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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일본의 선택

지난주(8월 11일) 일본은행은 콜금리를 0.25%로 인상하였다. 이로써 일본은 제로금리를 채택한지 1년 5개월만에, 그리고 초저금리를 시작한지 6년여만에 금리정책을 선회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의 정책선회는 정부의 반대도 컸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이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이제까지 지상에 보도된 평가는 매우 단편적이다. 즉, 80년대의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디플레이션이라는 경기하강과 물가 하락, 그리고 그것이 다시 경기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여 금리를 내렸던 것이고, 금리를 내림으로써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고 기업수지를 호전시켜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부도기업을 줄이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며, 희망컨대 경기도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장률 3%대를 달성할 때에는 즉, 그 정도의 경기가 회복된 후에는 금리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일면만을 본 것이다. 즉 금리정책을 일본의 소비와 투자수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 무역국의 하나다. 자본시장도 열려 있다. 이런 무역과 자본 거래 측면을 무시한 분석은 반편에 불과하다.

우선 무역면을 들여다보자. 일본이 금리를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아 올리면 뉴욕에 나가 있는 일본의 막대한 저축이 국내로 들어 올 것이다. 이때 환율은 내려서 엔고(円高)현상이 일어나며 일본의 수출기업은 어려워지고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중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늘고 이 수입을 통해 세계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으며 일본은 그 대신 경제후생은 높아지고 세계경제에 공헌케 되지마는 자국의 수출산업은 해외이전이 불가피하고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수출중심의 일본경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해보겠다는 속셈에 다름 아닌 것이다. 즉 지금처럼 매년 천오백억 달러나 되는 국제수지 흑자라는 현찰을 벌면서 수입은 안하고 돈만 쌓겠다는 극히 이기적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세계시장은 일본의 우유부단한 정책을 안타까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변하지 않는 경제는 결국 쇠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계속 잠을 잔다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일본이 경제학을 게을리 한다면 그것도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일본이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또 한국이 덕보는 것을 배아파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남을 오점이 될 것이다.

일본이 새로운 디지털시대에 진입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고통을 피하려 할 때 그것은 세계경제에의 공헌을 회피하는 것이며 당장의 이익때문에 장차를 포기하는 것이다. 비록 한국과 같이 환란이라는 깜짝쇼를 겪지는 않았지마는 일본도 결국은 같은 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다는 것은 일본이 세계경제 부양을 위해 담당해야할 응분의 의무를 저버리고 굴뚝산업을 보호함으로써 결국은 세계경제에도 기여치 못하고 디지털혁명기를 눈감고 지냄으로써 2등 국가로 추락하는 망국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싫고 한국에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못마땅하다하여 그 자신이 서서히 무덤을 판다면 일본은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다.

지난주 뒤늦게나마 일본이 금리인상을 시도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도 국제수지 흑자라는 환상을 버리고 대장성이나 총리실의 정치적 압력을 이기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정상화시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