고용을 늘리는 것은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신규인력 채용시의 추가적인 고정비용(각종 공과금, 퇴직금 적립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높고 생산량 유지가 필요한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신규고용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용상승 효과가 너무 커서 아예 생산량을 줄이고 외형을 축소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사업의 축소와 함께 노동비용이 저렴한 해외거점으로 이전해야 할 품목이나 사업을 확대시키는 시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채용보다는 초과근로 및 임시직 위주의 대응
이상의 세 가지 방식중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은 기존 인력의 초과근로 확대로 대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기업 수익은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일부 부문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퇴 효과나 사업 포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고용은 고정비용 부담이 적고 정상 고용 코스트 이하로 채용할 수 있는 임시직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노동시간의 단축과 함께 임시직의 비율이 상승해 왔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노동비용의 유동비용화(고정비용 부담 삭감)가 기업의 비용부담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임시직 비중의 증대는 기업으로 하여금 업무 프로세스나 인사관리 시스템을 유연하게 개혁해야 할 부담을 수반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임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고 적응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시간관리의 중요성 증대
노동시간 단축은 인건비 상승 측면 외에 임시직 채용 확대 등 새로운 노무관리를 정착시키는 데에 소요되는 조정비용, 휴가확대에 따른 생산계획 차질 등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관리의 세분화·엄격화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근로자가 핵심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작업 대기 시간, 불필요한 회의 시간, 출근 후 실제 업무 개시까지의 대기 시간 등을 최대한 압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전력, 원자재 등의 절약에 임하는 한편 판매와 생산의 사이클을 단축함으로써 과잉생산이나 재고누적 등의 낭비를 한층 억제해야 할 것이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성과급제의 확대, 목표관리제 강화로 근로자들이 같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인사제도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근로자의 시간 효율 제고를 위해 청소, 관리 등의 잡다한 업무를 합리화시키는 한편 단순 업무는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노사화합이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조건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기업별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있다. 또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노갈등도 예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노사 대립구도 속에서 추진된다면 기업 수익성 하락, 장기적 차원의 고용 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인데 이는 노사화합 분위기를 바탕으로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것과 함께 생산성·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노사공동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종래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업무합리화에 부정적인 모습도 보였으나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합리화에 대해 보다 협조적인 자세로 변할 여지가 높아졌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노사공감대를 바탕으로 생산성 혁신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시키고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업수익성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여기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야기하는 변화의 흐름을 크게 여가생활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2가지 측면에서 조망해 보고 각 분야별로 5개의 트렌드, 총 10개의 뉴 트렌드를 제시해 본다.
여가 트렌드
첫 번째 트렌드는 금전소비형 여가에서 시간소비형 여가로의 전환이다. 그동안은 여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금전소비형 여가가 주류였다. 그러나 여가의 절대시간이 늘어나면서 여가내용을 충실히 하여 효용을 높이는 시간소비형 여가로 전환될 것이다. 시간소비형 여가로 전환됨에 따라 별다른 준비없이 주말을 소일하거나 즉흥적으로 여가를 영위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주말을 설계하는 계획적인 여가풍조가 확산될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가족중심주의 여가의 확산이다. 핵가족화의 진전, 맞벌이 부부의 증가는 역설적으로 가족과 여가를 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화시키고, 술을 점차 덜 마시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찍 귀가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풍조가 형성될 것이다. 주말에는 가족동반으로 1박2일 혹은 2박3일로 종합리조트, 오토캠프, 주말농원 등을 찾거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포츠 클럽이나 취미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여가의 문화화·학습화 현상이다. 교양 있고 격조 높은 여가, 지적인 여가를 보내려는 욕구가 증대하면서 문화적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문화적 생활방식도 영화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콘서트, 클래식, 연극, 재즈, 뮤지컬, 발레, 국악 등으로 다양화될 것이다. 또 인터넷이나 직장단위의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소수의 매니아 중심으로 영위되던 다양한 문화적 여가가 일상·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학습형 여가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사후세계/공포/외계인 연구, 오지탐방, 고고 유적지 탐사, 인디언 문화 연구, 별자리 탐사, 조류 생태계 연구, 전통문화 탐구, 요리 코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마추어 관심 차원을 넘어선 연구활동이 여가의 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네 번째 트렌드는 여가의 디지털화와 탈디지털화의 병행이다. 디지털혁명의 가속화로 인해 각종 신 서비스, 신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가상공간을 활용한 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디지털화의 진전과 함께 점증하는 디지털 스트레스 때문에 자연회귀형 여가, 정신적 안식과 향수를 자극하는 여가 추구경향도 발전할 것이다.
다섯 번째 트렌드는 참여형·체험형 여가의 증대이다. 보고 즐기는 수동적 여가에서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능동적 여가패턴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스포츠의 경우 TV 시청이나 경기장 관람보다는 직접 참여하는 스포츠가 활성화될 것이며 영화나 만화, 미술 등도 관람하는 차원에서 실제로 제작을 시도하는 아마추어 동호회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특히 스포츠 여가의 생활화는 우리의 여가패턴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와 지역별로 생활체육시설이 확대되면서 개인의 스포츠 참여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인 스포츠 클럽에 가입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번지점프, 급류타기, 암벽등반 등 모험스포츠에 대한 수요도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 트렌드
첫 번째 트렌드는 계약직, 임시직 등 비정규직의 증가이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적인 노동수요가 발생하여도 고정인건비 부담을 우려하여 정규직 고용을 꺼릴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고용의 안정성보다는 높은 보수와 근무조건의 자율성이 뒷받침되는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증대할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정규직근로자의 확산은 근무조건의 유연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고정작업시간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전일 자율복장, 플렉서블타임제, 재택근무, 모빌 오피스 등의 도입이 보편화될 것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연봉제의 확산이다. 기업입장에서는 근로시간 축소를 보전하기 위하여 핵심관리자나 사무직 근로자들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의 제한을 덜 받는 연봉제로 대폭 전환시킬 유인이 존재한다. 또 성과주의 문화, 개인별 평가주의 경향은 연봉제 확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성의 가사 및 육아부담이 대폭 감소할 것이고 모성보호 관련 제도 및 사회시설의 확충 역시 여성의 사회참여를 증대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임시직 남성과 정규직 여성으로 구성되는 가정에서는 남성이 가사 노동을 주로 부담하는 형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트렌드는 다중직업인의 등장이다. 근로시간의 단축과 계약직 고용형태의 증가로 인해 한 근로자가 여러 직업에 종사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웹 프로그래머, 웹 디자이너와 같이 IT 분야에서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직장을 옮겨 다니거나 여러 직장에 몸을 담는 e-Lancer(electornic + freelancer)가 증가할 것이고, 일반 근로자들도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저녁이나 주말에는 따로 직업을 갖는 형태가 증가할 것이다.
다중직업인이 늘어나고 근무의 시간적·공간적 성격이 모호해질수록 일과 여가가 융합되고 놀이로서의 일의 성격이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자발적으로 일에 몰두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찾는 다중직업인과 이와는 반대로 늘어난 여가시간을 기회로 가정이나 여가생활에서 삶의 본질을 찾는 여가지향자로 근로자 의식은 양극화될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트렌드는 근로자들의 자기개발 붐이다. 근로자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의 일부를 자기개발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고 기업 차원에서도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과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습휴가제 도입 등을 검토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주말을 이용한 어학학원이나 컴퓨터 학원, 자격취득 학원의 성황 및 1개월 정도의 단기 어학연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겨내는 기업의 지혜
법정 근로시간의 단축은 기업에게 있어 한편으로는 위협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혁신을 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은 불가피하다. 만일 당장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된다면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세가지 선택에 직면
첫째,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초과근로시간을 늘려 실노동시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 둘째, 신규인력을 충당해 생산량을 유지하는 선택, 셋째, 수익 악화를 고려하여 생산량을 감축하는 선택 등이다.
초과근로 시간 증대는 정상근로임금의 삭감(시간당 임금 유지)이나 초과근로 할증률 인하가 없을 경우 당장 기업에게는 적지 않는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비용상승 요인을 단기간에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기는 어렵고 제품가격에 전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수익은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신규고용을 늘리는 것은 더욱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신규인력 채용시의 추가적인 고정비용(각종 공과금, 퇴직금 적립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높고 생산량 유지가 필요한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신규고용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용상승 효과가 너무 커서 아예 생산량을 줄이고 외형을 축소하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사업의 축소와 함께 노동비용이 저렴한 해외거점으로 이전해야 할 품목이나 사업을 확대시키는 시도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채용보다는 초과근로 및 임시직 위주의 대응
이상의 세 가지 방식중 단기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선택은 기존 인력의 초과근로 확대로 대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기업 수익은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일부 부문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퇴 효과나 사업 포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고용은 고정비용 부담이 적고 정상 고용 코스트 이하로 채용할 수 있는 임시직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노동시간의 단축과 함께 임시직의 비율이 상승해 왔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노동비용의 유동비용화(고정비용 부담 삭감)가 기업의 비용부담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임시직 비중의 증대는 기업으로 하여금 업무 프로세스나 인사관리 시스템을 유연하게 개혁해야 할 부담을 수반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임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고 적응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시간관리의 중요성 증대
노동시간 단축은 인건비 상승 측면 외에 임시직 채용 확대 등 새로운 노무관리를 정착시키는 데에 소요되는 조정비용, 휴가확대에 따른 생산계획 차질 등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관리의 세분화·엄격화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근로자가 핵심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작업 대기 시간, 불필요한 회의 시간, 출근 후 실제 업무 개시까지의 대기 시간 등을 최대한 압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전력, 원자재 등의 절약에 임하는 한편 판매와 생산의 사이클을 단축함으로써 과잉생산이나 재고누적 등의 낭비를 한층 억제해야 할 것이다.
사무직의 경우에도 성과급제의 확대, 목표관리제 강화로 근로자들이 같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인사제도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근로자의 시간 효율 제고를 위해 청소, 관리 등의 잡다한 업무를 합리화시키는 한편 단순 업무는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노사화합이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조건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기업별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있다. 또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노갈등도 예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노사 대립구도 속에서 추진된다면 기업 수익성 하락, 장기적 차원의 고용 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인데 이는 노사화합 분위기를 바탕으로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서만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것과 함께 생산성·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노사공동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종래 노조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업무합리화에 부정적인 모습도 보였으나 노동시간 단축을 계기로 합리화에 대해 보다 협조적인 자세로 변할 여지가 높아졌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노사공감대를 바탕으로 생산성 혁신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제고시키고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업수익성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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