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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대우자동차 처리, 바람직한 방향은? 해외매각이 최적의 해결책

최근 르노가 삼성자동차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면서 외국업체의 한국진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르노는 이미 삼성자동차의 장기 경영계획도 발표하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대우자동차의 처리방안에 집중되고 있다. 대우자동차 매각은 삼성자동차의 해외 매각과는 매우 다르게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관심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매각은 단순히 한 기업을 사고 파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항이다. 따라서 대우자동차의 매각은 매우 신중하게 국민적 합의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입찰의 진행방향은 다음과 같다.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6월초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면, 정부와 채권단은 이 중 2개 업체를 우선 협상대상으로 6월말까지 선정하게 되어 있다. 인수업체는 8~9월말에 최종 결정된다.
GMㆍ포드ㆍ피아트ㆍ현대ㆍ다임러 크라이슬러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경우 최근 미쓰비시와의 제휴로 인해 단독 입찰보다는 현대와의 지분관계를 이용한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응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아트 역시 GM과의 제휴로 인해 차후 양사간 공동보조를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주체가 되는 기업은 GM, 포드, 현대로 압축된다.

공기업화하면 정상화에 막대한 공적자금 소요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최적의 대우자동차 처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ㆍ국민ㆍ기업간에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도 대우자동차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나 해외매각에 따른 국내 자동차산업의 영향 등에 대해서는 그 시각 차이를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시각 차이를 더욱 확대시키고, 급기야는 대우자동차의 파업사태까지 몰고 갔다. 그 한 원인으로는 논의의 대부분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채,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시각하에서 추상적인 논쟁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다.
신문 및 방송매체를 통한 범국민적인 논의로부터 부각된 대우자동차의 처리방안을 나누어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기업화론 둘째, 국내기업인수론 셋째, 해외매각론이다.

공기업화 논의는 해외매각과 대치되는 의견으로, 워크아웃의 충실한 수행과 신속한 신규자금 투입에 의한 대우자동차의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에 따른 단순한 조립 생산기지화의 가능성을 방지하고,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상실 및 대규모 인원감축에 따른 고용불안정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우자동차가 공기업이 될 경우 상당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앞다투어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하물며 자동차산업과 같은 글로벌 경쟁산업의 공영화는 시대착오적 넌센스이다.

둘째, 국내경제 측면에서 공기업화에 따른 정상화에는 2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최소생존비용으로 6~10조원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자금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이는 대우자동차의 최소 생존비용일 뿐이며, 향후 신차 모델 개발과 핵심부품 개발, 마케팅 등에 대규모의 추가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고 최종적인 성공의 보장 역시 불확실하다.

셋째, 위에서 언급한 최소 생존 자금 투입시 독자생존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경영자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러한 최고 경영자를 영입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책임 있는 경영을 할지가 의문이다. 차후에 있을 수 있는 공기업의 무사안일주의와 불분명한 책임소재에 따른 경쟁력 악화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다.

넷째, 고용안정의 대비책으로 나온 공기업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일부 공장의 폐쇄, 대량해고, 임금삭감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은 반드시 감량경영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감량 경영이 전반적으로 성공할 경우, 오랜 기간 후에나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임금인상, 폐쇄된 공장의 재가동 등이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화에 의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현재 상승중인 국가신인도나 경쟁력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없을 뿐더러 국제 통상문제로 이어져 국익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다섯 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대우자동차의 공기업화는 언제 일어설지 모르는 중환자가 단지 산소호흡기만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모양새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국내기업 인수시 독점의 폐해 발생

국내기업인수론은 현대자동차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바로 현대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를 의미한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인수로 인해, 국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이상향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국내시장에서 독점화된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지, 세계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국내기업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채택할 경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독점 폐해의 경우, 독점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할 뿐더러 부품이나 애프터서비스의 가격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이처럼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이러한 상태로는 곧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될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기는 힘들 것이다.

둘째, 차량 및 인원 중복 문제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2000cc급 이하에서 대우자동차와 많은 중복 차종을 갖고 있고, 이러한 플랫폼을 계속적으로 운영한다면 비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원의 국가적 낭비를 가져올 뿐더러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는 계기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인수자금 문제의 경우, 최근 현대그룹은 현대투신 정상화 문제로 인해 그룹 위기설에 직면했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폭락 사태에 처한 현대자동차가 대우자동차의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현재자동차는 현대그룹에서 2000년 6월까지는 분가가 실시될 예정이므로 내부거래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만약 내부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부의 재벌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세계시장을 목표로 마케팅 활동과 막대한 개발비를 부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의 문제점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현대자동차에 의한 대우자동차의 인수는 결국 독점적 운영의 폐해로 인해 한국 자동차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일개 기업의 경영능력에 따라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기업인수론 역시 현명한 대우자동차의 처리방안은 아니다.

해외매각은 대우자동차의 장기적 발전기회 제공

마지막 대안으로는 해외매각론이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수의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대우자동차 인수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대우 자동차가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보완적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대우자동차 인수를 통해 외국업체는 아시아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여, 향후 세계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대우자동차의 98년 기준 아시아 시장 점유율 7.8%)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대우자동차는 GM이나 포드가 취약한 동유럽시장에서 이들보다 높은 시장점유율(1998년 기준 7.7%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입찰에 응하려는 GM이나 포드의 입장에서는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는 업체가 21세기의 세계최대 업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특히 입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GM의 경우에는 대우자동차와의 차종과 부품면에서 오랜 관계로 인해 최고의 호환성을 가지고 있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시장확보 측면에서도 아시아 시장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 GM은 대우자동차를 놓치기는 아까울 것이다. 포드의 경우는 기아자동차를 인수함으로써 아시아 시장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한 상황이며, 자동차업계의 라이벌구도 측면에서도, 차량 생산대수 면에서 세계 2위인 포드(99년 기준 960만대)가 대우자동차(99년 기준 200만대)를 인수함으로써 GM의 생산량(99년 기준 1,100만대)을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따라서 대우자동차만큼은 미래의 생존을 위해 꼭 인수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이 GM이나 포드가 적극적으로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하는 상태에서,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측이 우려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들이 우려하는 점은 대우자동차의 단순조립생산기지화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붕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과 기존의 부품업체 정리에 따른 대량실업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로 인해 불식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염려와는 달리, 해외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전반적인 한국 자동차산업의 질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즉, 기술과 자본을 갖춘 세계 우수 기업과의 직접 경쟁을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질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아시아시장의 성장세와 중소형 차종의 경쟁력으로 아시아에서 전략적인 기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 측면에서는 선진 기업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둘째, 부품업체의 정리에 따른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실에 입각한 경제논리에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하였으며, 부품업체 역시 특수관계 등을 통해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선진 기술의 습득은 물론, 경쟁력을 소유한 부품기업은 세계시장에 폭넓은 진출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해외매각이 대량실업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무리가 있다. 아울러 최근 조사된 설문조사에서 부품업체의 50%가 해외매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부품제조 기술의 향상과 수출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을 둘러싼 우려는 사실과는 다르다. 오히려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대우자동차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할 수도 있고,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내부개혁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해외매각은 가장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대우자동차의 처리방안이다.

해외매각시 소비자 후생 증가

해외매각이 현실화된다면 소비자에게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품질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관련 조사기관인 JD Power가 발표한 2000년도 신차 결함건수에서 37개의 자동차 업체 브랜드 중 현대자동차가 34위, 대우자동차가 35위, 기아자동차가 37위로 최하위 군을 형성하였다. 또한 올해 들어 소비자의 리콜건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트라제 XG, 카니발, 타우너, EF소나타 등). 결국 선진 외국업체의 국내 진출은 그동안 독점화되어 있던 국내시장에 자극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한국업체로부터 획기적인 품질 향상의 노력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서비스면에서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선진업체의 국내진출은 무상보증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현재 8~12.8%의 높은 할부금융의 금리도 선진국 수준의 3~4% 의 수준으로 낮추어질 수도 있다. 다음으로 환경친화적이며 안전한 자동차 공급측면에서는 선진국의 우수한 연구개발력으로 인해 한국업체와 경쟁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우수한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국업체에 의한 인수는 자동차 업체간 경쟁을 증진시켜 전반적인 자동차 분야에서의 소비자후생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상의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국민과 기업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대우자동차 처리방안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외매각이다. 다시 말해,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은 정부의 버거운 짐인 공적자금 투입의 해소와 소비자 후생의 증가, 향후 대우자동차의 장기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대우자동차의 효과적인 처리는 한국 자동차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