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월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상회하는 등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새로운 석유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따져보고 앞으로 에너지절약을 어떻게 실천하고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가를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가 등이 국제유가 폭등의 원인
최근의 유가동향을 보면 1999년 3월 OPEC의 감산결정 이후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가파른 상승추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1999년 1월 4일 배럴당 10.47달러였던 두바이 유가는 올해 9월 15일 배럴당 31.70달러까지 치솟아 약 1년 9개월 동안 202.8%나 상승하였다. 비록 지난 9월 10일 OPEC 총회의 하루 80만배럴 증산결정과 9월 22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11월 1일까지 3천만배럴 방출) 결정으로 일시적 진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의 재고감소와 동절기 난방수요 증가, 이라크-쿠웨이트간의 분쟁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당분간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원유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대이다. 세계경제가 1999년 3.4%에 이어 2000년 4.7%, 2001년 4.2%의 고성장세를 이어감(필자 주 : IMF 「세계경제전망」, 2000. 9)에 따라 석유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국가들이 경제회복 과정에서 수요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에도 세계 석유수요는 2000년에 비하여 하루 200만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들의 재고감소를 주원인으로 들 수 있다. 걸프전 이후 오랜 저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석유회사들이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한 적기공급(Just-In-Time)방식을 채택하여 석유재고가 세계적으로 감소하였다. OECD내 민간기업들의 유류재고는 지난 6월말 현재 22억2천만배럴로서 1999년 동기대비 1억8천만배럴, 1998년 동기대비 2억4천만배럴 감소하였다. 특히 지난 8월말 미국 석유재고의 대량감소 소식은 최근의 유가급등을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셋째,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매수를 들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유는 공급초과가 유지되고 있어 유가가 상승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절기를 앞두고 연말수급에 대한 불안감에 편승한 투기적 매수가 유가급등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넷째, OPEC 회원국들의 추가생산능력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올 3월, 7월, 9월의 증산합의에도 불구하고 UAEㆍ나이지리아ㆍ베네수엘라ㆍ이란 등 일부 OPEC 회원국들의 생산실적이 쿼터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자 추가적인 원유생산능력이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채굴을 둘러싼 이라크-쿠웨이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향후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유가의 급등을 부채질하였다.
<표 1> 두바이 유가 추이
(단위 : 달러/배럴, 평균치)
1998년 1999년 2000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2.08 17.22 23.28 24.68 25.10 22.03 25.51 27.32 26.01 27.06 29.98
국제유가 강세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세 둔화 및 물가상승 등 초래
위에서 지적한 요인들이 올 4/4분기와 내년에도 이어져 당분간 국제유가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산유국들의 추가생산능력 부재 및 중동지역의 긴장고조 등 최근 유가상승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개선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수요측면에서 보더라도 재고감소, 개도국의 경제성장 등으로 인한 수요증대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시장간섭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세계 석유수요 증가가 지속된다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4~25달러대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동지역에서의 긴장지속 여부 및 겨울철 혹한 등 각종 변수의 추이에 따라 다음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산유국들의 추가증산 등에 힘입어 석유수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올 4/4분기중에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27~28달러를 유지하다가 2001년중에는 연평균 24~2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시나리오Ⅰ).
두번째는 중동에서의 단기적 비상사태, 갑작스런 석유공급의 차질 또는 겨울철의 한파로 수요가 폭증하여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시나리오Ⅱ). 이 경우 시장이 석유수급 및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심리적 불안이 가중되어 올 4/4분기중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대를 유지하다가 내년 1/4분기 이후에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하여 2001년 연간으로는 30달러대 또는 그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제유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세 둔화, 물가상승 및 경상수지 악화 등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시 경제성장률은 0.07%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7%p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10억달러 정도가 악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첫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와 내년의 각종 거시경제 전망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2001년에는 6%대의 경제성장, 3%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50~60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두번째 시나리오 또는 그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는 5%대의 경제성장, 4%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규모를 보면 1998년 112억달러, 1999년 148억달러로서 수입액의 12% 수준을 차지했으나, 2000년에 들어서는 상승추세가 이어져 1~9월중 이미 180억달러를 기록하여 총수입액의 15% 수준으로 증가했고 연간으로는 25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경우 원유를 전량수입하고 있으면서 고유가 부담을 고스란히 수출로 메워야 하는 형편이므로, 이는 결국 국민의 구매력 저하를 야기하고 복지를 축소시키며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고유가 충격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안은 석유소비국들과 협력하여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석유소비절감 시책을 통해 외부충격을 덜 받도록 경제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표 2> 세계 석유수요 및 경제성장 전망
(단위: %)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세계 경제성장률 4.1 2.5 3.4 4.7 4.2
세계 석유수요 변화
OECD
Non-OECD
Non-OECD Asia 2.4
1.0
4.3
5.9 0.7
1.2
0.0
-3.3 1.6
1.2
1.9
1.1 1.3
0.0
3.4
4.5 2.6
1.9
3.6
5.4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EIA, Short-Term Energy Outlook, 2000.9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정부는 고유가와 같은 외부적 충격이 현재의 성장 및 구조개혁 과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변화에 맞추어 거시경제정책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로 구조적인 전환을 해나갈 수 있도록 각종 미시경제정책을 통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우선, 거시경제정책의 경우 국제유가가 첫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올 4/4분기중 배럴당 27~28달러, 2001년중 24~2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재정긴축-금융신축’의 현행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지속함과 동시에 금융ㆍ기업 구조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시급한 4대부문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다.
만일 국제유가가 두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4/4분기중 35달러, 내년중 고유가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물가안정 및 수출경쟁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거시경제정책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두번째 시나리오보다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경제운영계획도 수립중인바, 이 경우 거시경제정책의 기조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도 마련하여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고유가에 대비한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향후 국제유가 추이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시켜 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유가 상승분을 가급적 국내유류가격에 반영하여 시장시스템에 의한 에너지 저소비를 유도하고, 산업용ㆍ가정용ㆍ수송용 등 부문별 에너지 절약시책을 철저히 실천해 나가는 한편, 대체에너지와 해외유전 개발 등 중장기 대책을 병행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방향 아래 정부는 지난 9월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개최하여 ‘고유가의 극복을 위한 에너지 구조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의 省에너지화’ 및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에 역점을 두었다. 우선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절약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행을 위해 R&D투자, 시설합리화투자에 대한 연차적 지원을 제도화하기로 하였다(〈표 3〉 참조). 또한 기존산업의 정보화를 기하고 공정개선 등 에너지 절약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하며 에너지 절약적인 부품소재산업을 집중개발하여 에너지저소비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아울러 혁신적인 에너지 절약형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에너지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확대와 중소기업의 에너지 무료진단 확대 등의 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둘째, 에너지 소비구조의 혁신을 위한 대책들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하여 우선 산업용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에너지 가격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나갈 방침이다. 수송용 유류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구조를 6단계로 나누어 2006년까지 OECD 비산유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전력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요금은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주택용은 중산층 이상 전력다소비층(월 300kWh 이상)에 대해 할증제를 실시하여 에너지이용 합리화 투자재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ㆍ공공기관의 10부제 운행 전면실시 등을 통해 승용차 운행 축소 및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유도해 나갈 것이다.
한편,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해외자원개발, 대체에너지 개발, 석유비축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는 해외자원개발 강화를 위한 대책들이다. 우리의 자주개발 원유 확보율은 1.7%로서 독일의 20%나 일본의 15%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지원규모를 2000년 현재 1,480억원에서 2003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는 한편, 사할린 등 경제성 있는 석유ㆍ가스전 개발 추진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ㆍ보급 강화를 위한 대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풍력ㆍ태양광 등 실용가능한 신에너지 기술개발 및 발굴노력을 강화할 것이며 포철의 폐열이용 난방 및 마포 상암지구의 매립가스 활용 등 미활용 에너지를 활용한 소규모 집단에너지(CES) 보급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셋째, 석유비축 및 원유수입의 적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들을 강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시 정부비축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원유의 경제적 구매를 위한 유가예측능력 제고 및 선물거래 등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해외자원외교 강화 및 對산유국 경협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ㆍ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의 석유장관회담을 지속 추진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을 추진하는 한편, 한ㆍ중ㆍ일 동북아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국제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표 3> 에너지절약 투자에 대한 지원
현 행 2001년부터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5% 10%
산업체 에너지절약 시설자금 지원확충 연간 2,000억원 연간 3,000억원
<표 4> 주요 에너지가격 국제비교
(단위 : 센트/ℓ, 센트/kWh, 달러/㎥)
석유제품 전력 상수도
휘발유 경유 LPG 산업용 가정용
한국 110.5 51.7 29.8 4.7 10 0.26(서울)
일본 99.8 81.0 40.5 14.6 20.7 1.90(동경)
영국 125.2 109.2 - 6.0 12.1 0.98(런던)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체질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요즘보다 더 급속한 유가인상 속에서도 1ㆍ2차 석유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외환보유고가 900억달러를 넘어서는 지금은 예전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보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고유가의 충격이 있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체질전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에너지 절약을 산업과 가계가 체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1ㆍ2차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꾸준히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여 대응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영국ㆍ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의 경우 전량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우리의 GDP 대비 석유소비 규모가 세계적으로 높다는 사실(필자 주 : 영국을 1로 보았을 때 한국은 5.1, 독일 1.1, 일본 1.2, 대만 2.3, 중국 3.4)과, 1991~97년중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OECD 회원국은 1.5%이나 우리나라는 8배 수준인 11.4%라는 사실은 이제라도 강력한 에너지 절약시책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절감 노력은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그간의 경제회복을 통해 구축한 안정적 성장기조가 고유가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의해 소멸되지 않도록 에너지 저소비형의 경제체질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대책들을 통해서 이제는 임시방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에너지 저소비형 체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끝.
<정택환ㆍ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가 등이 국제유가 폭등의 원인
최근의 유가동향을 보면 1999년 3월 OPEC의 감산결정 이후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가파른 상승추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1999년 1월 4일 배럴당 10.47달러였던 두바이 유가는 올해 9월 15일 배럴당 31.70달러까지 치솟아 약 1년 9개월 동안 202.8%나 상승하였다. 비록 지난 9월 10일 OPEC 총회의 하루 80만배럴 증산결정과 9월 22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11월 1일까지 3천만배럴 방출) 결정으로 일시적 진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의 재고감소와 동절기 난방수요 증가, 이라크-쿠웨이트간의 분쟁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당분간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원유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대이다. 세계경제가 1999년 3.4%에 이어 2000년 4.7%, 2001년 4.2%의 고성장세를 이어감(필자 주 : IMF 「세계경제전망」, 2000. 9)에 따라 석유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국가들이 경제회복 과정에서 수요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에도 세계 석유수요는 2000년에 비하여 하루 200만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들의 재고감소를 주원인으로 들 수 있다. 걸프전 이후 오랜 저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석유회사들이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한 적기공급(Just-In-Time)방식을 채택하여 석유재고가 세계적으로 감소하였다. OECD내 민간기업들의 유류재고는 지난 6월말 현재 22억2천만배럴로서 1999년 동기대비 1억8천만배럴, 1998년 동기대비 2억4천만배럴 감소하였다. 특히 지난 8월말 미국 석유재고의 대량감소 소식은 최근의 유가급등을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셋째,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매수를 들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유는 공급초과가 유지되고 있어 유가가 상승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절기를 앞두고 연말수급에 대한 불안감에 편승한 투기적 매수가 유가급등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넷째, OPEC 회원국들의 추가생산능력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올 3월, 7월, 9월의 증산합의에도 불구하고 UAEㆍ나이지리아ㆍ베네수엘라ㆍ이란 등 일부 OPEC 회원국들의 생산실적이 쿼터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자 추가적인 원유생산능력이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유채굴을 둘러싼 이라크-쿠웨이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향후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유가의 급등을 부채질하였다.
<표 1> 두바이 유가 추이
(단위 : 달러/배럴, 평균치)
1998년 1999년 2000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2.08 17.22 23.28 24.68 25.10 22.03 25.51 27.32 26.01 27.06 29.98
국제유가 강세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세 둔화 및 물가상승 등 초래
위에서 지적한 요인들이 올 4/4분기와 내년에도 이어져 당분간 국제유가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산유국들의 추가생산능력 부재 및 중동지역의 긴장고조 등 최근 유가상승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개선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수요측면에서 보더라도 재고감소, 개도국의 경제성장 등으로 인한 수요증대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시장간섭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세계 석유수요 증가가 지속된다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4~25달러대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동지역에서의 긴장지속 여부 및 겨울철 혹한 등 각종 변수의 추이에 따라 다음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산유국들의 추가증산 등에 힘입어 석유수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올 4/4분기중에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27~28달러를 유지하다가 2001년중에는 연평균 24~25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시나리오Ⅰ).
두번째는 중동에서의 단기적 비상사태, 갑작스런 석유공급의 차질 또는 겨울철의 한파로 수요가 폭증하여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시나리오Ⅱ). 이 경우 시장이 석유수급 및 환경변화에 민감해지고 심리적 불안이 가중되어 올 4/4분기중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대를 유지하다가 내년 1/4분기 이후에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하여 2001년 연간으로는 30달러대 또는 그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국제유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경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세 둔화, 물가상승 및 경상수지 악화 등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시 경제성장률은 0.07%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7%p 상승하며 경상수지는 10억달러 정도가 악화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첫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올해와 내년의 각종 거시경제 전망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2001년에는 6%대의 경제성장, 3%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50~60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두번째 시나리오 또는 그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는 5%대의 경제성장, 4%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및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규모를 보면 1998년 112억달러, 1999년 148억달러로서 수입액의 12% 수준을 차지했으나, 2000년에 들어서는 상승추세가 이어져 1~9월중 이미 180억달러를 기록하여 총수입액의 15% 수준으로 증가했고 연간으로는 250억달러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경우 원유를 전량수입하고 있으면서 고유가 부담을 고스란히 수출로 메워야 하는 형편이므로, 이는 결국 국민의 구매력 저하를 야기하고 복지를 축소시키며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고유가 충격에 대비하는 유일한 방안은 석유소비국들과 협력하여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석유소비절감 시책을 통해 외부충격을 덜 받도록 경제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표 2> 세계 석유수요 및 경제성장 전망
(단위: %)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세계 경제성장률 4.1 2.5 3.4 4.7 4.2
세계 석유수요 변화
OECD
Non-OECD
Non-OECD Asia 2.4
1.0
4.3
5.9 0.7
1.2
0.0
-3.3 1.6
1.2
1.9
1.1 1.3
0.0
3.4
4.5 2.6
1.9
3.6
5.4
자료 : IMF, World Economic Outlook
EIA, Short-Term Energy Outlook, 2000.9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정부는 고유가와 같은 외부적 충격이 현재의 성장 및 구조개혁 과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변화에 맞추어 거시경제정책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로 구조적인 전환을 해나갈 수 있도록 각종 미시경제정책을 통해 철저히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우선, 거시경제정책의 경우 국제유가가 첫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올 4/4분기중 배럴당 27~28달러, 2001년중 24~25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면 ‘재정긴축-금융신축’의 현행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지속함과 동시에 금융ㆍ기업 구조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시급한 4대부문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다.
만일 국제유가가 두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4/4분기중 35달러, 내년중 고유가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물가안정 및 수출경쟁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거시경제정책을 신축적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두번째 시나리오보다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경제운영계획도 수립중인바, 이 경우 거시경제정책의 기조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수급 비상대책도 마련하여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고유가에 대비한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향후 국제유가 추이에 관계없이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시켜 나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유가 상승분을 가급적 국내유류가격에 반영하여 시장시스템에 의한 에너지 저소비를 유도하고, 산업용ㆍ가정용ㆍ수송용 등 부문별 에너지 절약시책을 철저히 실천해 나가는 한편, 대체에너지와 해외유전 개발 등 중장기 대책을 병행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기본방향 아래 정부는 지난 9월 15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개최하여 ‘고유가의 극복을 위한 에너지 구조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의 省에너지화’ 및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에 역점을 두었다. 우선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절약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행을 위해 R&D투자, 시설합리화투자에 대한 연차적 지원을 제도화하기로 하였다(〈표 3〉 참조). 또한 기존산업의 정보화를 기하고 공정개선 등 에너지 절약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하며 에너지 절약적인 부품소재산업을 집중개발하여 에너지저소비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아울러 혁신적인 에너지 절약형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해 에너지 벤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확대와 중소기업의 에너지 무료진단 확대 등의 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둘째, 에너지 소비구조의 혁신을 위한 대책들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하여 우선 산업용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등 에너지 가격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나갈 방침이다. 수송용 유류를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구조를 6단계로 나누어 2006년까지 OECD 비산유국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전력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요금은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주택용은 중산층 이상 전력다소비층(월 300kWh 이상)에 대해 할증제를 실시하여 에너지이용 합리화 투자재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ㆍ공공기관의 10부제 운행 전면실시 등을 통해 승용차 운행 축소 및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유도해 나갈 것이다.
한편,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해외자원개발, 대체에너지 개발, 석유비축 강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는 해외자원개발 강화를 위한 대책들이다. 우리의 자주개발 원유 확보율은 1.7%로서 독일의 20%나 일본의 15%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지원규모를 2000년 현재 1,480억원에서 2003년까지 두 배로 확대하는 한편, 사할린 등 경제성 있는 석유ㆍ가스전 개발 추진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정부는 대체에너지 개발ㆍ보급 강화를 위한 대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풍력ㆍ태양광 등 실용가능한 신에너지 기술개발 및 발굴노력을 강화할 것이며 포철의 폐열이용 난방 및 마포 상암지구의 매립가스 활용 등 미활용 에너지를 활용한 소규모 집단에너지(CES) 보급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셋째, 석유비축 및 원유수입의 적정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들을 강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시 정부비축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원유의 경제적 구매를 위한 유가예측능력 제고 및 선물거래 등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해외자원외교 강화 및 對산유국 경협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ㆍ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의 석유장관회담을 지속 추진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을 추진하는 한편, 한ㆍ중ㆍ일 동북아 공동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국제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표 3> 에너지절약 투자에 대한 지원
현 행 2001년부터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5% 10%
산업체 에너지절약 시설자금 지원확충 연간 2,000억원 연간 3,000억원
<표 4> 주요 에너지가격 국제비교
(단위 : 센트/ℓ, 센트/kWh, 달러/㎥)
석유제품 전력 상수도
휘발유 경유 LPG 산업용 가정용
한국 110.5 51.7 29.8 4.7 10 0.26(서울)
일본 99.8 81.0 40.5 14.6 20.7 1.90(동경)
영국 125.2 109.2 - 6.0 12.1 0.98(런던)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체질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져나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요즘보다 더 급속한 유가인상 속에서도 1ㆍ2차 석유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으며, 외환보유고가 900억달러를 넘어서는 지금은 예전보다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보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고유가의 충격이 있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체질전환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 에너지 절약을 산업과 가계가 체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1ㆍ2차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꾸준히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여 대응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영국ㆍ일본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우리의 경우 전량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우리의 GDP 대비 석유소비 규모가 세계적으로 높다는 사실(필자 주 : 영국을 1로 보았을 때 한국은 5.1, 독일 1.1, 일본 1.2, 대만 2.3, 중국 3.4)과, 1991~97년중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OECD 회원국은 1.5%이나 우리나라는 8배 수준인 11.4%라는 사실은 이제라도 강력한 에너지 절약시책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에너지절감 노력은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는 그간의 경제회복을 통해 구축한 안정적 성장기조가 고유가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의해 소멸되지 않도록 에너지 저소비형의 경제체질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대책들을 통해서 이제는 임시방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에너지 저소비형 체제가 뿌리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끝.
<정택환ㆍ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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