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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하반기 경제 5대변수] 전문가 진단

= 자금경색.무역수지.금융개혁.경제팀 리더십.대북문제 =
중견기업 자금난이 최대 복병 <김선걸> 남북정상회담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경제는 꼬여가고 있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어음이 거래조차 되지 않고 시중의 돈은 은행에서만 맴 도는 극심한 신용경색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실을 없 애길 바라는 시장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오히려 부실을 끌어안고 있 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고 되레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 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상회담 이후 주가는 오히려 급격히 빠졌으며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무역수지는 갈수록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도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으며 예상과는 달리 국가신용등급도 좀처럼 오를 분위기 가 아니다.
경제연구소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올하반기부터 경제 곳곳에 주 름살이 오고 성장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중 자금경색 자금시장은 사실상 마비상태다.

M2(총통화량)은 5월 현재 369조원(평 잔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6% 늘어났는데도 기업들은 돈 줄이 말라 있다.
`돈이 남아도는데도 쓸 돈은 없다'는 말은 곧 극도의 불신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의미한다.
문제는 신용경색이 실물부문에 영향을 미치면 서 부실이 심해 퇴출될 기업 뿐 아니라 수익성이 있는 건실한 기업도 부실화시킨다는 것이다.
7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총 5조원 이상으로 신용경색 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우량기업들도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흑자도산 '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의 과감 한 퇴출이다"며 "퇴출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신용경색은 모두가 희생 자가 되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불안요소 `신용경색'은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너무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대우처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기업 정리, 금융구조조정 등 난제가 수두룩 하다. 이외에도 정부의 정책 중 채권시가 평가제와 6월 중으로 예정된 전 금융기관의 부실공개가 기다리고 있다.
또 국회의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있는 지주회사와 은행합병문제가 놓 여있고 예금자보호 축소도 지속적인 관심사다.
금융권은 대우 담보 CP(기업어음)를 80%선에서 매입한다는 정부의 보상계획과 예금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하는 방안, 금융지주회사 법안 등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팀 땜질정책 남발 `불확실성 가중'에는 정부 경제팀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도덕적해 이가 조장되도록 금융기관에 원칙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심각한 자 금경색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보면 지금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시장 상황이 정확한 지 모르겠다"며 "현실에 비해 너무 낙관적인 평가가 아닌지 물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계속적으로 내놓는 정책들도 대증적인 `땜질처방'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제도나 공적자금 투입문제, 채권펀드 조성 등은 모두 설익은 정책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구도하에서 시 간끌기만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꼬집었다.

◇무역흑자 축소 무역흑자 축소문제도 심각하다.

IMF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한 대내외 유동성 확보로 국내 경제의 불을 지피 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년도 경상수지를 -8억 달러로 전망 하는 등 큰 폭의 수지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대외유동성 부족→국내자본시장 축소→자금경색 심화→실물부문에 악영향→수출축소→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 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역수지가 국내 경제의 `생명줄'로 불리는 이 유도 이 때문이다.

◇대북변수 남북정상회담은 평화분위기 조성 등으로 국가신용도에 큰폭의 긍정적 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 고 SOC투자 등은 국내산업에도 활기를 줄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북문제는 또다른 `불확실성'이다. 지난주 영국 파 이낸셜타임즈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남북경협은 신인도에 악영 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화로 환산할 때 550조원, 파이낸셜 타임즈는 1100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북한의 경제정상화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2000.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