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동안 워크아웃이 진행된 결과 일부 기업들의 실적은 눈에 띄게 향상되기도 하였으나 상당수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우 채무상환 능력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98년 7월 고합, 신호, 갑을, 거평 등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개선작업(Work Out)이 시작된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총 102개의 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되었는데 이중 26개 기업이 부도처리, 조기졸업, 합병 등의 이유로 제외되고 현재는 대우 12개사를 포함 76개 기업에 대하여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과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하여 총 100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중 78조원에 대하여 이자감면 및 채무상환유예가 이루어졌으며 2.8조원은 자본금의 형태로 출자전환되었다. 또한 약 4.5조원에 달하는 신규여신이 새로이 지원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워크아웃이 보통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워크아웃 2년째를 맞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살펴보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향후 워크아웃이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기업들의 자구계획 이행률, 기업실적, 시장의 평가 등을 토대로 지난 2년간 기업개선작업을 중간점검해 본다.
<워크아웃 기업 자구노력 미흡>
그동안의 워크아웃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워크아웃 기업의 자구노력이 당초 계획 대비 어느 정도나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3월 현재 워크아웃 기업들은 자산매각, 계열사정리, 사재출연, 외자유치 등 전체 자구계획 목표 8.2조원중 3.4조원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3월까지 목표로 했던 4.6조원중 74.7%만을 달성한 것으로 자구이행 실적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자구노력이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매각 및 계열사 정리 이행률이 낮은 데 기인한다. 부동산매각은 2000년 3월까지의 목표치 1조8천억원의 61% 수준인 1조1천억원에 머물고 있고 계열사 정리 역시 당초 목표의 13.7%에 그치고 있다. 반면 외자유치, 유상증자,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은 100%가 넘는 이행률을 보여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자구계획 달성 여부로만 워크아웃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 적절한 매각대상자의 부재 등으로 인해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매각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초 설정된 자구계획을 다 달성했다 하더라도 영업실적이 저조해서 적자가 지속되거나 여전히 과다한 부채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워크아웃 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0.5에 불과한 이자보상배율>
워크아웃이란 본래 기본적으로 경제적 회생가능성은 있으나 재무적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워크아웃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업개선작업 이후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나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채무상환능력의 척도로 흔히 이자보상배율을 든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을 이자지급액으로 나눈 개념이다.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생존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 즉 이자보상배율이 최소한 1.0 이상이어야 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이하라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지급도 할 수 없어서 영업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이나 투자재원은 고사하고 당장 이자를 갚기 위해서 다시 외부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해당기업은 결국 채권금융기관과 다시 채무재조정을 할 수밖에 없으며 정도가 심할 경우 종국에는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98년중 워크아웃이 시작된 59개 기업중 자료입수가 가능한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았다. 99년 이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을 제외한 이유는 아직 기간이 짧아 워크아웃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55개 워크아웃 기업의 99년 이자보상배율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의 절반 정도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55개 기업중 20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35개 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지급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올해까지 이어져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3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여전히 평균 0.5에 머물렀고 겨우 13개 기업만이 이자보상배율이 1.0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는 98년 워크아웃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0.1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99년 이후 경기상승세가 지속되었고 지난해와 올 1/4분기 상장기업들의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미흡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자감면에도 불구 과다한 금융비용>
어떤 기업의 이자보상 배율이 낮다는 것은 다음 2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고 영업을 통해 이익도 나고 있지만 부채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 금융비용 부담이 과중한 경우이다. 둘째, 금융비용 부담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그리 크지 않지만 영업실적이 저조해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이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워크아웃 실시 직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98년의 경우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부담률은 무려 19.7%에 달하고 있었으나 99년에는 금융비용부담률이 16.9%로 줄어들었고 올해 1/4분기에는 14.5%로 줄어들었다. 부채 자체도 소폭 줄어들었다. 55개 기업의 98년 총부채액은 27조4천억원이었으나 99년에는 23조9천억원으로 감소하였다. 부채가 줄어든 것은 해당 기업이 일부 상환하거나 출자전환으로 일부 부채가 자본의 형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 부담률이 줄어든 것은 기존 채무에 대하여 이자감면을 받거나 우대금리를 적용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평균 금융비용부담률이 8.95%인 것을 감안하면 워크아웃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부채비율 역시 500% 이상인 기업이 전체 55개중 37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18개 기업은 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 자체를 계산할 수도 없었다. 즉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우 기업개선 작업으로 이자부담이 워크아웃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부채규모가 워낙 커서 여전히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 평균에 못미치는 영업효율성>
반면 기업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55개 기업의 99년 기업실적을 살펴본 결과 21개 기업이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도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34개 기업은 적자상태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8년의 경우 55개 워크아웃 기업중 무려 52개 기업이 적자를 내고 흑자기업은 단 3개에 불과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55개 기업의 총 적자액도 98년 7조6천억원에서 99년에는 2조3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장기업중 99년에 적자를 낸 기업이 전체의 23%(12월 결산 상장법인 497사중 115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워크아웃 기업의 실적이 일반기업에 비해 상당히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져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워크아웃 기업 33개중 과반수가 넘는 17개 기업이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영업성과를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순이익보다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재무활동 등으로 발생한 영업외 손익이나 특수한 사정으로 발생한 특별손익을 제외하고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 따른 성과만을 매출액과 대비한 것으로 영업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98년의 경우 55개 워크아웃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9%였다. 이는 전체 55개 기업중 무려 31개 기업이 영업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즉 98년의 경우 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과다한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부담 문제 이전에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99년의 경우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다소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2.4%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7.3%(93∼98년 평균)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영업효율성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33개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6.2%로 98년∼99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크아웃 성공사례도 상당수 존재>
지금까지의 워크아웃 기업 재무분석을 통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첫째, 워크아웃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은 워크아웃 개시 당시인 98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절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지급마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자보상배율이 0.5에 불과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둘째, 이자보상배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우선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해당기업과 채권단간 채무재조정을 통해 이자지급이 유예되거나 이자감면이 있었지만 기존 부채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이자감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99년 이후 저금리체제가 정착되면서 우대금리 적용 등 이자감면에 따른 효과도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워크아웃 기업들의 영업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다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보다 더 높은 영업성과를 내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기업도 꽤 많은 편이다. 아남반도체, 한창제지, 벽산, 대구백화점 등은 99년 이후 이자보상배율이나 매출액영업익률이 상장기업 평균수준을 능가하는 등 워크아웃 작업을 통하여 실적이 호전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과 낮은 영업효율성에 시달리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1∼2년 더 지속된다면 현재 워크아웃 기업중 상당수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밀실사를 통한 ‘옥석가리기’ 진행되어야>
정부는 얼마전 워크아웃 개시 2년째를 맞아 76개 워크아웃 기업중 실적이 우수하거나 합병·매각이 추진중인 기업, 경영성과가 현저히 불량한 기업 등 32개 기업을 조기 졸업시키고 나머지 44개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워크아웃 작업은 다음 2가지를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해서 좀더 정밀한 실사를 통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과감히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워크아웃 이후에도 영업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 회생의지나 노력없이 단지 워크아웃을 생명연장의 방편으로 삼는 기업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이같은 시장원리의 적용은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둘째,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살리기로 결정한 기업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부채규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워크아웃 기업중에는 영업성과가 괜찮음에도 기존 부채가 워낙 많아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목표 대비 이행률이 저조한 자산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기업의 청산가치와 향후의 채권 회수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조흥은행이 98년 당시 아남반도체의 부실여신을 주식으로 전환한 것이 현재 4∼5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준 사실은 출자전환의 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다.
98년부터 지금까지 워크아웃 작업은 대체로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회생불가능한 기업을 엄밀히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살리기 위주로 진행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IMF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그 결과 일부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의 부실확대를 증폭시켜온 측면이 있다. 이제 워크아웃 실시 2년째를 맞은 현시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좀더 엄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일 것이다.
- 주가로 본 워크아웃 기업 평가 -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워크아웃 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기 업중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3개 기업을 대상으로 99년 말부터 올해 7월 5일까지의 주가상승률을 계산해보았다. 주가상승 률은 시가총액변동률을 기준으로 하되 비중이 큰 기업이 전체 수치를 좌우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기업간 가중치를 동일 하게 조정하였다.
조사결과 99년말에 비해 워크아웃 기업들의 주가는 올들어 평균 3.1%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중 종합주가 지수는 20.4%가 하락하였다. 즉 올들어 워크아웃 기업 주식을 골고루 산 주식투자자가 거래소 다른 종목을 산 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최근까지 워크아웃 작업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을 감안하 면 올들어 워크아웃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주 가가 상승한 것은 아남반도체, 벽산 등 일부 실적호전 기업들의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상승한 데 기인하고 있다. 이는 주가 가 평균적으로는 3.1% 상승했음에도 개별기업별로 보면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전체 43개중 11개(대우계열을 제외할 경우 5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또 워크아웃 시행 초기 투자자들이 워크아웃 기업들을 거의 부도기업으로 취급하여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하였기 때 문에 올들어서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여지가 작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경제 579호 2000.07.12>
98년 7월 고합, 신호, 갑을, 거평 등 중견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개선작업(Work Out)이 시작된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동안 총 102개의 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되었는데 이중 26개 기업이 부도처리, 조기졸업, 합병 등의 이유로 제외되고 현재는 대우 12개사를 포함 76개 기업에 대하여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과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하여 총 100조원에 달하는 대출금중 78조원에 대하여 이자감면 및 채무상환유예가 이루어졌으며 2.8조원은 자본금의 형태로 출자전환되었다. 또한 약 4.5조원에 달하는 신규여신이 새로이 지원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워크아웃이 보통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워크아웃 2년째를 맞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성과를 살펴보고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향후 워크아웃이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기업들의 자구계획 이행률, 기업실적, 시장의 평가 등을 토대로 지난 2년간 기업개선작업을 중간점검해 본다.
<워크아웃 기업 자구노력 미흡>
그동안의 워크아웃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워크아웃 기업의 자구노력이 당초 계획 대비 어느 정도나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3월 현재 워크아웃 기업들은 자산매각, 계열사정리, 사재출연, 외자유치 등 전체 자구계획 목표 8.2조원중 3.4조원을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3월까지 목표로 했던 4.6조원중 74.7%만을 달성한 것으로 자구이행 실적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자구노력이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매각 및 계열사 정리 이행률이 낮은 데 기인한다. 부동산매각은 2000년 3월까지의 목표치 1조8천억원의 61% 수준인 1조1천억원에 머물고 있고 계열사 정리 역시 당초 목표의 13.7%에 그치고 있다. 반면 외자유치, 유상증자,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은 100%가 넘는 이행률을 보여 당초 목표를 초과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자구계획 달성 여부로만 워크아웃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 적절한 매각대상자의 부재 등으로 인해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매각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초 설정된 자구계획을 다 달성했다 하더라도 영업실적이 저조해서 적자가 지속되거나 여전히 과다한 부채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워크아웃 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0.5에 불과한 이자보상배율>
워크아웃이란 본래 기본적으로 경제적 회생가능성은 있으나 재무적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워크아웃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업개선작업 이후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나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채무상환능력의 척도로 흔히 이자보상배율을 든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을 이자지급액으로 나눈 개념이다.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생존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 즉 이자보상배율이 최소한 1.0 이상이어야 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이하라는 것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지급도 할 수 없어서 영업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이나 투자재원은 고사하고 당장 이자를 갚기 위해서 다시 외부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해당기업은 결국 채권금융기관과 다시 채무재조정을 할 수밖에 없으며 정도가 심할 경우 종국에는 파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98년중 워크아웃이 시작된 59개 기업중 자료입수가 가능한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았다. 99년 이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을 제외한 이유는 아직 기간이 짧아 워크아웃의 성패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을 감안하였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55개 워크아웃 기업의 99년 이자보상배율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의 절반 정도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55개 기업중 20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35개 기업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지급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올해까지 이어져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3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여전히 평균 0.5에 머물렀고 겨우 13개 기업만이 이자보상배율이 1.0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는 98년 워크아웃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0.1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99년 이후 경기상승세가 지속되었고 지난해와 올 1/4분기 상장기업들의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미흡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자감면에도 불구 과다한 금융비용>
어떤 기업의 이자보상 배율이 낮다는 것은 다음 2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영업활동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고 영업을 통해 이익도 나고 있지만 부채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아 금융비용 부담이 과중한 경우이다. 둘째, 금융비용 부담은 다른 기업과 비교해서 그리 크지 않지만 영업실적이 저조해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이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워크아웃 실시 직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98년의 경우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부담률은 무려 19.7%에 달하고 있었으나 99년에는 금융비용부담률이 16.9%로 줄어들었고 올해 1/4분기에는 14.5%로 줄어들었다. 부채 자체도 소폭 줄어들었다. 55개 기업의 98년 총부채액은 27조4천억원이었으나 99년에는 23조9천억원으로 감소하였다. 부채가 줄어든 것은 해당 기업이 일부 상환하거나 출자전환으로 일부 부채가 자본의 형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 부담률이 줄어든 것은 기존 채무에 대하여 이자감면을 받거나 우대금리를 적용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조업 평균 금융비용부담률이 8.95%인 것을 감안하면 워크아웃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부채비율 역시 500% 이상인 기업이 전체 55개중 37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18개 기업은 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 자체를 계산할 수도 없었다. 즉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우 기업개선 작업으로 이자부담이 워크아웃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부채규모가 워낙 커서 여전히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 평균에 못미치는 영업효율성>
반면 기업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55개 기업의 99년 기업실적을 살펴본 결과 21개 기업이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도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34개 기업은 적자상태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98년의 경우 55개 워크아웃 기업중 무려 52개 기업이 적자를 내고 흑자기업은 단 3개에 불과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55개 기업의 총 적자액도 98년 7조6천억원에서 99년에는 2조3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장기업중 99년에 적자를 낸 기업이 전체의 23%(12월 결산 상장법인 497사중 115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워크아웃 기업의 실적이 일반기업에 비해 상당히 저조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이어져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워크아웃 기업 33개중 과반수가 넘는 17개 기업이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영업성과를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순이익보다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재무활동 등으로 발생한 영업외 손익이나 특수한 사정으로 발생한 특별손익을 제외하고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 따른 성과만을 매출액과 대비한 것으로 영업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98년의 경우 55개 워크아웃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9%였다. 이는 전체 55개 기업중 무려 31개 기업이 영업손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즉 98년의 경우 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과다한 부채와 이에 따른 이자부담 문제 이전에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99년의 경우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다소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2.4%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7.3%(93∼98년 평균)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그만큼 영업효율성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 1/4분기 실적이 발표된 33개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6.2%로 98년∼99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크아웃 성공사례도 상당수 존재>
지금까지의 워크아웃 기업 재무분석을 통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첫째, 워크아웃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은 워크아웃 개시 당시인 98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절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원금상환은 고사하고 이자지급마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이자보상배율이 0.5에 불과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둘째, 이자보상배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우선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워크아웃이 진행되면서 해당기업과 채권단간 채무재조정을 통해 이자지급이 유예되거나 이자감면이 있었지만 기존 부채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이자감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99년 이후 저금리체제가 정착되면서 우대금리 적용 등 이자감면에 따른 효과도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워크아웃 기업들의 영업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다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보다 더 높은 영업성과를 내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물론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기업도 꽤 많은 편이다. 아남반도체, 한창제지, 벽산, 대구백화점 등은 99년 이후 이자보상배율이나 매출액영업익률이 상장기업 평균수준을 능가하는 등 워크아웃 작업을 통하여 실적이 호전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워크아웃 기업들은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과 낮은 영업효율성에 시달리고 있다. 만일 이러한 상태가 1∼2년 더 지속된다면 현재 워크아웃 기업중 상당수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밀실사를 통한 ‘옥석가리기’ 진행되어야>
정부는 얼마전 워크아웃 개시 2년째를 맞아 76개 워크아웃 기업중 실적이 우수하거나 합병·매각이 추진중인 기업, 경영성과가 현저히 불량한 기업 등 32개 기업을 조기 졸업시키고 나머지 44개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워크아웃 작업은 다음 2가지를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해서 좀더 정밀한 실사를 통해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과감히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워크아웃 이후에도 영업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 회생의지나 노력없이 단지 워크아웃을 생명연장의 방편으로 삼는 기업 등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이같은 시장원리의 적용은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둘째,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살리기로 결정한 기업에 대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부채규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워크아웃 기업중에는 영업성과가 괜찮음에도 기존 부채가 워낙 많아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가 누적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목표 대비 이행률이 저조한 자산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기업의 청산가치와 향후의 채권 회수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여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규모를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조흥은행이 98년 당시 아남반도체의 부실여신을 주식으로 전환한 것이 현재 4∼5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준 사실은 출자전환의 좋은 선례라고 할 수 있다.
98년부터 지금까지 워크아웃 작업은 대체로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회생불가능한 기업을 엄밀히 가리지 않고 모두 다 살리기 위주로 진행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IMF 경제위기라는 특수상황에서 불가피한 면도 없지 않았으나 그 결과 일부 워크아웃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기관의 부실확대를 증폭시켜온 측면이 있다. 이제 워크아웃 실시 2년째를 맞은 현시점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좀더 엄밀한 ‘옥석 가리기’ 작업일 것이다.
- 주가로 본 워크아웃 기업 평가 -
시장에서는 그동안의 워크아웃 작업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기 업중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3개 기업을 대상으로 99년 말부터 올해 7월 5일까지의 주가상승률을 계산해보았다. 주가상승 률은 시가총액변동률을 기준으로 하되 비중이 큰 기업이 전체 수치를 좌우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기업간 가중치를 동일 하게 조정하였다.
조사결과 99년말에 비해 워크아웃 기업들의 주가는 올들어 평균 3.1%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중 종합주가 지수는 20.4%가 하락하였다. 즉 올들어 워크아웃 기업 주식을 골고루 산 주식투자자가 거래소 다른 종목을 산 투자자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최근까지 워크아웃 작업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을 감안하 면 올들어 워크아웃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주 가가 상승한 것은 아남반도체, 벽산 등 일부 실적호전 기업들의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상승한 데 기인하고 있다. 이는 주가 가 평균적으로는 3.1% 상승했음에도 개별기업별로 보면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전체 43개중 11개(대우계열을 제외할 경우 5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 수 있다.
또 워크아웃 시행 초기 투자자들이 워크아웃 기업들을 거의 부도기업으로 취급하여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하였기 때 문에 올들어서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여지가 작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간경제 579호 20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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