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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사설]밀어붙이기 구조조정 안된다

우리경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임금과 재료비 등에서 중국 등 후발 개도국들의 출현에 의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산업을 폐기하고 경쟁력있는 기존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한편 새로이 경쟁력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금융권의 경우도 신속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여 금융불안에 의한 자 금경색과 그에 따르는 경제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금융구조조정이 필 요한 직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

따라서 작금의 금융불안, 경제불안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 한 것은 불안의 주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 특히 재벌기업의 구 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했던 모든 행 위를 부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룹에 소속한 한 기업의 위기 가 그룹 전체로 확산된는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은 원칙적으로 배제 되어야 한다.

또한 재벌의 오너가 지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수단인 계열사간의 상호출자도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유망한 새 사업을 분사형태로 떼어내 기존의 고객, 투자자, 경영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출자 는 제한받아서는 안된다.

전망이 좋으나 시장이 확정되지 않은 새 사업을 기존의 조직내에서 키우고자 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실패하기 때문에 재벌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수만을 문제 삼으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계열사간 거래 규제도 선별적이어야 한다.

2세나 3세에게 불법적으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재벌그룹내 거래는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계열사간 사업상의 거래까지도 무차별적으로 규제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게 된다.

예컨대 완제품 조립 계열사와 부품 생산 계열사간의 거래를 단가 등 으로 문제 삼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국민경제를 해칠 수 있다.

시장에 서의 거래는 가격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 신규 공급처에 대한 정보 획득 문제도 있고 신규공급업체의 신뢰문제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파이어스톤사의 불량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차가 전 복해 적지 않은수의 사람이 사상하였다.

포드차의 일부는 리콜조치로 인해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이와같이 열등한 제품을 납품받아 유통시켜 나중에 자사제품을 회수 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 그러한 비용이 기업 의 구매비용에 추가되므로 전체구매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단순한 가격비교로 그룹 내 계열사간 거래를 부당거래로 간 주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문제되면 대일수입이 늘어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재벌그룹의 계열분리는 그들간의 결별이 되어서는 안된다.

재 벌그룹은 계열분리를 하더라도 그들간의 정보교환은 더욱 긴밀히 유지 되어야 한다.

그룹 분리 후에도 정보는 그룹의 경계를 넘어 교환되고 확산되어야 소속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제고되며 이점에서는 일본의 케이레츠(우 리의 재벌계열사) 소속 기업들간의 활발한 정보교류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는 더 나아가 경쟁관계에 있는 케이레츠간에도 활발히 정보 를 교환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정보의 교환과 활용은 지식경제로의 이행과 국제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이다.

재벌그룹의 지배 구조조정도 그 효과를 정확히 알고 추진할 일이다.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구조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 로 발달된 산업구조를 지닌 선진국에 적합한 구조이며 선진국을 따라 잡아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로는 부적합한 면이 많다.

사외이사 중심의 지배 구조는 기업의 경영의사 결정의 신속성을 저 해하며 특히 위험이 높은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는 적합치 않다.

모험사업에서는 순현가가 영보다 큰가 여부보다는 옵션과 확률 을 고려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재벌그룹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D램 반도체사업에서 전문경영자 위 주의 일본기업들을 추월하는데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계열 사간 상호지급보증이 해소되고 주식시장이 개방되어 오너라도 경영을 잘못하면 회사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사실로서 나타 나고 있다.

회사를 잃지 않더라도 시장에서의 주식투매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 면 사업에 실패한 오너는 결국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최근 의 사태에서 보았다.

이제는 시장이 오너를 처벌하기 때문에 어느 것 이 좋은 지 확실치도 않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기업경영을 어렵게 해서 는 안된다.

구조조정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은 오히 려 한국경제의 성장원동력을 훼손할 우려도 많다.

지금이야말로 무엇 을 버리고 무엇을 유지할 것인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다.

기업경영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아직 도 성장을 무시해서는 안되는 중진국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 야 한다.

<이장호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0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