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유와 LPG와 같은 수송용 유류 가격인상에 관해 논란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신문지상을 통해 경유와 LPG의 가격이 각각 2배와 2.5배로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고 그 후 정부는 LPG 가격에 대해 다소 낮출 의사가 있음을 밝히기도 하였으나 가격인상 발표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매우 분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매우 높은 불신을 표명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서 벗어나 에너지원 중에서 특히 수송용 유류에 관심을 집중하여 가격체계 개편에 대한 논란을 좀 더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수송용 유류 가격개편의 배경
먼저 이번에 수송용 유류에 대한 가격인상안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년동안 에너지부문에서 걷어들이는 세수는 대략 10조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10조원의 세수 중에서 무려 90%가 석유류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또 석유류 세수 중 60%는 휘발유로부터 걷어들이고 있습니다. 석유류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50%임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세제가 세수부담을 석유류에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석유류 내에서도 등유와 B-C유·경유에 대해서는 각각 서민생활 보호와 산업경쟁력 유지를 명목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함에 의한 것으로 그 결과 휘발유에 조세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행정 편의주의에 기인하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책적 이유로 석유류 가격을 규제하다보니 경제에 왜곡을 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왜곡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보다 합리적인 세제와 가격구조로 하루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왜곡된 석유류 가격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것, 특히 휘발유에 과도하게 집중된 조세체계가 별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것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즉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소득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세차원에서의 휘발유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경유나 LPG차가 아닌 승용차를 중심으로 소비를 늘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실용성보다는 외관과 형식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휘발유 승용차가 마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듯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제성이 뛰어난 다른 승합차보다는 고집스럽게 휘발유승용차를 선호한 것도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승용차 선호행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휘발유 승용차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 승합차(다목적차 포함)의 성능이 좋아지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대체차종이 시장에 진입하였으며, 아울러 IMF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중시되기 시작한 점 그리고 일부 불법적인 LPG로의 자동차 연료시스템 개조 등으로 차종과 연료가 다양화되자 경제적 왜곡으로 인한 폐해는 우리 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1999년의 'LPG 승합차 파동'입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가격왜곡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상처는 곪아터진 상태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수송용 유류의 가격수준
순수히 경제적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송용'이라는 똑같은 기능을 하는 유종간 커다란 가격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는 경유나 LPG가 휘발유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학적으로는 최소한 같거나 오히려 경유, LPG가 더 비싸야 합니다. 이유를 보면, 우선 LPG의 경우, 상대적으로 청정연료로 평가되고는 있지만 다른 유종에 비해 연비가 형편없이 낮고 주유소보다도 혐오 내지는 위험시설인 충전소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LPG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제품을 따로 수입해야 합니다. 즉 수입원유에서 정제된 양으로는 절대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LPG 제품만 따로 수입한다는 말씀입니다. 소규모 개방국가로서 무역수지 관리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우리나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경유의 경우는 CO, NOx, SOx 등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상 문제점이 있으며,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차량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도로파손 등 사회적 비용을 많이 유발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가 한창인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현재의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을 전제로 할 때 휘발유에 비해 환경적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휘발유가 2∼3배나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정부의 정책적 고려 때문이었습니다. 즉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휘발유로부터는 안정적 세수확보, 경유는 산업경쟁력 보호와 대중교통 지원, LPG는 소외계층 및 대중교통 지원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격을 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을 배제한 채 순수히 수송용 연료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우리 사회가 휘발유보다 경유나 LPG를 선호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환경 및 교통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경유나 LPG가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소비자입장에서의 수송용 유류의 가격수준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가격체계 즉 휘발유와 경유 및 LPG 가격간 차이 하에서는 휘발유 승용차 보유자 중 70%이상과 신규 승용차 대부분은 LPG차로 변경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격체계 개편 없이 무조건 LPG 사용규제를 해제할 경우 사회경제적 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시말해서 부족한 충전소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자동차산업과 정유산업에 미치는 타격과 정부 세수입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서민용, 장애인용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LPG가격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단 이럴 경우 장애인용과 대중교통 수단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송용 유류간 상대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휘발유 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합니다. 물론 휘발유가 많이 싸져서 LPG 가격과 비슷해지면 위와 같은 문제점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휘발유 소비증가에 따른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면에서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원유생산이 전무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 안보나 국제수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유산업의 특성상 휘발유 소비가 는다고 해서 휘발유만을 특별히 많이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교통혼잡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도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어느 면으로 보나 휘발유 가격을 대폭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에너지 가격상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맹목적인 반발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위해 가격왜곡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도록 정부에 민의를 전달할 뿐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여 건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에 대해 발전적 비판과 함께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격체계 개편의 핵심
지금까지 경유·LPG의 가격상승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하였으며, 동시에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가격상승의 바탕에는 합리적인 세제개편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석유류 세제는 경제적 고려가 아닌 정책적 고려에 의해 짜여져 있습니다. 원칙이나 일관성보다는 다른 원인에 기초하였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수확보나 저소득계층 지원, 산업 경쟁력 제고 등 과거의 정책목표를 위해 인위적인 왜곡이 있어왔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21세기에 석유류 세제에서 고려해야 할 보다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인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 교통혼잡,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가격개편에서는 이러한 목적과 원칙에 맞는 세제개편이 꼭 뒤따라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세제는 그대로 유지한 채 가격만 올리려는 구태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듯한데 정부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기존의 세제에 얽힌 각 부처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기득권 유지와 같은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번 가격개편의 핵심은 가격상승이 아니라 세제구조의 개편이어야 합니다. 남아 있는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낳기 마련입니다. 국민들 역시 기존의 왜곡을 치유하지 않으면서 강요되는 고통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는 정책목표 달성에 가격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즉 예를 들어서 장애인 보호와 대중교통 지원이 필요한 경우 지금과 같은 가격보조 형식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격수단을 이용할 때 장점도 있지만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당초의 취지이나 시행에 들어가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어 보호대상이 아닌 계층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입장에서는 가격수단이 매우 쉽고 효과적이며 행정비용 부담도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석유류 가격개편에 따른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반증이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석유류 세제의 개편은 반드시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이번 가격체계 개편에 앞서 정부의 진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수송용 유류가격을 일찍 정상화하지 않고 LPG 가격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LPG로의 불법개조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으며, 그 결과 이러한 혼란이 야기된데 대해 정부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유사사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가격구조하에서 LPG차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 수요증가에 따라 민간회사가 투자를 늘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은 시장체제에 따른 가격기능에 순응한 잘못밖에 없습니다. 이제 이들은 정부의 과실에 따른 비용전가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21세기를 대비하는 보다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가격개편에 따른 세수증가의 대부분은 대중교통수단 확충과 도로의 이용효율화 제고에 투자함은 물론 보호계층에 대한 확실한 보전방법을 강구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울에는 가까운 시기에 새로운 지하철노선이 개통될 예정이고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할 예정인 바 이에 맞추어 버스와 택시의 운송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자가용의 도심진입을 억제하는 한편, 도심 내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이 보다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짧은 거리는 걸어가는 것이 낫도록 보도를 넓히고 횡단보도도 대폭 확충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수송용 유류 가격개편의 배경
먼저 이번에 수송용 유류에 대한 가격인상안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일년동안 에너지부문에서 걷어들이는 세수는 대략 10조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10조원의 세수 중에서 무려 90%가 석유류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또 석유류 세수 중 60%는 휘발유로부터 걷어들이고 있습니다. 석유류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50%임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세제가 세수부담을 석유류에 과도하게 집중시키는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석유류 내에서도 등유와 B-C유·경유에 대해서는 각각 서민생활 보호와 산업경쟁력 유지를 명목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함에 의한 것으로 그 결과 휘발유에 조세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행정 편의주의에 기인하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가 아닌 정책적 이유로 석유류 가격을 규제하다보니 경제에 왜곡을 주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과도한 왜곡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보다 합리적인 세제와 가격구조로 하루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왜곡된 석유류 가격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것, 특히 휘발유에 과도하게 집중된 조세체계가 별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것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즉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소득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조세차원에서의 휘발유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경유나 LPG차가 아닌 승용차를 중심으로 소비를 늘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실용성보다는 외관과 형식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휘발유 승용차가 마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듯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제성이 뛰어난 다른 승합차보다는 고집스럽게 휘발유승용차를 선호한 것도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승용차 선호행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휘발유 승용차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음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 승합차(다목적차 포함)의 성능이 좋아지고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대체차종이 시장에 진입하였으며, 아울러 IMF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중시되기 시작한 점 그리고 일부 불법적인 LPG로의 자동차 연료시스템 개조 등으로 차종과 연료가 다양화되자 경제적 왜곡으로 인한 폐해는 우리 사회의 전면으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1999년의 'LPG 승합차 파동'입니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나마 가격왜곡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상처는 곪아터진 상태입니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수송용 유류의 가격수준
순수히 경제적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송용'이라는 똑같은 기능을 하는 유종간 커다란 가격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는 경유나 LPG가 휘발유의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학적으로는 최소한 같거나 오히려 경유, LPG가 더 비싸야 합니다. 이유를 보면, 우선 LPG의 경우, 상대적으로 청정연료로 평가되고는 있지만 다른 유종에 비해 연비가 형편없이 낮고 주유소보다도 혐오 내지는 위험시설인 충전소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LPG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제품을 따로 수입해야 합니다. 즉 수입원유에서 정제된 양으로는 절대수요량을 충족시키지 못해 LPG 제품만 따로 수입한다는 말씀입니다. 소규모 개방국가로서 무역수지 관리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우리나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경유의 경우는 CO, NOx, SOx 등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상 문제점이 있으며,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차량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도로파손 등 사회적 비용을 많이 유발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국제적으로 논의가 한창인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현재의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을 전제로 할 때 휘발유에 비해 환경적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휘발유가 2∼3배나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정부의 정책적 고려 때문이었습니다. 즉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휘발유로부터는 안정적 세수확보, 경유는 산업경쟁력 보호와 대중교통 지원, LPG는 소외계층 및 대중교통 지원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격을 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을 배제한 채 순수히 수송용 연료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우리 사회가 휘발유보다 경유나 LPG를 선호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환경 및 교통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경유나 LPG가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소비자입장에서의 수송용 유류의 가격수준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가격체계 즉 휘발유와 경유 및 LPG 가격간 차이 하에서는 휘발유 승용차 보유자 중 70%이상과 신규 승용차 대부분은 LPG차로 변경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격체계 개편 없이 무조건 LPG 사용규제를 해제할 경우 사회경제적 혼란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시말해서 부족한 충전소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자동차산업과 정유산업에 미치는 타격과 정부 세수입 감소에 따른 재정악화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서민용, 장애인용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LPG가격의 대폭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단 이럴 경우 장애인용과 대중교통 수단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송용 유류간 상대가격이 문제가 된다면 휘발유 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합니다. 물론 휘발유가 많이 싸져서 LPG 가격과 비슷해지면 위와 같은 문제점은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휘발유 소비증가에 따른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면에서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원유생산이 전무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 안보나 국제수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유산업의 특성상 휘발유 소비가 는다고 해서 휘발유만을 특별히 많이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교통혼잡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도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어느 면으로 보나 휘발유 가격을 대폭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에너지 가격상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도 이에 대한 맹목적인 반발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재발되지 않기위해 가격왜곡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도록 정부에 민의를 전달할 뿐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여 건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고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에 대해 발전적 비판과 함께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격체계 개편의 핵심
지금까지 경유·LPG의 가격상승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하였으며, 동시에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가격상승의 바탕에는 합리적인 세제개편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석유류 세제는 경제적 고려가 아닌 정책적 고려에 의해 짜여져 있습니다. 원칙이나 일관성보다는 다른 원인에 기초하였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수확보나 저소득계층 지원, 산업 경쟁력 제고 등 과거의 정책목표를 위해 인위적인 왜곡이 있어왔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21세기에 석유류 세제에서 고려해야 할 보다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인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 교통혼잡,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가격개편에서는 이러한 목적과 원칙에 맞는 세제개편이 꼭 뒤따라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기존의 세제는 그대로 유지한 채 가격만 올리려는 구태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듯한데 정부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기존의 세제에 얽힌 각 부처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기득권 유지와 같은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투명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번 가격개편의 핵심은 가격상승이 아니라 세제구조의 개편이어야 합니다. 남아 있는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낳기 마련입니다. 국민들 역시 기존의 왜곡을 치유하지 않으면서 강요되는 고통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부는 정책목표 달성에 가격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즉 예를 들어서 장애인 보호와 대중교통 지원이 필요한 경우 지금과 같은 가격보조 형식을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격수단을 이용할 때 장점도 있지만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당초의 취지이나 시행에 들어가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어 보호대상이 아닌 계층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입장에서는 가격수단이 매우 쉽고 효과적이며 행정비용 부담도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폐해는 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석유류 가격개편에 따른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반증이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석유류 세제의 개편은 반드시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이번 가격체계 개편에 앞서 정부의 진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즉, 수송용 유류가격을 일찍 정상화하지 않고 LPG 가격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LPG로의 불법개조 인센티브를 제공하였으며, 그 결과 이러한 혼란이 야기된데 대해 정부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유사사안이 발생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가격구조하에서 LPG차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 수요증가에 따라 민간회사가 투자를 늘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들은 시장체제에 따른 가격기능에 순응한 잘못밖에 없습니다. 이제 이들은 정부의 과실에 따른 비용전가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21세기를 대비하는 보다 경쟁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국민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가격개편에 따른 세수증가의 대부분은 대중교통수단 확충과 도로의 이용효율화 제고에 투자함은 물론 보호계층에 대한 확실한 보전방법을 강구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울에는 가까운 시기에 새로운 지하철노선이 개통될 예정이고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할 예정인 바 이에 맞추어 버스와 택시의 운송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자가용의 도심진입을 억제하는 한편, 도심 내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이 보다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짧은 거리는 걸어가는 것이 낫도록 보도를 넓히고 횡단보도도 대폭 확충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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