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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마늘 관세와 지역 분쟁

중국산 마늘의 수입 증가로 국내 마늘 생산 농가의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정부의 수입 관세 인상 조치로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마늘 수입 관세를 30%에서 315%로 대폭 올린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휴대용 전화기 등을 수입 금지함으로써 한국이 입을 손해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국 모두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여파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지는 않으나, 무역에 관한 원론적인 수준에서 몇 가지 사항을 짚어봄으로써 자유무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 경제주체간의 교환과 마찬가지로 국가간에도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한 물건을 자발적으로 교환함으로써 상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즉,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가간 분업으로 양국 모두 이득을 얻어 더 부유해질 수 있다. 비록 상대국이 보호무역을 하는 경우에도 자국은 자유무역을 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마늘의 문제에서 보는 것처럼 자유무역이 양국 모두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되지만 내부적으로 소득 재분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중국산 마늘 수입이 증가하면 한국 시장에서의 마늘 값은 낮아져 소비자는 이득을 보는 반면에 생산자는 손해를 본다. 중국의 경우에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자유무역이 국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많은 나라에서 자유무역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내부적인 소득 재분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마늘 수입 관세를 대폭 올린 것은 일종의 보호무역 정책을 취함으로써 나라 전체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해 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마늘 농가뿐만 아니라 한국의 농업이 특별히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 한, 정부의 일시적인 관세 인상 등의 보호 정책으로는 자유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감소시킬 뿐, 농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비교우위나 열위라는 것이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이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노력과 그에 따른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에는 미국의 저소득층이 사용하던 상품의 많은 부분을 한국이 공급하였지만 지금은 중국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한국이 노동집약적인 상품 생산에서 더 이상 비교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었으며, 이제는 미디엄 내지 하이테크 제품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가간 비교우위가 이동하는 것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교열위 작물은 버리고 비교우위 작물에 특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목화와 밀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국내 생산이 중단되었을 때, 농촌 경제와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이 크게 염려되었으나, 그로 인해 농촌 경제가 크게 위축되지도 않았고 이 두 작물이 원료가 되는 상품 소비에도 별다른 애로도 없었다.

둘째, 어떤 특정한 이유에서 마늘 농가의 피해를 일부나마 꼭 보상해 주어야 한다면 소비자가 얻는 이득의 일부를 할애하여 마늘 농가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원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즉, 자유무역의 이득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소득 재분배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된다. 그러나 이는 실제 실행상의 문제 때문에 쉬운 방법은 아니다.

셋째, 한국이 다른 나라에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상품도 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이 지속적인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수입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외국의 수입은 수출을 통하여 벌어들이는 외환이 있어야 가능하다. 수출은 하고 수입은 막겠다는 것은 종국적으로 외국의 수입 능력을 저하시켜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환이란 문자 그대로 쌍방적인 것이지 일방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수출만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무역의 이득을 감소시키고 무역마찰을 유발할 뿐이다. 한국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량이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량보다 훨씬 많은 현상도 무역 분쟁을 유발할 소지를 안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외국 승용차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취할수록 무역분쟁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제도나 정책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자연인을 부도덕한 사람이나 범법자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관세로 인해 국내 마늘 값이 높으니 자연히 밀수의 유인도 생길 것이고, 편법 수입이나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는 등의 상거래가 생겨나는 것이다. 경제적 유인을 좇는 평범한 자연인을 비난하기 전에 제도나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번 마늘 분쟁이 자유무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