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우그룹이 부도난 이후 대우자동차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외자유치와 국제신인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국내외 5개 업체에 대해 3월초부터 3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1~2개의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본격협상을 진행하고 6월말까지 최종계약 및 대금 결제를 마치겠다고 계획하는 등 해외매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에 맞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계 시민ㆍ사회단체는 ‘자동차산업 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민족경제를 살리고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기업화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자동차산업이 고용측면에서는 총 취업인구의 7%인 167만명을 차지하고 있고, 수출은 전체산업의 8%(98년), 무역수지는 전체의 23%(98년)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중을 고려해볼 때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 주장이 상호의 허심탄회한 토론과 진지한 접근 속에서 상호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보다는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 서로의 문제점이 보완되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과 더불어 최악의 결론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 근거 그리고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대안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해외매각시 국내 자동차산업 몰락하고 대규모 실업 발생
그동안 정부가 ‘해외매각이 살 길’이라고 공기업과 주요 산업의 해외매각을 추진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지난 총선에서도 국부유출론 등으로 쟁점이 되기도 하였다. 정부가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주요한 근거는 ① 외자를 도입해서 빚을 갚아야 한다 ② 대우자동차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독자생존이 어려우니 해외매각을 하자 ③ 채권단이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매각을 해야 한다는 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8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오히려 거꾸로 환율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의 명분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이는 정부와 여당조차 면담과정에서 “매각방침 결정 당시에 비해 현재의 상황이 변했다”는 답변을 통해 인정하고 있다. 또 ‘대외신인도’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경제를 오히려 도탄에 빠뜨리는 해외매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논점은 매각이 국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하듯이 한국자동차, 특히 대우자동차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것인가?
대우와 한국자동차의 장점은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이며, 이로 인해 품질 대비 가격,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품질 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현재의 평가이다. 대우의 기술력은 아직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GM에 의해 기술발전이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할 때 GM과 결별 이후 수년 만에 독자 모델을 생산하였고 르노 등과 기술제휴를 통해 디젤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충분히 발전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매각되면 독자적 기술이 있는 외국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발전가능한 기술을 오히려 봉쇄할 것이다. 사실 과거 대우자동차는 GM과 합작을 했었고 그때 당시 GM은 기술개발과 판매를 독점하여 기술이전도 하지 않고 독자모델을 인정하지도 않음으로써 대우자동차의 부실과 기술낙후를 낳은 원인이 되었다.
정부의 채권회수 주장은 해외매각시 엄청난 부채탕감으로 인한 금융손실, 국내 자동차 완성차 업체의 부실화와 부품사의 몰락, 고용조정에 따른 사회적 손실비용이 수십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 손실만 계산하고 장기적 손실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공기업화를 하는 경우 비록 채권단이 일정한 출자전환으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이후 대우자동차를 발전시키기 위한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규모는 해외매각과 비교하여 수십조 이상의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국제적으로도 자동차산업을 포기한 나라와 자주적 발전을 추구한 나라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50년대부터 세계 2위의 자동차생산국이었던 영국은 70년대부터 자동차업체를 해외에 매각하여 현재는 한국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세계 8위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브라질ㆍ스페인ㆍ체코 등 자동차의 독자적 생산을 포기한 나라들은 모두 이미 해외 하청생산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자동차산업을 포기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는 독자적 발전을 이루었다. 프랑스는 르노가 부실화되자 공기업화했고 빅3의 현지생산을 불허했다. 독일은 폭스바겐이 부실화되었을 때 니더작센주가 인수하여 대주주가 됨으로써 공기업화했다.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의 경우 포드의 인수를 저지하고 피아트로 하여금 인수하게 하였다. 미국의 크라이슬러도 79년도 도산위기시 정부ㆍ채권은행ㆍ지방정부ㆍ협력업체의 지분참여, 노동자들의 양보 등으로 회생시킨 적이 있다. 1998년 현재 폭스바겐은 세계3위, 피아트는 6위, 크라이슬러는 다이믈러와 합병하여 세계5위, 르노는 9위로서 7위의 닛산을 인수하였다. 즉, 해외매각을 하지 않은 모든 사례들은 성공하였으며 해외매각을 한 나라는 자동차산업이 몰락한 것이다.
대처 정권 시절 BMW에 인수된 영국 로버사의 최근 운명은 우리가 가장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최근 결국 공장폐쇄와 매각, 10만명의 실업이라는 최악의 결론을 맞게 되자 대대적인 항의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로버사 前사장이 주축이 되고 노동당 정부가 나서서 새롭게 피닉스사를 설립하여 로버차를 인수하게 되었다.
세계화된 경제에서도 국적은 분명히 있고, 인수기업은 언제든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그 회사를 매각하고 노동자의 실업과 그 나라 산업은 무시하고 만다는 자본의 무자비한 논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초국적 자본의 행태에 대해서 눈을 감고 무조건 매각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대우자동차가 해외매각되면 정부의 주장과 달리 ① 내수시장 잠식을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고 ② 연구개발기능이 축소ㆍ폐지되어 해외 모델의 단순 조립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③ 과잉설비 해소를 위해 고용감축이 필요할 경우 우선적으로 정리해고와 함께 인원감축이 되어 대규모 실업을 낳게 될 것이다.
주체적 네트워크에 기초한 공기업화를
그러면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공기업화론은 어떤 주장일까?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현실 가능성이 없는 편협한 국수주의자의 주장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독자성이 박탈당하는 종속적 해외매각이나 세계적 제휴, 네트워크 구축을 무시하는 국수적 민족기업론 육성 모두를 거부한다. 우리의 대안은 주체적 세계화에 기초한 공기업화이다. 즉, 한국 자동차산업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업체와 자본ㆍ기술 제휴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화 주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던 관료적 운영으로 악명 높은 과거의 공기업 형태가 아니라, 국내외의 다양한 투자원이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이 대주주가 되어 노동조합은 물론 각 투자원이 구성하는 이사회와 책임전문 경영인이 총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선진적 의미의 공기업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해외업체의 지분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사기업의 공기업화 주장은 외국에도 없는 일방적 주장인가? 그렇지 않다. 외국의 경우에도 폭스바겐이 부도났을 때 니더작센주 정부가 인수하여 공기업화했고, 르노가 부실화되었을 때 공기업화하여 성공하였으며 현재는 각각 세계 3위, 9위를 차지하는 등 충분한 성공 사례가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주장이 옳은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국민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다. 올해 3월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67%의 국민이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68%의 국민이 공기업화를 지지하였다. 아울러 4월 8일 한길리서치에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우ㆍ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에 대해 반대가 64.0%(적극 반대 23.4%, 반대하는 편 40.6%)인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30.7% (적극 찬성 9.6%, 찬성하는 편 21.1%)로 나타나 반대한다는 의견이 두 배 정도 많았다.
아울러 민주노총을 비롯한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자는 것이 아니라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여 여기서 충분히 논의하여 처리하자는 것이다. 즉, 금융감독위원회ㆍ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부처, 산업은행 등 채권단 대표, 대우구조조정협의회 대표와 노동조합대표 및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기구를 만들어 조속히 대우자동차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대우자동차 처리를 위한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서 다양한 입장을 논의하여 최종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그간 TV토론 개최나 공청회 참가를 거부하면서 정부가 참여하는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국민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주요한 산업이며, 앞으로도 주요한 핵심산업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이 영국처럼 국적 자동차가 없는 상황으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최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지금 서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해외매각 일변도의 논리는 세계적 초국적 금융자본의 논리를 대변만 해온 측면이 강하며, 올바른 주체적 세계화의 관점이나 국내 산업 발전 측면의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어 촉구하는 바이다. 상호의 주장을 폐쇄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에서 대화와 논의를 통해 대우자동차 처리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보자고. 아울러 세계화의 밝은 일면만 볼 것이 아니라 부정적 측면을 함께 바라볼 것을, 주체적 관점이 결여된 맹목적 세계화는 더 큰 국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길 기대하는 바이다.끝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kimth@kctu.org)>
정부와 채권단은 외자유치와 국제신인도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국내외 5개 업체에 대해 3월초부터 3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1~2개의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본격협상을 진행하고 6월말까지 최종계약 및 대금 결제를 마치겠다고 계획하는 등 해외매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에 맞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계 시민ㆍ사회단체는 ‘자동차산업 해외매각 저지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민족경제를 살리고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기업화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자동차산업이 고용측면에서는 총 취업인구의 7%인 167만명을 차지하고 있고, 수출은 전체산업의 8%(98년), 무역수지는 전체의 23%(98년)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중을 고려해볼 때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 주장이 상호의 허심탄회한 토론과 진지한 접근 속에서 상호 문제점들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 나가기보다는 한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하면서 서로의 문제점이 보완되지 못하고 국론의 분열과 더불어 최악의 결론으로 이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매각에 대한 반대 근거 그리고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대안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해외매각시 국내 자동차산업 몰락하고 대규모 실업 발생
그동안 정부가 ‘해외매각이 살 길’이라고 공기업과 주요 산업의 해외매각을 추진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지난 총선에서도 국부유출론 등으로 쟁점이 되기도 하였다. 정부가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주요한 근거는 ① 외자를 도입해서 빚을 갚아야 한다 ② 대우자동차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독자생존이 어려우니 해외매각을 하자 ③ 채권단이 많은 빚을 지고 있는데 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매각을 해야 한다는 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8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오히려 거꾸로 환율문제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통한 외자유치의 명분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이는 정부와 여당조차 면담과정에서 “매각방침 결정 당시에 비해 현재의 상황이 변했다”는 답변을 통해 인정하고 있다. 또 ‘대외신인도’는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경제를 오히려 도탄에 빠뜨리는 해외매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논점은 매각이 국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하듯이 한국자동차, 특히 대우자동차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것인가?
대우와 한국자동차의 장점은 우수하고 저렴한 노동력이며, 이로 인해 품질 대비 가격, 가격 대비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품질 수준도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현재의 평가이다. 대우의 기술력은 아직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GM에 의해 기술발전이 불가능했던 점을 고려할 때 GM과 결별 이후 수년 만에 독자 모델을 생산하였고 르노 등과 기술제휴를 통해 디젤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충분히 발전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매각되면 독자적 기술이 있는 외국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발전가능한 기술을 오히려 봉쇄할 것이다. 사실 과거 대우자동차는 GM과 합작을 했었고 그때 당시 GM은 기술개발과 판매를 독점하여 기술이전도 하지 않고 독자모델을 인정하지도 않음으로써 대우자동차의 부실과 기술낙후를 낳은 원인이 되었다.
정부의 채권회수 주장은 해외매각시 엄청난 부채탕감으로 인한 금융손실, 국내 자동차 완성차 업체의 부실화와 부품사의 몰락, 고용조정에 따른 사회적 손실비용이 수십조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 손실만 계산하고 장기적 손실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공기업화를 하는 경우 비록 채권단이 일정한 출자전환으로 인한 금융비용을 감당하고 이후 대우자동차를 발전시키기 위한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이 규모는 해외매각과 비교하여 수십조 이상의 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국제적으로도 자동차산업을 포기한 나라와 자주적 발전을 추구한 나라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50년대부터 세계 2위의 자동차생산국이었던 영국은 70년대부터 자동차업체를 해외에 매각하여 현재는 한국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세계 8위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브라질ㆍ스페인ㆍ체코 등 자동차의 독자적 생산을 포기한 나라들은 모두 이미 해외 하청생산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자동차산업을 포기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는 독자적 발전을 이루었다. 프랑스는 르노가 부실화되자 공기업화했고 빅3의 현지생산을 불허했다. 독일은 폭스바겐이 부실화되었을 때 니더작센주가 인수하여 대주주가 됨으로써 공기업화했다.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의 경우 포드의 인수를 저지하고 피아트로 하여금 인수하게 하였다. 미국의 크라이슬러도 79년도 도산위기시 정부ㆍ채권은행ㆍ지방정부ㆍ협력업체의 지분참여, 노동자들의 양보 등으로 회생시킨 적이 있다. 1998년 현재 폭스바겐은 세계3위, 피아트는 6위, 크라이슬러는 다이믈러와 합병하여 세계5위, 르노는 9위로서 7위의 닛산을 인수하였다. 즉, 해외매각을 하지 않은 모든 사례들은 성공하였으며 해외매각을 한 나라는 자동차산업이 몰락한 것이다.
대처 정권 시절 BMW에 인수된 영국 로버사의 최근 운명은 우리가 가장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최근 결국 공장폐쇄와 매각, 10만명의 실업이라는 최악의 결론을 맞게 되자 대대적인 항의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로버사 前사장이 주축이 되고 노동당 정부가 나서서 새롭게 피닉스사를 설립하여 로버차를 인수하게 되었다.
세계화된 경제에서도 국적은 분명히 있고, 인수기업은 언제든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그 회사를 매각하고 노동자의 실업과 그 나라 산업은 무시하고 만다는 자본의 무자비한 논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초국적 자본의 행태에 대해서 눈을 감고 무조건 매각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대우자동차가 해외매각되면 정부의 주장과 달리 ① 내수시장 잠식을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몰락하고 ② 연구개발기능이 축소ㆍ폐지되어 해외 모델의 단순 조립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③ 과잉설비 해소를 위해 고용감축이 필요할 경우 우선적으로 정리해고와 함께 인원감축이 되어 대규모 실업을 낳게 될 것이다.
주체적 네트워크에 기초한 공기업화를
그러면 노동조합에서 주장하는 공기업화론은 어떤 주장일까?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현실 가능성이 없는 편협한 국수주의자의 주장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독자성이 박탈당하는 종속적 해외매각이나 세계적 제휴, 네트워크 구축을 무시하는 국수적 민족기업론 육성 모두를 거부한다. 우리의 대안은 주체적 세계화에 기초한 공기업화이다. 즉, 한국 자동차산업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업체와 자본ㆍ기술 제휴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화 주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하던 관료적 운영으로 악명 높은 과거의 공기업 형태가 아니라, 국내외의 다양한 투자원이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이 대주주가 되어 노동조합은 물론 각 투자원이 구성하는 이사회와 책임전문 경영인이 총괄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선진적 의미의 공기업을 의미한다. 이 경우 해외업체의 지분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사기업의 공기업화 주장은 외국에도 없는 일방적 주장인가? 그렇지 않다. 외국의 경우에도 폭스바겐이 부도났을 때 니더작센주 정부가 인수하여 공기업화했고, 르노가 부실화되었을 때 공기업화하여 성공하였으며 현재는 각각 세계 3위, 9위를 차지하는 등 충분한 성공 사례가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 어떤 주장이 옳은가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주장은 국민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한 것이다. 올해 3월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67%의 국민이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68%의 국민이 공기업화를 지지하였다. 아울러 4월 8일 한길리서치에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우ㆍ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에 대해 반대가 64.0%(적극 반대 23.4%, 반대하는 편 40.6%)인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30.7% (적극 찬성 9.6%, 찬성하는 편 21.1%)로 나타나 반대한다는 의견이 두 배 정도 많았다.
아울러 민주노총을 비롯한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자는 것이 아니라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하여 여기서 충분히 논의하여 처리하자는 것이다. 즉, 금융감독위원회ㆍ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부처, 산업은행 등 채권단 대표, 대우구조조정협의회 대표와 노동조합대표 및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기구를 만들어 조속히 대우자동차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대우자동차 처리를 위한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서 다양한 입장을 논의하여 최종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그간 TV토론 개최나 공청회 참가를 거부하면서 정부가 참여하는 범국민대책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국민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주요한 산업이며, 앞으로도 주요한 핵심산업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이 영국처럼 국적 자동차가 없는 상황으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최근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것인가 하는 기로에 지금 서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 온 해외매각 일변도의 논리는 세계적 초국적 금융자본의 논리를 대변만 해온 측면이 강하며, 올바른 주체적 세계화의 관점이나 국내 산업 발전 측면의 고려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어 촉구하는 바이다. 상호의 주장을 폐쇄적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에서 대화와 논의를 통해 대우자동차 처리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보자고. 아울러 세계화의 밝은 일면만 볼 것이 아니라 부정적 측면을 함께 바라볼 것을, 주체적 관점이 결여된 맹목적 세계화는 더 큰 국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길 기대하는 바이다.끝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kimth@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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