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재충전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단기적으로 고용 및 성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야기될 비용상승 및 경쟁력 약화요인을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노력이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에게 요구되고 있다.
최근 노사정 위원회에서 현행 주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토록 명시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원론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부사항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주요 경제적 효과 분석을 통해 노사간 쟁점사항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기업의 노동비용의 상승은 시간당 임금과 할증률 조정이 관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여부는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보전을 요구하고, 경영계에서는 인건비 상승 및 국제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임금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같은 급여를 근로자가 요구하게 될 경우 시간당 임금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종전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분 만큼 초과근로나 신규채용을 해야하는데 초과근로는 할증임금률로, 신규채용은 준고정적인 노동비용부담으로, 임금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비용 상승효과는 근로시간 단축 방법에 따라서 달라진다. 근로시간 단축 시에 시간당 임금을 종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근로수당의 할증률을 낮추면 기존 인력의 임금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기업의 비용상승분에 대한 노사간 견해차는 0.5∼14.6%
노동비용의 상승폭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노사 양측 주장을 근거로 상승폭의 한계수준은 예상할 수 있다. 전산업의 실제 자료(1995∼99년 평균)를 통해 측정해 본 결과, 임금비용 상승 효과는 주당 실근로시간 및 시간당 임금 유지 여부와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가 나타난다.
현재 노동계의 요구는 시간당 임금을 상향조정, 초과근로 할증임금율 현행 50%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만약 기업이 종전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단축(4시간)분 만큼 초과근로시간을 늘리게 되면 기존인력에 대한 노동비용 상승효과는 14.6%로 크게 높아진다<표1 참조>. 또 기존 인력의 실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해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부분을 신규인력으로 보충할 경우에는 기존인력의 인건비 상승 1.0%에다 신규인력의 간접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시간당 임금 상향조정 불가, 할증임금률도 국제수준인 25%로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인력의 초과근로시간을 4시간 늘린다면 기존인력의 임금비용 상승효과는 0.5%에 그친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분 만큼 생산량을 줄일 경우 노동비용은 9.8% 감소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비용상승분 중 일부는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 가능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비용 상승으로 생산차질을 유발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임금삭감 없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상승분은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의 비용부담도 늘지 않고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관계를 ‘추정식 Ⅰ’와 같은 간단한 모형으로 정의해 GLS모형으로 추정해 본 결과, 유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추정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이 1%p 감소할 때 노동생산성은 0.65%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와 법정근로시간 1시간 단축시 실근로시간이 0.989시간 단축된다는 최근 노동연구원의 추정결과를 근거로 최근 합의한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산출해 보았다.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9.1% 감소한다면 생산성은 약 5.8%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비용상승분은 생산성 증가로 일정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보인다.
생산성 증가, 고용창출 보장 못해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생산성도 증가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고용창출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노동생산성의 향상 자체는 자동화 및 합리화를 통해 자본집약적-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 향상 효과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필요해진 추가 노동수요를 상쇄시키는 경우도 발생하며, 이 경우 추가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대부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고용창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생산성과 실업률 간에 뚜렷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할증임금률 인하, 고용창출 효과 축소
일반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의외로 간단한 산술에 근거하고 있다. 일정규모의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노동투입(=근로자수×근로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모든 조건이 일정할 경우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면 근로자 수는 자연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그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기존 인력에 대한 초과근로 보다 신규고용을 이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즉 기업 내부의 초과근로와 신규고용간에 대체가 원활(완전 탄력적)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경제에선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법정근로시간 단축분(주당 4시간)을 채울 수 있는 두가지 방법, 즉 초과근로를 늘릴 경우(현행 인력 유지)와 신규채용의 경우 각각에서 기업의 추가비용규모를 추정해 보면, 근로시간 단축분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초과근로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박스기사의 표2 참조>. 신규인력 채용시 임금이외에도 기업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준고정적인 성격의 간접노동비용(퇴직금비용, 각종복리비, 근로자 모집비용, 교육훈련비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계의 주장대로 초과근로 할증임금률을 현행 50%에서 ILO 기준인 25%로 인하했을 경우, 기존 인력들에 대한 초과근로 증가 비용이 줄어들어 오히려 신규고용창출의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할증임금률이 50%에서 25%로 인하됐을 때 전산업의 (신규채용/초과근로) 배율이 1.41배에서 1.70배로 높아져 기업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기존 인력의 초과근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고용효과 미미
각국 사례를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고용창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에 대해서 일률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 창출 효과는 임금 및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임금률 조정 여부 등 기업의 노동비용효과와 생산성 효과, 그리고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98년)와 ILO(97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실증적인 고용창출효과를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국가주도의 근로시간 단축은 효과가 더 적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창출 효과를 명확하게 발견할 수 없었다. 근로시간의 변화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가를 보기 위해 간단한 GLS모형(6페이지 아래의 추정식 Ⅱ)으로 추정해 본 결과 근로시간과 실업률간에 유의적인 추정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잠재성장률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
한편,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투입이 줄어들 경우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도 저하되리라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어느 정도 낮추는지 살펴보기 위해 잠재GDP를 추정하는 방식 중 하나인 생산함수접근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변화를 추정해 보았다. OECD에서 잠재GDP를 추정하는 방식을 따라 1972∼2000년 2/4분기까지의 자료로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경로를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추정하였다.
추정결과,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2010년 중 우리경제의 규모(GDP의 절대수준)를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을 경우(시나리오 Ⅰ)에 비해 3∼4% 낮출 것으로 예측되었다. 시나리오 Ⅱ(2001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는 3.2% 낮추고, 시나리오 Ⅲ(2001년 하반기부터 실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한번에 단축)의 경우는 경제규모가 4.4%나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각 시나리오별 잠재성장률의 예측치 추이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한 초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하지 않은 시나리오Ⅰ에 비해 시나리오 Ⅱ와 Ⅲ의 잠재성장률이 1.0∼1.5%p 낮아지지만 장기로 갈수록 잠재성장률이 4%선으로 수렴하고 있다. 경제에 새로운 충격으로 발생한 근로시간 단축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잠재성장률로 수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바람직
잠재GDP와 잠재성장률의 예측치를 통해 볼 때, 근로시간 단축은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을 전산업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즉시 실시하는 시나리오 Ⅲ의 경우 2001∼2003년까지의 잠재성장률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2010년의 경제규모도 더 낮게 예측되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계적 실시와 즉시 실시안 중 업종별,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ILO에서도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를 보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점진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근로시간 단축을 즉각적으로 실시한다면, 실물경제 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성 증가보다 노동비용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날 경우 노동시간 단축은 내년 우리경제에 추가적인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욱이 Gordon(1984)의 방식대로 경제성장률을 요인분해하면, 지난 98년 4/4분기부터 올 2/4분기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 8.4%중 근로시간 증가로 성장률이 2.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과 같이 근로시간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한번에 큰 폭으로 실시한다면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노사정 위원회에서 현행 주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토록 명시하고 있어,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원론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뿐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부사항을 결정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주요 경제적 효과 분석을 통해 노사간 쟁점사항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기업의 노동비용의 상승은 시간당 임금과 할증률 조정이 관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여부는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임금보전을 요구하고, 경영계에서는 인건비 상승 및 국제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임금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노동비용 상승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줄어든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같은 급여를 근로자가 요구하게 될 경우 시간당 임금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종전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분 만큼 초과근로나 신규채용을 해야하는데 초과근로는 할증임금률로, 신규채용은 준고정적인 노동비용부담으로, 임금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비용 상승효과는 근로시간 단축 방법에 따라서 달라진다. 근로시간 단축 시에 시간당 임금을 종전 수준으로 동결하고 초과근로수당의 할증률을 낮추면 기존 인력의 임금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기업의 비용상승분에 대한 노사간 견해차는 0.5∼14.6%
노동비용의 상승폭을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노사 양측 주장을 근거로 상승폭의 한계수준은 예상할 수 있다. 전산업의 실제 자료(1995∼99년 평균)를 통해 측정해 본 결과, 임금비용 상승 효과는 주당 실근로시간 및 시간당 임금 유지 여부와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가 나타난다.
현재 노동계의 요구는 시간당 임금을 상향조정, 초과근로 할증임금율 현행 50%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만약 기업이 종전과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법정근로시간 단축(4시간)분 만큼 초과근로시간을 늘리게 되면 기존인력에 대한 노동비용 상승효과는 14.6%로 크게 높아진다<표1 참조>. 또 기존 인력의 실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해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부분을 신규인력으로 보충할 경우에는 기존인력의 인건비 상승 1.0%에다 신규인력의 간접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해 인건비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시간당 임금 상향조정 불가, 할증임금률도 국제수준인 25%로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인력의 초과근로시간을 4시간 늘린다면 기존인력의 임금비용 상승효과는 0.5%에 그친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분 만큼 생산량을 줄일 경우 노동비용은 9.8% 감소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비용상승분 중 일부는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 가능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비용 상승으로 생산차질을 유발할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임금삭감 없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상승분은 생산성 향상으로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의 비용부담도 늘지 않고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근로시간과 생산성의 관계를 ‘추정식 Ⅰ’와 같은 간단한 모형으로 정의해 GLS모형으로 추정해 본 결과, 유의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추정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이 1%p 감소할 때 노동생산성은 0.65%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와 법정근로시간 1시간 단축시 실근로시간이 0.989시간 단축된다는 최근 노동연구원의 추정결과를 근거로 최근 합의한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산출해 보았다. 법정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9.1% 감소한다면 생산성은 약 5.8%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비용상승분은 생산성 증가로 일정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보인다.
생산성 증가, 고용창출 보장 못해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생산성도 증가하지만 생산성 향상이 고용창출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노동생산성의 향상 자체는 자동화 및 합리화를 통해 자본집약적-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 향상 효과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필요해진 추가 노동수요를 상쇄시키는 경우도 발생하며, 이 경우 추가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의 향상은 대부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고용창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생산성과 실업률 간에 뚜렷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할증임금률 인하, 고용창출 효과 축소
일반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의외로 간단한 산술에 근거하고 있다. 일정규모의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노동투입(=근로자수×근로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모든 조건이 일정할 경우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면 근로자 수는 자연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산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그 기업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고, 기존 인력에 대한 초과근로 보다 신규고용을 이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즉 기업 내부의 초과근로와 신규고용간에 대체가 원활(완전 탄력적)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경제에선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법정근로시간 단축분(주당 4시간)을 채울 수 있는 두가지 방법, 즉 초과근로를 늘릴 경우(현행 인력 유지)와 신규채용의 경우 각각에서 기업의 추가비용규모를 추정해 보면, 근로시간 단축분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기존 근로자의 초과근로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박스기사의 표2 참조>. 신규인력 채용시 임금이외에도 기업에서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준고정적인 성격의 간접노동비용(퇴직금비용, 각종복리비, 근로자 모집비용, 교육훈련비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계의 주장대로 초과근로 할증임금률을 현행 50%에서 ILO 기준인 25%로 인하했을 경우, 기존 인력들에 대한 초과근로 증가 비용이 줄어들어 오히려 신규고용창출의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될 것이다. 할증임금률이 50%에서 25%로 인하됐을 때 전산업의 (신규채용/초과근로) 배율이 1.41배에서 1.70배로 높아져 기업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기존 인력의 초과근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고용효과 미미
각국 사례를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도 고용창출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법정근로시간 단축의 고용효과에 대해서 일률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 창출 효과는 임금 및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임금률 조정 여부 등 기업의 노동비용효과와 생산성 효과, 그리고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98년)와 ILO(97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의 실증적인 고용창출효과를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국가주도의 근로시간 단축은 효과가 더 적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창출 효과를 명확하게 발견할 수 없었다. 근로시간의 변화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가를 보기 위해 간단한 GLS모형(6페이지 아래의 추정식 Ⅱ)으로 추정해 본 결과 근로시간과 실업률간에 유의적인 추정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잠재성장률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
한편,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투입이 줄어들 경우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도 저하되리라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어느 정도 낮추는지 살펴보기 위해 잠재GDP를 추정하는 방식 중 하나인 생산함수접근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변화를 추정해 보았다. OECD에서 잠재GDP를 추정하는 방식을 따라 1972∼2000년 2/4분기까지의 자료로 2010년까지의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경로를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추정하였다.
추정결과,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2010년 중 우리경제의 규모(GDP의 절대수준)를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을 경우(시나리오 Ⅰ)에 비해 3∼4% 낮출 것으로 예측되었다. 시나리오 Ⅱ(2001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는 3.2% 낮추고, 시나리오 Ⅲ(2001년 하반기부터 실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한번에 단축)의 경우는 경제규모가 4.4%나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각 시나리오별 잠재성장률의 예측치 추이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한 초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실시하지 않은 시나리오Ⅰ에 비해 시나리오 Ⅱ와 Ⅲ의 잠재성장률이 1.0∼1.5%p 낮아지지만 장기로 갈수록 잠재성장률이 4%선으로 수렴하고 있다. 경제에 새로운 충격으로 발생한 근로시간 단축이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정 잠재성장률로 수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바람직
잠재GDP와 잠재성장률의 예측치를 통해 볼 때, 근로시간 단축은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을 전산업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즉시 실시하는 시나리오 Ⅲ의 경우 2001∼2003년까지의 잠재성장률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2010년의 경제규모도 더 낮게 예측되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계적 실시와 즉시 실시안 중 업종별,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ILO에서도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를 보더라도 근로시간 단축은 점진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고,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근로시간 단축을 즉각적으로 실시한다면, 실물경제 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성 증가보다 노동비용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날 경우 노동시간 단축은 내년 우리경제에 추가적인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욱이 Gordon(1984)의 방식대로 경제성장률을 요인분해하면, 지난 98년 4/4분기부터 올 2/4분기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 8.4%중 근로시간 증가로 성장률이 2.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과 같이 근로시간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한번에 큰 폭으로 실시한다면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급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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