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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신자유주의의 반여성적 성격

- 이숙진 (여성학강사)


IMF, 신자유주의, 유연화와 '성' 변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불완전성을 국가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한 케인즈주의적 경제정 책이 실패한 이후 '시장실패'보다는 '정부실패'가 더 문제시되면서 시장경제 원리의 회복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는 세계경제의 지배적 질서로 등장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또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자본의 전횡은 기업의 '재구조화'를 통용 어로 사용하며 이를 위한 비용절감과 노동에 대한 통제를 '유연화'의 이름으로 실행하고 있다. 진정한 자본주의의 발현으로 지적되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노동자에게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 주는가.

최근 우리가 경험하는 'IMF 시대'는 자본의 무한히 자유로운 이동성이 노동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의 탈숙련화,노동의 여성화, 노동의 가정주부화, 노동의 임시직화 그리고 노동의 주변화가 그 결과이다.1)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는 시장경제가 여성에게 착취를 주는지, 아니면 해방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 페미니스트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비판되어 왔다. 신자유주의의 반여성적 성격은 초국적 자본과 가부장적 성별분업의 결탁에 의해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과 무역의 자유화를 특징으로 국가 개입의 최소화와 자본과 시장의자유를 최대화 하려는 신자유주의는 경쟁력 강화 논리를 통해 여성 노동의 가치를 절하하거나, 여성을 유연화의 주된 대상으로 삼는 성 편견과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성 편견의 밑바닥에는 남성- 생산 노동(직장), 여성-재생산 노동(가정)의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유지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여성이 무임으로 수행하는 재생산노동을 무시하고 자본의 이해인 생산성을 잣대로 하여 여성노동력을 저임금, 저지위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 제적 경제논리는 노동생산성에 대한 정확한 측정 자체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보?생산성이 낮으므로 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논리가 유지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사와 양육 책임의 비경제적 요소가 개입되면서 여성들은 저지위의 최하층노동력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노동력분절에 의한 여성차별화는 남성생계부양자 논리에 의해 여성의 노동은 남성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강화 시켰고, 여성의 가정 밖 노동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는 형태로 작동하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노동권을 남편이나 아버지에 귀속시킴으로써 성별분업 논리를 이용한 유연 화전략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언제라도 가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임시노동자로 여성을 간주하는 신자유주의는 불평등한 남녀관계와 성별분업의 논리를 통해 자본축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유연화와 여성노동력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여성노동력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은 노동시장의 최전선에서 고용불안을 맞이한 계층이라 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본의 국제적경쟁 심화와 점진적인 이윤율 하락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과 경영합리화를 위한 업구조조정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의류, 신발 등 여성집중 산업에서의 도산, 폐업, 해외이전 등으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은 대량 실업을 겪게 되었다. 또한 개별기업에서는 노동력 이용의 탄력적 사용을 통한 경비절감과 자동화, 작업조직 개편을 통한 감량경영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유연화 전략은 개별기업 이 고용량 조절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또는 고용불안정을 기초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민 사용되었다. 유럽식의 '협력적 유연화'2)도, 다능공 화에 의한 '기능적 유연화'도 아닌 수량적 유연화에 의한 임시직, 시간제, 용역직, 계약직, 외주하청 등의 비정규직화가 노동자들간의 차별화를 이끌었고 자본의 노동에 대한 지배력 을 강화시켰다. 이러한 수량적 유연화의 주된 대상은 여성이었다. '차별. 배제되는 노동계층' 으로 분류된 여성노동자는 여성이라는 신분에 의해 가장 먼저 비정규직화되는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노동력의 여성화가 진전되었으며 그것은 곧 여성고용의 증가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변화는 서비스 경제성장과 경쟁적인 재구조화 과정에서 유연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규정되는 여성노동력의 질적변화를 수반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여성들은 더욱 양극화 된 소득분배 구조에 의해 생계비에 못 미치는 낮은 임금으로 고용되며 동시에 각종복지로부터 배제되어야 하는 최하위노동력으로 시장경제를 떠받치고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교묘한 결탁

왜 여성들이 유연화의 주된 대상인가에 관하여는 가족내 성별분업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성( 이미 사회조직에 체계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노동시장의 분절과 환경적인 변화가 여성노동을 재구조화한다. 여성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그들의 남는 시간을 활용한다는 의미로 노동시장 참여가 고무되었다.

파트타이머의 여성화는 이러한 전제와 방침으로 구축된 것이며, 자본이 필요로 하는 저임 노동력에 대한 이해관계와 가부장제가 필요로 하는 여성 가사전담자의 이해관계가 결탁된 노동시장의 모습이며 이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세력의 균형에 있어서 일시적인 형태가 아닌 장기간의 성별구조화를 가져오는 형태로 작동한다. 결국 여성들의 주변화된 노동력으로서의 각종 비정규직화에 의한 고용불안정은 국내에서 IMF를 경험하는 선발대로서 여성노동자들에게 미리 경험되었고, 비정규직의 여성화는 최근과 같은 고용불안의 상황에서 정규직 보신주의 와 맞물려 비정규직 여성들의 계약해지와 무차별한 해고가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지조차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문제점은 여성이 생존을 위하여 남미로 노동하는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러한 논리의 작동으로 여성들의 비정규직화 와 우선적 해고라는 상황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위와 같은 결합을 이해할 때 평생 평등한 여성의노동권에 대한 주장은 당연한 귀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지표는 객관적 수치로 표시되는 여러 통계적 자료들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최근 IMF로 인한 실업증가의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최근의 고용상황은 실업률 증가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여성의 경제활 동참가율이 증가함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의 실업률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고 하는 평가는 여성실업자에 대한 배제를 기초로 이루어진 것이다. 즉 여성들에게 취업은 오래전 부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였다. 구직단념자가 늘어나고 기혼여성의 재취업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이들은 실업자로 계산되지 않았다.

대부분 노동시장에서 퇴출한 것으로 간주되어 가사나 학업을 이유로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과소평가된 실업률 지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97년 3/4분기의 경우 남자가 0.1% 증가하여 2.3%, 여자가 0.6% 증가하여 1.9%로 나타났다. ?업률의 증가폭은 여성이 월별 전체 실업률은 여자보다 남자가 높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공황이나 경제적 위기는 기혼여성의 실업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가족생계를 위해 소득활동에 대한 여성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모순된 역할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불황이라 할지라도 소득을 위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는 비율상의 수치만을 의미할 뿐이며 가사전담이라는 주부 역할로 인해 경제적으로 활동할 의사가 없는 자로 간주되는 여성 비경제 활동인구는 97 년 2/4분기와 3/4분기 동안19만 3천명이나 증가했다(통계청 사회통계과, 1998). 이는 여성의 노동권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IMF라는 경제위기직전까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공식적 영역에서는 경력있는 여성까지 ' 가정으로 돌아갈 것'을 고무하면서 동시에 소득저하로 인해 '벌이있는 여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여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여성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져다 주면서 비공식 부문으로의 여성진출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차별없는 평생평등 노동권확보

자본의 공세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업고서 그 영향력을 증폭시켰다. 공황과 경제적 위기는 보수화를 부채질하며, 국가나 자본은 전통적인 성별분업을 위기의 처방으로 사용했다. 공식적인 노동시장으로부터 여성들을 우선 몰아내고 주부의 역할을 알뜰히 수행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라고 한다. 어디서든지 가장의 실직은 가족생계를 불안하게 하지만 여성의 실직은 돌아갈 가족이 있는 것으로 무화된다. 기업은 공공연하게 우선정리해고 1순위로 살생부의 명단을 여성으로 채워간다. "빨리 시집이나 가라" "남편이 돈을 버니 그만둬 도 되지 않느냐" "아이딸린 사무직 기혼여성이 1차 정리해고 대상"(동아일보 98년 1월6일 자)이라는 말들이 스스럼없이 내뱉어지고 있다. 노동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처럼 동료 여성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듯이 노동진영의 성차별주의가 고개를 들 때 노동자분리는 무차별하게 확산 될 것이 분명하고 정규직 노동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 고령자와 젊은 노동자간, 상사와 하급자간, 동료간에 경쟁만이 남을때 연대와 협동을 위한 투쟁?불가능하다.

보수화 될수록, 총체적 위기가 강조될수록 다양한 사회적 행위 주체들은 입다물기를 강요받는다. 지금이 어느 때인 데라든가 그런 문제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획일화의 강조는 위기만큼이나 위험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은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되고 가시화 되어야 한다. 여성들이 초국적 자본의 무차별한 파괴와 충격을 흡수하는 희생양일될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성 편견과 성불평등을 내재한 신자유주의 반여성적 성격을 간과할 때 차별화 된 사회구조에 의한 삶의 양극화와 분리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자본주의, 가부장제 그리고 제국주의가 각축하는 격동과 긴장의 시간동안 정부정책도, 노동운동내의 정치도, 언론도, 가족내의 개별 남녀관계도 성차별주의로 낙인찍히는 오류를 범 하지 말아야 한다.

1) Dave Broad(1995), "Globalization versus Labor," Monthly Review Vol.47, Dec.
2) 윤진호는 최근 IMF와 고용문제에 대한 유연화 추진방향으로 협력적 유연화와 시장적 유연화를 구분하고 있으며 도입가능한 방안으로 협력적 유연화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