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본주의국가들은 어느 나라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의 열풍에 휩쓸려 들게 되었다. 이 글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이 자본주의국가들의 정치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매우 일반적인 측면에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러한 규명에 기초하여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의 가장 심대한 피해자가 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노동자-민중이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지를 매우 일반적인 수준에서나마 제시해 보려고 한다.
1. 신자유주의란?
현시기에 문제되는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적 관계가 만들어내는 제반 문제점과 병폐를 분배문제의 해결 등에 대한 국가개입에 의해 교정하려는 '혁신자유주의' 등과는 달리,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시장경제적 관계로 재편하거나 시장경제적 관계에 최대한 종속시킴으로써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려고 하는 정치적 이념이자 운동이다.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사유화, 유연화, 개방화 등의 구호로 대변되는 이 '신자유주의'는 원래는 1970년대 중반 이래 세계자본주의가 심대한 구조적 불황에 빠져든 이후 그 구조적 불황의 부담을 자국 및 제3세계의 노동자-민중 전체에게 폭넓게 전가시켜 해결하려고 한 선진국 독점자본의 반동적인 공세로서 출현하였다. 신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이른바 '포스트 포디즘적 내지 유연적 생산체제'의 수립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에 의해 뒷받침받고 있는, 현 시기 자유주의의 지배적인 흐름을 대변하는 조류에 속한다.
2. 제2차대전 이후의 선진자본주의체제의 변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이 정치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서는 먼저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선진자본주의체제가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전후로 하여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해 보려고 한다.
2.1.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의 정착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제2차대전을 거치면서 이른바 국가독점자본주의(국독자) 체제가 정착하게 된다. 국독자 체제는 (1) 독점자본의 운동이 경제 전체의 운동에 대해 지배적인 규정력을 행사하며, (2)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보장하는 국가의 가장 일반적인 기능인, 국가에 의한 사법체계의 강권적 보장에 의해 보호받고 있고 독점자본의 운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적 자본주의의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と과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을 보완하는) で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이 자본주의의 재생산과 자본축적을 위한 で단일의 경제조절 메커니즘と으로 융합된 체제를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과 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의 단일의 경제조절 메커니즘으로의 융합'이란 독점자본의 경제적 지배가 만들어내는 경제의 불균형성과 불안정성의 증대 및 경제위기에의 항상적이고 만성적인 노출 등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자본주의 발전의 불가피한 일반적인 경향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때 국가적 경제조절은 어디까지나 시장적 경제조절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 점에서 이 융합은 국가적-정치적 경제조절의 우위가 아니라 시장적 경제조절의 우위 하에서 이루어지며, 가치법칙의 작동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을 변형시키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이 아무리 증대할지라도 자본주의경제는 시장경제체제라는 기본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적 조절매커니즘과 국가적 조절매커니즘의 융합은 시장적 경제조절을 특징지우는 경제의 무정부성 등을 폐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융합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가 만들어내는 경제위기의 표출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표출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데에 기여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이 이루어지는 조건 속에서 경제위기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형태로써 표출되는데, 이는 무엇보다 케인즈주의적인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적 경제조절은 유효수효의 창출, 실질임금의 인상과 같은 케인즈주의적 개입을 통해 과잉생산-과소소비가 가져오는 경제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지니지만, 그 과정은 동시에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 기여하여 '과잉축적 위기'의 발생을 촉진시킨다. 그런데 '과잉축적의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은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의 폐기 및 생산기반의 대대적인 혁신, 실질임금의 감축과 해고,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 등을 요구하게 된다. 이와 같이 '과잉생산(-과소소비)의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은 '과잉축적의 위기'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과잉축적의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은 역으로 '과잉생산(-과소소비)의 위기'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는 상품-화폐관계와 자본 간의 경쟁에 의해 그 운동이 매개되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이 지닌 내적 모순으로 말미암아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축적 과정은 자본축적의 기본요건인 노동력의 재생산을 파괴하는 경향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을 위한 국가의 사회정책적 개입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증대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재생산에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최저수준 이상의 사회정책적 개입은 계급적 힘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국가가 지닌 본질적인 특성에 속한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독자는 이른바 사적 독점자본주의 발전단계 이후의 자본주의발전의 새로운 단계가 아니라, 독점자본주의가 국가의 경재개입을 항상적으로 요구한다느 점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경향적 특성 그 자체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독자체제 하에서 국가는 자본들과의 관계에서 '총자본의 국가'의 형태를 지니면서 실질적으로는 '총독점자본의 국가'로 기능하게 된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 및 이로 인한 지구적 자본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국민경제 및 자본운동을 규제하는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기능이 현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국독자체제의 자체를 폐기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이 약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자본주의의 안정적 재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물론 그 안정적 재생산 역시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 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의 약화에 상응하는 '지구적-세계적 수준의 정치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창출'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수준의 정치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창출이란 제국민국가들 간의 이해조정의 어려움, 초국적독점자본 권력의 강화, 국제적 금융투기 자본의 활동 등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 점에서 자본운동의 지구화-세계화가 진척되면 될 수록 세계자본주의 전체의 불안정성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과정은 세계적 규모에서 '보다 고전적 형태의 경제적 대위기'가 출현할 가능성을 높히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2.2. 국독자체제의 변형과정
선진자본주의체제는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의 발생과 더불어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변화는 한마디로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로부터 '포스트 포디즘적-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로의 이행에 의해 특징지워진다.
(1)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
이 체제는 포디즘적 생산체제에 의해 뒷받침받고 그 정치구조가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국독자체제를 가리킨다. 이때 포디즘적 생산체제란 일관공정시스템의 도입과 노동의 파편화, 작업장에서 실행과 구상의 분리 및 반숙련노동자층의 일반화 등에 기초한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로 특징지워진다. 이 생산체제는 생산직 노동자층을 균일화시키는 가운데 노동자층을 대사업장으로 집결시키기 때문에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규모적인 노동자 파업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을 높힌다. 이로 인해 포디즘적 생산체제 하에서 노동자층의 노조로의 단결이 높은 곳에서는 파업 '예방' 내지 파업을 예견가능하고 통제가능한 것 만드는 것이 자본축적에 커다란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소비제품의 대량생산은 처음으로 내국시장에서의 유효수효 창출문제를 자본축적의 중요한 전제로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로 만들었다. 나아가 현실사회주의권의 성립은 '체제경쟁'문제와 관련하여 '노동자계급의 체제로의 통합'을 시급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배경으로 케인즈주의는 경제이론의 수준을 벗어나 '국가이데올로기'로 격상하게 되었으며, 사회수준에서는 전국적인 수준의 자본가단체와 전국적으로 단결된 일국적 대중노조와의 계급타협 및 정치적으로는 혁신자유주의적인 부르주아정당세력이나 사민주의세력과의 지배연합이나 많든 적든 혁신자유주의적으로 정향된 부르주아정당들 간의 지배연합에 의해 뒷받침받는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가 구축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성립된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는 위기예방과 노동자계급의 체제로의 통합을 추구한 케인즈주의적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체제 하에서 지배블럭은 혁신자유주의세력이나 사민주의세력이 주축이 되어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을 추구하는 '코포라티즘 블럭'의 성격을 지니는데, 크게 보아 (1) '계급타협을 추구한 사민주의세력에 의해 주도된 코포라티즘 불럭'(서구형)과 (2) '뉴딜연합'과 같은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에 찬성한 혁신자유주의세력에 의해 주도된 코포라티즘 불럭'(미국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체제 하에서는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에 찬성한 사회의 자본가층은 물론 '계급타협을 추구하는 대중노조 지도부' 역시 지배블럭의 구성부분에 포함된다. 그리고 일국적인 대중노조들은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을 추구한 사민주의세력의 대중적 기반이 되거나 미국 처럼 혁신자유주의세력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는 가운데 노자 간의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노선을 추구했다. 그리고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의 전형을 이루는 사민주의체제는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프롤레타리아층과 신중간층 간의 (자본주의의 철폐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조건 속에서의) '복지'동맹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과 같은 남유럽의 산업프롤레타리아층은 공산당의 주요한 사회적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의 공산당 역시 실제로는 사민주의적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계급타협체제의 작동에 잠재적 위협은 되었지만, 실제적인 위협은 되지 못했다. 다른 한편, 1968년의 프랑스노동자들의 대투쟁 등은 전후 처음으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을 더욱 완성시키는 데에 기여했지, 이후 노동자들이 다시 체제에 포섭되었기 때문에 반체제운동의 시발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가 정착한 나라에서 이 체제는 노동자대중에 대해 강력한 통합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이 체제 하에서 계급대립의 이슈는 분배와 복지 및 고용창출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운동은 국가와 자본에 대항하고 체제변혁을 추구하는 '대항권력'과 새로운 '역사적 블럭'의 창출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자본 지배를 인정하는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국가 내부의 운동으로 축소되고 체제종속적인 운동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체제변혁적인) '계급운동의 소멸'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계급타협체제의 유지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밑으로부터의 노동자운동을 억압하는 기제가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타협을 위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유지 등을 명분으로 '생산력주의'와 '성장제일주의' 등을 관철시킴으로써 환경문제와 같은, 계급문제로 남김없이 환원되지 않는 제반 사회문제들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문제들을 악화시켰다. 이를 배경으로 이른바 '신사회운동'이 계급운동을 대신하여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부상되었으며, 신사회운동의 정당운동으로의 발전 등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고 노동자계급에 신뢰성을 잃은 많은 학자들은 탈계급적 주변층이나 신사회운동 등에 사회변혁의 기대를 거는 이론들을 제출하기도 했다.
(2) 포스트포디즘적-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
1970년대 중반이후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심대한 구조적 불황을 거치면서 포디즘적 생산체제는 한편으로는 극소전자기술의 발전에 의해 대표되는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를 생산과정에 도입한 '하이테크 자본주의'로 변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 노동자대중의 실질임금의 삭감 등을 동반하는 가운데) 노동력 사용의 기능적-수량적 유연화, 팀-아르바이트제의 도입, 생산과정에서 실행과 구상의 결합을 체현하는 소수의 다기능적 숙련노동자층과 다수의 주변노동자층 및 실업노동자층으로의 노동자층의 분할 등에 기초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서 특징지워지는 이른바 '포스트포디즘적 내지 유연적 생산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또한 불황을 탈피하기 위한 자본의 노력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 및 이른바 '지구적 자본주의체제'의 성립을 촉진시켰다. 이러한 과정들은 세계경제 전체를 제국주의적 초국적 독점자본들의 전일적 지배체제로 만들고, 세계시장에서 작동하는 가치법칙과 경쟁논리에 모든 국민경제들을 종속시키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체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은 위에서 말한 유연적 생산체제의 수립과 지구적 자본주의제제로의 성립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동시에 이 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는, 현 시기 세계자본주의체제의 기본적인 발전 경향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 개편을 추진하는 기본적인 힘은 독점자본과 자유주의적 보수세력 일반이다. 예를 들어 집권한 레이건 정부는 통화주의적 긴축재정의 실시, 소득세의 감세와 공급측면 경제정책의 실시, 복지예산의 감축과 공공부문의 탈규제화 및 예산지출의 삼감, 노동자권리의 축소 등을 추진하면서 이전의 뉴딜적,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를 결정적으로 훼손시켰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국가로의 이행은 선진자본주의국가들에서는 구조적 불황의 심도가 다른 나라들 보다 강하고 노동자계급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영국과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도높게 이루어지고, 그 이후 그러한 이행이 다른 나라들에게까지 확산되어 가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에 안주해 있었던 선진자본주의사회의 '일국적-포드주의적 대중노조' 역시 대체로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가운데 계속 밀리기만 했다. 또한 유럽 남부지역에서 강세를 보인 우파적 사민주의정당들은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일찍감치 굴복한 반면, 스웨덴 사민당과 같은 좌파적 사민주의정당들은 그 나름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대항하였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러 결국 굴복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저항이 강했던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개편의 강도가 약했다.
사민주의 세력이나 기존의 대중노조 지도부가 늦든 빠르든 신자유주의적 요구에 굴복한 것은 무엇보다 계급타협 노선 및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 노선을 추구하는 사민주의운동과 일국적-포디즘적 대중노조운동의 위기와 딜렘마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이들은 대체로 생산성 향성과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의 강화 및 생산입지의 확보 등을 통한 경제성장을 계급타협체제와 사회적 동반자관계 형성을 위한 불가피피한 전제로서 받아 들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분배정의의 구현 등을 내세우면서도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 지배블럭은 신자유주의세력과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사민주의세력(과 노조상층부) 간의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배연합 내에서 사민주의세력은 복지문제와 실업문제의 증대와 더불어 고용문제 등에서 자유주의세력과 대립하고 있지만, 그 대립은 신자유주의적 요구를 기본적으로 수용하는 선 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립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한 우리는 최근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수립된 좌파정부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좌파'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 내의 좌파'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성격은 계급타협과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을 추구하는 노조지도부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은 시장경제적 관계로의 개편을 지지하는 중산층과 노동자 상층을 자신의 중요한 사회적 기반으로 지니고 있으며, 시장경제체제를 지탱하는 '소유적 개인주의 이데올로기'가 신자유주의체제의 포퓨리즘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소득재분배를 위한 사회정책적 개입 등을 최소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는 불가피하게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대중의 삶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유연적 생산체제 하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과정 및 그 일환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무인공장'의 가동 등은 이른바 '기술적 실업'을 비가역적으로 확대시켜 나감으로써 한편으로는 완전 실업층 내지 불안전 실업층을 증대시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파트타임, 일시직,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전개는, 비록 포스트-포디즘체제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더 한층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창출하고 있지만, 체제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증대시키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80년대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노동자계급이 계속 수세적으로 밀린 시기였다면,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인한 피해에 저항하는 밑으로부터의 노동자대중투쟁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들의 투쟁은, 그들의 불만과 요구를 제도화된 신자유주의적 지배구조 내지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 속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과 노조 등을 통해 국가로 대변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됨으로 말미암아 대체로 그러한 제도화된 틀을 깨고 나서는 '직접적인 대중투쟁'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투쟁은 대체로 사민주의정당과 노조상층부의 통제를 넘어서는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고, 노조상층부가 이들의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마지 못해서라도 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 점과 같은 특징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대중투쟁'은 체제내적 운동의 한계를 일정하게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계급적 지배질서 자체에 대한 저항 및 대항권력의 창출을 위한 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이 실제적으로 대항권력의 창출을 위한 운동으로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가는 이들의 투쟁이 앞으로 얼마만큼 사민주의적, 계급타협적 노조의 통제를 벗어난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기본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의 성격이 어떠하든, 이러한 투쟁은 이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간주되어온 계급운동 내지 계급정치를 재활성화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이르면 사회운동의 중심이 신사회운동으로부터 다시 노동자대중의 계급운동으로 이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소유적 개인'으로 원자화-파편화시키는 가운데 경쟁과 업적에 의한 보상체계 하에 종속시키는 '새로운 시민사회적 전체주의체제'를 성립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경쟁과 업적 강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탈락하고 도한있는 층이 중심이 된 인종주의적 차별운동이나 신파시즘적 운동이 대두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영구적 완전실업층 및 반실업층의 빈민화를 촉진시키는 가운데 이들 빈민층의 우범화 현상 등이 광범위하게 진척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실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연동되면서 '사회적 범죄와의 전쟁'이 대외적 안보를 대신하는 내국적 안보를 위한 국가 개입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타락한 형태라 할 수 있는 현 시기 신자유주의체제 하의 사회적-정치적 발전양상은 사회적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재파시즘화냐,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냐'를 다시 현실적인 이슈로서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3. 제3세계에서의 변화
제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선진자본주의가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구가하게 된 것을 배경으로 식민지-반식민지상태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획득한 제3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차관도입 등을 힘입어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제3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후진국의 상태에서 벗어나 이른바 '신흥공업국가'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국은 그러한 '신흥공업국가'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신흥공업국가에서는 국가가 자본축적을 위한 적나라한 도구로 기능한 '민중배제적인 개발독재체제'가 성립되었는데, 이는 그 시기에 선진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중통합적인 민주적 자본주의체제'가 수립된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1980년대 이르러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의 부담이 제3세계로 폭넓게 전가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들을 제외한) 제3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1980년대에 이르러 심대한 '발전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폭발한 민주화투쟁과 민중저항에 힘입어 개발독재체제가 무너졌으며 이들 나라에서도 많든 적든 '민주화과정'이 도입되었다. 1987년 6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민주화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은, 한국경제가 크게 보아 계속 상승국면에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지니지만, 이들 신흥공업국가들에서 나타난 그러한 민주화투쟁의 말미를 장식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이 시기에 이르면 제3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무역장벽의 제거와 개방화 등을 통해 각국의 국민경제들을 전지구적 생산논리와 세계시장에서의 무한경쟁 논리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기제로서 작용한 세계화-지구화가 가하는 거대한 압력 하에 놓이게 되면서 정치,경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강제받게 된다.
무엇보다도 1980년대에 심대한 발전의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에서는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지원하는 댓가로 통화주의적 긴축재정의 실시, 개방화, 자유화, 민영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을 실시하라는 IMF와 세계은행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착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 나라들에서는 1980년대에 이르러 자국시장의 개방과 자국경제의 세계시장으로의 통합이 폭넓게 이루어지면서 대외적인 경제적 종속성이 확대-심화되고 제국주의 초국적 독점자본의 지배 하에 놓인 경제적 식민지와 같은 상태로 전락했으며, 노동자-민중들의 삶 역시 총체적으로 파탄했다. 이러한 사태는 현실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에 의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한 동유럽의 사회에서도 일어났다.
이와는 달리, 구조적 불황의 불균등적인 전개와 그 구조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1980년대에 역설적으로 수출지향적 전략 추구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맞이함으로써 1980년대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은 개방화-세계화의 압력을 자국 (독점)자본의 세계시장에서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세계적 진출을 도모하고 자국자본주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서 활용하기 위해 정치-경제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재편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계화-지구화와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이러한 정치,경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과정은 어디에서나 독점자본으로의 부의 집중과 소득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노동자-민중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들을 크게 훼손시키는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 강력한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들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진전은 내부적으로 커다란 위기에 처하고 있다.
다른 한편,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많든 적든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로 단일화되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자국자본이 세계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거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국가인가, 아니면 그러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거나 상실한 국가인가에 따라 이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들은 크게 보아 (1) 세계시장에서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들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국민적 경쟁국가'(der nationale Wettbewerbsstaat: J. Hirsch의 용어)와 (2)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 보다는 자본의 국적에 상관없이 어떤 자본이든 자국 영토로 자본을 최대한 유치해 세계적 수준에서 생산된 잉여가치의 자국으로의 분배 몫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는 '탈국민적 자본유치국가'로 분화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자본주의국가들만이 아니라 세계자본주의체제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던 제3세계의 국가들 역시 1970년대까지는 그러한 구조적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지향성을 지닌 '국민적 경쟁국가'의 성격을 많든 적든 지니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탈국민적 자본유치국가'는 구조적 불황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더 이상 자국자본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지속시킬 수 없는 나라들에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국가에 속한다.
이러한 국가들과는 달리,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중위적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의 선두주자에 속하는 한국은 '국민적 경쟁국가' 유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기아자동차와 같은 주요기업의 부도사태 등에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을 잃으면서 한국경제는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파산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이로써 '세계화전략'을 적극 추진해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한단계 더욱 높히려는 한국자본의 노력은 오늘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한국경제의 대외적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몰고 올 것이다. 나아가 '자본에 의한 자본의 수탈'이 더욱 강도높게 진척되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더 한층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4.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의 과제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일국 수준에서는 물론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시키고 독점자본으로의 부의 집중을 크게 촉진시킨 반면 '인민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삶을 크게 압박했다. 더욱이 '세계화-지구화'의 압력 속에서 국가경제가 파산상태로 내몰린 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노동자-민중에게 더한층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초국적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한) 독점자본의 세계적 수준에서의 새로운 반동적 공세 내지 위로부터의 새로운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현 시기 노동운동의 당면 투쟁과제는 일국수준에서나 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모든 수준, 모둔 부문에서 전면적으로 맞서 나가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밑으로부터의 노동자대중의 자생적인 투쟁은 그러한 저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쟁 속에서 발현되는 노동자대중의 힘을 결집시켜 관료적이고 계급타협적인 포디즘적 대중노조와 기업종속적인 노조를 기층대중의 투쟁에 뿌리를 둔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노조로 혁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운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피해를 입고 있는 다른 근로대중과의 민중적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에 저항하는 새로운 노동자-민중 불럭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보장,노동강도의 강화 반대, 생활임금의 확보 등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경쟁의 원리'를 '연대의 원리'로, '이윤창출을 위한 생산'을 '필요충족을 위한 생산'으로 대체시키고 노동자-민중 중심의 새로운 연대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운동 및 생산에 대한 민주적-민중적 통제의 확대와 독점자본의 사회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투쟁을 사회 전 영역에서의 민주주의의 확대-심화를 위한 투쟁과 확고히 결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운동 및 진보운동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에 맞서 운동단위들 간의 민주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연대투쟁의 조직화 등을 통해 국제적 연대 역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화-지구화과정은 다른 한편으로 어느 한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의 국제적 파급력을 획기적으로 높히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국 수준에서 다른 나라의 운동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투쟁의 전형을 창출하는 것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큰 세계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96년 말-97년 초 한국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그간의 어떤 저항 보다 강도높은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노조지도부의 타협적 처신 등으로 말미암아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함으로써 투쟁의 전형을 창출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와는 달리, 미국 CPU의 운수노동자파업은 비정규직에 고용된 노동자층의 성공적인 투쟁사례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예를 들어 프랑스의 노동자계급이 자본가의 강도높은 위로부터의 '계급투쟁' 선포에도 불구하고 주35시간제 실시 등을 관철해 낸다면, 그 투쟁은 적어도 유럽 전역에 곧장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밀어닥치고 있는 금융위기의 파고는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세계에 불원간 유례없는 대공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징조로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대공황은 수억, 수십억의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계급투쟁이 다시 극도로 격화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문지방에 서 있다고 하겠다.
1. 신자유주의란?
현시기에 문제되는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적 관계가 만들어내는 제반 문제점과 병폐를 분배문제의 해결 등에 대한 국가개입에 의해 교정하려는 '혁신자유주의' 등과는 달리,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시장경제적 관계로 재편하거나 시장경제적 관계에 최대한 종속시킴으로써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하려고 하는 정치적 이념이자 운동이다.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사유화, 유연화, 개방화 등의 구호로 대변되는 이 '신자유주의'는 원래는 1970년대 중반 이래 세계자본주의가 심대한 구조적 불황에 빠져든 이후 그 구조적 불황의 부담을 자국 및 제3세계의 노동자-민중 전체에게 폭넓게 전가시켜 해결하려고 한 선진국 독점자본의 반동적인 공세로서 출현하였다. 신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이른바 '포스트 포디즘적 내지 유연적 생산체제'의 수립에 의해,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에 의해 뒷받침받고 있는, 현 시기 자유주의의 지배적인 흐름을 대변하는 조류에 속한다.
2. 제2차대전 이후의 선진자본주의체제의 변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이 정치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서는 먼저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선진자본주의체제가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전후로 하여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해 보려고 한다.
2.1.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의 정착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제2차대전을 거치면서 이른바 국가독점자본주의(국독자) 체제가 정착하게 된다. 국독자 체제는 (1) 독점자본의 운동이 경제 전체의 운동에 대해 지배적인 규정력을 행사하며, (2)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보장하는 국가의 가장 일반적인 기능인, 국가에 의한 사법체계의 강권적 보장에 의해 보호받고 있고 독점자본의 운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사적 자본주의의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と과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을 보완하는) で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이 자본주의의 재생산과 자본축적을 위한 で단일의 경제조절 메커니즘と으로 융합된 체제를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적 경제조절 메커니즘과 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의 단일의 경제조절 메커니즘으로의 융합'이란 독점자본의 경제적 지배가 만들어내는 경제의 불균형성과 불안정성의 증대 및 경제위기에의 항상적이고 만성적인 노출 등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자본주의 발전의 불가피한 일반적인 경향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때 국가적 경제조절은 어디까지나 시장적 경제조절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 점에서 이 융합은 국가적-정치적 경제조절의 우위가 아니라 시장적 경제조절의 우위 하에서 이루어지며, 가치법칙의 작동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을 변형시키는 데에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이 아무리 증대할지라도 자본주의경제는 시장경제체제라는 기본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적 조절매커니즘과 국가적 조절매커니즘의 융합은 시장적 경제조절을 특징지우는 경제의 무정부성 등을 폐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융합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가 만들어내는 경제위기의 표출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표출의 형태를 변형시키는 데에 기여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이 이루어지는 조건 속에서 경제위기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형태로써 표출되는데, 이는 무엇보다 케인즈주의적인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적 경제조절은 유효수효의 창출, 실질임금의 인상과 같은 케인즈주의적 개입을 통해 과잉생산-과소소비가 가져오는 경제위기에 대처할 능력을 지니지만, 그 과정은 동시에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 기여하여 '과잉축적 위기'의 발생을 촉진시킨다. 그런데 '과잉축적의 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은 케인즈주의적 국가개입의 폐기 및 생산기반의 대대적인 혁신, 실질임금의 감축과 해고, 노동시간의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 등을 요구하게 된다. 이와 같이 '과잉생산(-과소소비)의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은 '과잉축적의 위기'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과잉축적의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은 역으로 '과잉생산(-과소소비)의 위기'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이는 상품-화폐관계와 자본 간의 경쟁에 의해 그 운동이 매개되는 자본주의적 생산과정이 지닌 내적 모순으로 말미암아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데 자본축적 과정은 자본축적의 기본요건인 노동력의 재생산을 파괴하는 경향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을 위한 국가의 사회정책적 개입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일반적으로 증대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재생산에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최저수준 이상의 사회정책적 개입은 계급적 힘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국가가 지닌 본질적인 특성에 속한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독자는 이른바 사적 독점자본주의 발전단계 이후의 자본주의발전의 새로운 단계가 아니라, 독점자본주의가 국가의 경재개입을 항상적으로 요구한다느 점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경향적 특성 그 자체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독자체제 하에서 국가는 자본들과의 관계에서 '총자본의 국가'의 형태를 지니면서 실질적으로는 '총독점자본의 국가'로 기능하게 된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 및 이로 인한 지구적 자본주의의 출현과 더불어 국민경제 및 자본운동을 규제하는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기능이 현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국독자체제의 자체를 폐기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국가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이 약화되는 가운데에서도 자본주의의 안정적 재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물론 그 안정적 재생산 역시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 국가적 경제조절 메커니즘의 약화에 상응하는 '지구적-세계적 수준의 정치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창출'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수준의 정치적 경제조절 매커니즘의 창출이란 제국민국가들 간의 이해조정의 어려움, 초국적독점자본 권력의 강화, 국제적 금융투기 자본의 활동 등에 대한 규제의 어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 점에서 자본운동의 지구화-세계화가 진척되면 될 수록 세계자본주의 전체의 불안정성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과정은 세계적 규모에서 '보다 고전적 형태의 경제적 대위기'가 출현할 가능성을 높히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2.2. 국독자체제의 변형과정
선진자본주의체제는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의 발생과 더불어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변화는 한마디로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로부터 '포스트 포디즘적-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로의 이행에 의해 특징지워진다.
(1)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
이 체제는 포디즘적 생산체제에 의해 뒷받침받고 그 정치구조가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에 의해 특징지워지는 국독자체제를 가리킨다. 이때 포디즘적 생산체제란 일관공정시스템의 도입과 노동의 파편화, 작업장에서 실행과 구상의 분리 및 반숙련노동자층의 일반화 등에 기초한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로 특징지워진다. 이 생산체제는 생산직 노동자층을 균일화시키는 가운데 노동자층을 대사업장으로 집결시키기 때문에 생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규모적인 노동자 파업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을 높힌다. 이로 인해 포디즘적 생산체제 하에서 노동자층의 노조로의 단결이 높은 곳에서는 파업 '예방' 내지 파업을 예견가능하고 통제가능한 것 만드는 것이 자본축적에 커다란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소비제품의 대량생산은 처음으로 내국시장에서의 유효수효 창출문제를 자본축적의 중요한 전제로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로 만들었다. 나아가 현실사회주의권의 성립은 '체제경쟁'문제와 관련하여 '노동자계급의 체제로의 통합'을 시급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배경으로 케인즈주의는 경제이론의 수준을 벗어나 '국가이데올로기'로 격상하게 되었으며, 사회수준에서는 전국적인 수준의 자본가단체와 전국적으로 단결된 일국적 대중노조와의 계급타협 및 정치적으로는 혁신자유주의적인 부르주아정당세력이나 사민주의세력과의 지배연합이나 많든 적든 혁신자유주의적으로 정향된 부르주아정당들 간의 지배연합에 의해 뒷받침받는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가 구축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성립된 '포디즘적-케인즈주의적 국독자체제'는 위기예방과 노동자계급의 체제로의 통합을 추구한 케인즈주의적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체제 하에서 지배블럭은 혁신자유주의세력이나 사민주의세력이 주축이 되어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을 추구하는 '코포라티즘 블럭'의 성격을 지니는데, 크게 보아 (1) '계급타협을 추구한 사민주의세력에 의해 주도된 코포라티즘 불럭'(서구형)과 (2) '뉴딜연합'과 같은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에 찬성한 혁신자유주의세력에 의해 주도된 코포라티즘 불럭'(미국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체제 하에서는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에 찬성한 사회의 자본가층은 물론 '계급타협을 추구하는 대중노조 지도부' 역시 지배블럭의 구성부분에 포함된다. 그리고 일국적인 대중노조들은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을 추구한 사민주의세력의 대중적 기반이 되거나 미국 처럼 혁신자유주의세력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되는 가운데 노자 간의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노선을 추구했다. 그리고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의 전형을 이루는 사민주의체제는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프롤레타리아층과 신중간층 간의 (자본주의의 철폐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조건 속에서의) '복지'동맹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과 같은 남유럽의 산업프롤레타리아층은 공산당의 주요한 사회적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의 공산당 역시 실제로는 사민주의적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계급타협체제의 작동에 잠재적 위협은 되었지만, 실제적인 위협은 되지 못했다. 다른 한편, 1968년의 프랑스노동자들의 대투쟁 등은 전후 처음으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의 구축을 더욱 완성시키는 데에 기여했지, 이후 노동자들이 다시 체제에 포섭되었기 때문에 반체제운동의 시발로서 기능하지 못했다.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가 정착한 나라에서 이 체제는 노동자대중에 대해 강력한 통합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이 체제 하에서 계급대립의 이슈는 분배와 복지 및 고용창출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운동은 국가와 자본에 대항하고 체제변혁을 추구하는 '대항권력'과 새로운 '역사적 블럭'의 창출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자본 지배를 인정하는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국가 내부의 운동으로 축소되고 체제종속적인 운동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체제변혁적인) '계급운동의 소멸'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계급타협체제의 유지를 잠재적으로 위협하는 밑으로부터의 노동자운동을 억압하는 기제가 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계급타협을 위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의 유지 등을 명분으로 '생산력주의'와 '성장제일주의' 등을 관철시킴으로써 환경문제와 같은, 계급문제로 남김없이 환원되지 않는 제반 사회문제들을 만들어내고 그러한 문제들을 악화시켰다. 이를 배경으로 이른바 '신사회운동'이 계급운동을 대신하여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부상되었으며, 신사회운동의 정당운동으로의 발전 등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고 노동자계급에 신뢰성을 잃은 많은 학자들은 탈계급적 주변층이나 신사회운동 등에 사회변혁의 기대를 거는 이론들을 제출하기도 했다.
(2) 포스트포디즘적-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
1970년대 중반이후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심대한 구조적 불황을 거치면서 포디즘적 생산체제는 한편으로는 극소전자기술의 발전에 의해 대표되는 과학기술 혁명의 성과를 생산과정에 도입한 '하이테크 자본주의'로 변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수 노동자대중의 실질임금의 삭감 등을 동반하는 가운데) 노동력 사용의 기능적-수량적 유연화, 팀-아르바이트제의 도입, 생산과정에서 실행과 구상의 결합을 체현하는 소수의 다기능적 숙련노동자층과 다수의 주변노동자층 및 실업노동자층으로의 노동자층의 분할 등에 기초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서 특징지워지는 이른바 '포스트포디즘적 내지 유연적 생산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또한 불황을 탈피하기 위한 자본의 노력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 및 이른바 '지구적 자본주의체제'의 성립을 촉진시켰다. 이러한 과정들은 세계경제 전체를 제국주의적 초국적 독점자본들의 전일적 지배체제로 만들고, 세계시장에서 작동하는 가치법칙과 경쟁논리에 모든 국민경제들을 종속시키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체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은 위에서 말한 유연적 생산체제의 수립과 지구적 자본주의제제로의 성립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동시에 이 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는, 현 시기 세계자본주의체제의 기본적인 발전 경향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 개편을 추진하는 기본적인 힘은 독점자본과 자유주의적 보수세력 일반이다. 예를 들어 집권한 레이건 정부는 통화주의적 긴축재정의 실시, 소득세의 감세와 공급측면 경제정책의 실시, 복지예산의 감축과 공공부문의 탈규제화 및 예산지출의 삼감, 노동자권리의 축소 등을 추진하면서 이전의 뉴딜적,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를 결정적으로 훼손시켰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국가로의 이행은 선진자본주의국가들에서는 구조적 불황의 심도가 다른 나라들 보다 강하고 노동자계급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영국과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도높게 이루어지고, 그 이후 그러한 이행이 다른 나라들에게까지 확산되어 가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케인즈주의적 계급타협체제에 안주해 있었던 선진자본주의사회의 '일국적-포드주의적 대중노조' 역시 대체로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가운데 계속 밀리기만 했다. 또한 유럽 남부지역에서 강세를 보인 우파적 사민주의정당들은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일찍감치 굴복한 반면, 스웨덴 사민당과 같은 좌파적 사민주의정당들은 그 나름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대항하였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러 결국 굴복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저항이 강했던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개편의 강도가 약했다.
사민주의 세력이나 기존의 대중노조 지도부가 늦든 빠르든 신자유주의적 요구에 굴복한 것은 무엇보다 계급타협 노선 및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 노선을 추구하는 사민주의운동과 일국적-포디즘적 대중노조운동의 위기와 딜렘마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이들은 대체로 생산성 향성과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의 강화 및 생산입지의 확보 등을 통한 경제성장을 계급타협체제와 사회적 동반자관계 형성을 위한 불가피피한 전제로서 받아 들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분배정의의 구현 등을 내세우면서도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 지배블럭은 신자유주의세력과 그러한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기본적으로 지지하는 사민주의세력(과 노조상층부) 간의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배연합 내에서 사민주의세력은 복지문제와 실업문제의 증대와 더불어 고용문제 등에서 자유주의세력과 대립하고 있지만, 그 대립은 신자유주의적 요구를 기본적으로 수용하는 선 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립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한 우리는 최근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수립된 좌파정부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좌파'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 내의 좌파'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성격은 계급타협과 사회적 동반자관계 수립을 추구하는 노조지도부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은 시장경제적 관계로의 개편을 지지하는 중산층과 노동자 상층을 자신의 중요한 사회적 기반으로 지니고 있으며, 시장경제체제를 지탱하는 '소유적 개인주의 이데올로기'가 신자유주의체제의 포퓨리즘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소득재분배를 위한 사회정책적 개입 등을 최소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국독자체제는 불가피하게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대중의 삶을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유연적 생산체제 하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과정 및 그 일환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무인공장'의 가동 등은 이른바 '기술적 실업'을 비가역적으로 확대시켜 나감으로써 한편으로는 완전 실업층 내지 불안전 실업층을 증대시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파트타임, 일시직,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태전개는, 비록 포스트-포디즘체제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더 한층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창출하고 있지만, 체제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불만과 저항을 증대시키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1980년대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노동자계급이 계속 수세적으로 밀린 시기였다면,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인한 피해에 저항하는 밑으로부터의 노동자대중투쟁이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들의 투쟁은, 그들의 불만과 요구를 제도화된 신자유주의적 지배구조 내지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 속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과 노조 등을 통해 국가로 대변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됨으로 말미암아 대체로 그러한 제도화된 틀을 깨고 나서는 '직접적인 대중투쟁'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투쟁은 대체로 사민주의정당과 노조상층부의 통제를 넘어서는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고, 노조상층부가 이들의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마지 못해서라도 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을 만들고 있는 점과 같은 특징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대중투쟁'은 체제내적 운동의 한계를 일정하게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계급적 지배질서 자체에 대한 저항 및 대항권력의 창출을 위한 운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이 실제적으로 대항권력의 창출을 위한 운동으로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는가는 이들의 투쟁이 앞으로 얼마만큼 사민주의적, 계급타협적 노조의 통제를 벗어난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기본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의 성격이 어떠하든, 이러한 투쟁은 이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간주되어온 계급운동 내지 계급정치를 재활성화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이르면 사회운동의 중심이 신사회운동으로부터 다시 노동자대중의 계급운동으로 이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은 사회구성원 모두를 '소유적 개인'으로 원자화-파편화시키는 가운데 경쟁과 업적에 의한 보상체계 하에 종속시키는 '새로운 시민사회적 전체주의체제'를 성립시키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경쟁과 업적 강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탈락하고 도한있는 층이 중심이 된 인종주의적 차별운동이나 신파시즘적 운동이 대두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영구적 완전실업층 및 반실업층의 빈민화를 촉진시키는 가운데 이들 빈민층의 우범화 현상 등이 광범위하게 진척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실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연동되면서 '사회적 범죄와의 전쟁'이 대외적 안보를 대신하는 내국적 안보를 위한 국가 개입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타락한 형태라 할 수 있는 현 시기 신자유주의체제 하의 사회적-정치적 발전양상은 사회적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재파시즘화냐,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냐'를 다시 현실적인 이슈로서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3. 제3세계에서의 변화
제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선진자본주의가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구가하게 된 것을 배경으로 식민지-반식민지상태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획득한 제3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차관도입 등을 힘입어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제3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후진국의 상태에서 벗어나 이른바 '신흥공업국가'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한국은 그러한 '신흥공업국가'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신흥공업국가에서는 국가가 자본축적을 위한 적나라한 도구로 기능한 '민중배제적인 개발독재체제'가 성립되었는데, 이는 그 시기에 선진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민중통합적인 민주적 자본주의체제'가 수립된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1980년대 이르러 세계자본주의체제가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기에 접어들게 되면서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황의 부담이 제3세계로 폭넓게 전가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들을 제외한) 제3세계의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1980년대에 이르러 심대한 '발전의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폭발한 민주화투쟁과 민중저항에 힘입어 개발독재체제가 무너졌으며 이들 나라에서도 많든 적든 '민주화과정'이 도입되었다. 1987년 6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민주화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은, 한국경제가 크게 보아 계속 상승국면에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지니지만, 이들 신흥공업국가들에서 나타난 그러한 민주화투쟁의 말미를 장식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 이 시기에 이르면 제3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무역장벽의 제거와 개방화 등을 통해 각국의 국민경제들을 전지구적 생산논리와 세계시장에서의 무한경쟁 논리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기제로서 작용한 세계화-지구화가 가하는 거대한 압력 하에 놓이게 되면서 정치,경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강제받게 된다.
무엇보다도 1980년대에 심대한 발전의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에서는 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지원하는 댓가로 통화주의적 긴축재정의 실시, 개방화, 자유화, 민영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을 실시하라는 IMF와 세계은행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착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 나라들에서는 1980년대에 이르러 자국시장의 개방과 자국경제의 세계시장으로의 통합이 폭넓게 이루어지면서 대외적인 경제적 종속성이 확대-심화되고 제국주의 초국적 독점자본의 지배 하에 놓인 경제적 식민지와 같은 상태로 전락했으며, 노동자-민중들의 삶 역시 총체적으로 파탄했다. 이러한 사태는 현실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적 충격요법'에 의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한 동유럽의 사회에서도 일어났다.
이와는 달리, 구조적 불황의 불균등적인 전개와 그 구조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1980년대에 역설적으로 수출지향적 전략 추구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맞이함으로써 1980년대에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은 개방화-세계화의 압력을 자국 (독점)자본의 세계시장에서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세계적 진출을 도모하고 자국자본주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서 활용하기 위해 정치-경제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재편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계화-지구화와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이러한 정치,경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과정은 어디에서나 독점자본으로의 부의 집중과 소득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노동자-민중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들을 크게 훼손시키는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 강력한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들 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진전은 내부적으로 커다란 위기에 처하고 있다.
다른 한편,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많든 적든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로 단일화되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자국자본이 세계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지니고 있거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국가인가, 아니면 그러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거나 상실한 국가인가에 따라 이 신자유주의적 기업국가들은 크게 보아 (1) 세계시장에서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민들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국민적 경쟁국가'(der nationale Wettbewerbsstaat: J. Hirsch의 용어)와 (2) 자국자본의 국제경쟁력 강화 보다는 자본의 국적에 상관없이 어떤 자본이든 자국 영토로 자본을 최대한 유치해 세계적 수준에서 생산된 잉여가치의 자국으로의 분배 몫을 늘리는 데에 주력하는 '탈국민적 자본유치국가'로 분화하고 있다. 그런데 선진자본주의국가들만이 아니라 세계자본주의체제에 구조적으로 종속되어 있었던 제3세계의 국가들 역시 1970년대까지는 그러한 구조적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지향성을 지닌 '국민적 경쟁국가'의 성격을 많든 적든 지니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탈국민적 자본유치국가'는 구조적 불황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더 이상 자국자본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지속시킬 수 없는 나라들에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자본주의국가에 속한다.
이러한 국가들과는 달리,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중위적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의 선두주자에 속하는 한국은 '국민적 경쟁국가' 유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기아자동차와 같은 주요기업의 부도사태 등에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을 잃으면서 한국경제는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파산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이로써 '세계화전략'을 적극 추진해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한단계 더욱 높히려는 한국자본의 노력은 오늘날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한국경제의 대외적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몰고 올 것이다. 나아가 '자본에 의한 자본의 수탈'이 더욱 강도높게 진척되고 노동자-민중의 삶이 더 한층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4.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의 과제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사회질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일국 수준에서는 물론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운동의 자유'를 극대화시키고 독점자본으로의 부의 집중을 크게 촉진시킨 반면 '인민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삶을 크게 압박했다. 더욱이 '세계화-지구화'의 압력 속에서 국가경제가 파산상태로 내몰린 나라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노동자-민중에게 더한층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 과정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초국적 독점자본을 중심으로 한) 독점자본의 세계적 수준에서의 새로운 반동적 공세 내지 위로부터의 새로운 계급투쟁의 결과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현 시기 노동운동의 당면 투쟁과제는 일국수준에서나 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의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모든 수준, 모둔 부문에서 전면적으로 맞서 나가는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밑으로부터의 노동자대중의 자생적인 투쟁은 그러한 저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쟁 속에서 발현되는 노동자대중의 힘을 결집시켜 관료적이고 계급타협적인 포디즘적 대중노조와 기업종속적인 노조를 기층대중의 투쟁에 뿌리를 둔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노조로 혁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운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피해를 입고 있는 다른 근로대중과의 민중적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지배연합에 저항하는 새로운 노동자-민중 불럭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무엇보다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보장,노동강도의 강화 반대, 생활임금의 확보 등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경쟁의 원리'를 '연대의 원리'로, '이윤창출을 위한 생산'을 '필요충족을 위한 생산'으로 대체시키고 노동자-민중 중심의 새로운 연대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운동 및 생산에 대한 민주적-민중적 통제의 확대와 독점자본의 사회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투쟁을 사회 전 영역에서의 민주주의의 확대-심화를 위한 투쟁과 확고히 결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노동자-민중운동 및 진보운동은 자본운동의 세계화-지구화에 맞서 운동단위들 간의 민주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연대투쟁의 조직화 등을 통해 국제적 연대 역시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화-지구화과정은 다른 한편으로 어느 한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의 국제적 파급력을 획기적으로 높히는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국 수준에서 다른 나라의 운동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투쟁의 전형을 창출하는 것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더 큰 세계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96년 말-97년 초 한국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그간의 어떤 저항 보다 강도높은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 투쟁은 노조지도부의 타협적 처신 등으로 말미암아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지 못함으로써 투쟁의 전형을 창출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와는 달리, 미국 CPU의 운수노동자파업은 비정규직에 고용된 노동자층의 성공적인 투쟁사례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예를 들어 프랑스의 노동자계급이 자본가의 강도높은 위로부터의 '계급투쟁' 선포에도 불구하고 주35시간제 실시 등을 관철해 낸다면, 그 투쟁은 적어도 유럽 전역에 곧장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밀어닥치고 있는 금융위기의 파고는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된 세계에 불원간 유례없는 대공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징조로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대공황은 수억, 수십억의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계급투쟁이 다시 극도로 격화하게 될 새로운 시대의 문지방에 서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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