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말 외환위기를 겪은 지 3년이 지난 지금 경제가 또 다시 국가적 화두로 떠올났다.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과 개혁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MF 졸업을 선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왜 또 이와 같이 심한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는가.
물론 해외 여건의 불리한 변화등 일시적인 요인도 있고 또 내년 상반기 중에는 회복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도 있기는 하나 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 개혁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차원의 일시적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하다는데 어려움의 뿌리가 있는 것이다.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이 경제가 잘 되기를 기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불안과 정책혼선, 집단이기주의의 팽배, 도덕적 법적 아노미 현상 등으로 사회 전체에 불신과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경제의 현실을 두고 제2위기가 올 것이냐 아니냐 하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기서 그 실체를 논의 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될 것은 97년과 같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의 재발 여부가 아니라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될 때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한국 경제가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고 남미처럼 전락하거나 일본식 장기침체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IMF 당국자들까지도 이점을 충고하고 있다.
97년에 우리가 겪은 위기는 대외적인 금융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외환시장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었지만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 내부의 문제로서 금융과 자본시장의 마비에서 촉발되는 상환불능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국민의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경제개혁을 국정목표로 정하고 4대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옳은 방향이었고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많은 일을 하였다. 그러나 국민 경제발전 이란 차원에서 그 성과를 보면 별로 보이는 것이 없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과 철저한 전략이 없고 원칙과 일관성도 없이 미시적인 당면 과제에만 몰두하여 직접 다그치기만 하다보니 오히려 시장이 만신창이가 되고 개혁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금융부문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금융을 임시 구제하고 있을 뿐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국유화나 외국인 지배로 전환되었고 자율기능과 자생력 배양을 통한 금융시장 발전은 후퇴한 것 같고,
기업부문도 실효성도 없는 빅딜과 부실기업 퇴출에만 매달려 실질적인 재벌개혁과 기업의 내적 동력에 의한 경쟁력 제고에는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기업이 불실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공공부문은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해이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노동부문은 기업 금융 공공부문 구조조정에도 필수적인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은 답보상태 이거나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혁정책이 신뢰를 얻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로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적합하고 철저한 전략이 준비되어야 하고, 둘째로 추진방식과 절차의 정당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셋째로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추진의지와 사심 없는 자세의 견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개혁정책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모든 요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실효를 거둘 수가 없었다.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고 불안심리를 불식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정책을 그야말로 겸허한 마음으로 재점검해 보고
문제점은 솔직하게 찾아내어 새로운 추진방안을 재정립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을 성공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첫째로 경제개혁의 방향과 추진전략이 명확하게 잘 정립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혁작업 추진 과정을 보면 무었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무엇을 어떻게 고치겠다는 확실한 비젼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젼과 전략은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에 부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 과정을 보면 개혁의 비젼과 전략이 분명하게 제시되지도 않고 정부주도 하에 미국식 발전 모델의 기준에 따라 재벌개혁과 금융기관 및 기업의 부실을 정리하는 데에만 매달려 온 것 같다.
세계 모든 나라가 문화적 전통과 주어진 환경여건에 따라 나름대로의 발전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도 한국식 발전 모델을 가지고 경제개발을 추진해 왔다. 물론 성공요인도 있고 부작용도 있었다. 그 부작용을 개혁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한국도 세계 속의 일원으로 경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풍토와 체질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고해서 다 잘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강점을 지킬 것은 지키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잘 소화해 나가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벌책임론이 대세를 이루어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정부는 재벌개혁을 제일 먼저 강도 높게 추진하였다.
재벌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재벌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고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우리 경제를 끌고 갈 견인차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재벌을 서구식으로 확 바꿀것인지 구조개선을 통해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면서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역할을 지속하게 할 것인지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재벌정책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비젼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재벌개혁은 뚜렷한 방향과 전략이 없이 상황에 따라 이상과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미국식 모델과 기준에 따른 많은 조치들만 도입 추진하다보니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혼란과 불신만 조장한 결과가 되었다.
초기에 과잉 중복투자를 없앤다고 그렇게도 요란하게 추진한 소위 빅딜조치는 무슨 의미와 무슨 효과가 있었는가.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추진한 그룹회장제와 그룹기획실 폐지나 외부감시제도등의 도입도 실질적인 효과는 없어 보인다.
차입에 의한 방만한 기업 확장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부채 비율을 낮추도록 강제하였으나 편법을 통해 형식적으로만 달성 되었을 뿐 실제 부채 규모는 줄지 않았고 대우같은 경우는 오히려 부채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고 다른 재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동소이한 실정이다.
거꾸로 계열사간 출자한도제를 폐지하므로서 내부지분율은 훨씬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직접 재벌을 맞상대하면서 원칙과 공정성이 훼손되어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개혁에 따른 고통 분담의 한계에 관한 문제이다.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할려면 각 경제주체에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고 일시적인 경기의 충격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어떤때는 신자유주의 원리를 신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복지주의쪽에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상황에 따라 개혁과 경기 활성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래 가지고서는 경제개혁이 성공 할 수가 없다.
우리 형편에 경제개혁도 하고 경기도 활성화하고 복지도 증진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쪽인지 한계와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목표와 시한을 정해놓고 다그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개혁작업은 단시일에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단기간에 뭔가 보여주려고 무리수를 두면 성공하기 어렵고 오히려 안에서 더 큰 문제만 생길 것이다.
둘째로 추진방식과 절차에 정당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응급처방이란 명분으로 정부의 직접 주도 하에 압축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보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압축성장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압축개혁으로 치유한다는 것은 결국 문제점을 가져오게한 원인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원천적으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역시 그 결과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개혁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시장은 가장 공정하면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시장 메카니즘이 원활히 작동 되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이다.이것이 기업과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경제개혁의 기본 방향이다.
정부주도의 구조개혁은 정치논리가 개입되어 원칙이 흐려지고 일관성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지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가장 큰 불신 가운데 하나가 원칙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는 아무리 강한 이익집단이나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원칙대로 시장원리에 따라 무너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실기업 퇴출의 경우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이익을 남기면 살아남고 경쟁에 져서 빚감당도 못하면 사라지게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고 이것이 바로 부실기업 퇴출의 기준도 되는 것이다.
부실기업 퇴출은 은행이 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상시적으로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정부는 제도를 보강하고 감독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몰아가지고 한건의 실적 쌓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경제원리에 맞지 않고 원칙도 기준도 없이 큰 것은 빠지고 작은것들만 남게 되어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도대체 하루에도 몇십개 몇백개기업이 생기고 쓰러지고 하는데 보잘것도 없는 기업 몇십개를 가지고 무슨 큰 실효성이 있다고 그렇게 요란스럽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다보니 은행과 기업이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있고 또 부실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제도를 이용하여 시장에서 퇴출 되지 않고 유리한 금융지원 혜택으로 덤핑등을 통해 오히려 건전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원리를 통해 기업과 경제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개혁의 방향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 보다 우선 책임경영제도를 엄격히 확립하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등 기업퇴출제도를 철저하게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부문 개혁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 처리에 집중해 왔고 부실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혁은 별 진전이 없다.
일부 금융기관의 통폐합 및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과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금융 지원으로 일단 금융시장의 안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적인 책임경영원칙과 진정한 시장기능 확립을 통한 질적인 구조개혁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은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하지만 모든 불실을 공적자금으로만 해결할려고 해서는 안 된다.
150조라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액의 30%에 해당하고 금년 한해 우리나라 총예산액의 한배반이나 되는 엄청난 액수다.
운영관리를 정말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금융기관이 하루빨리 자생력을 회복해서 부실을 줄이는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또 하나 정말 걱정해야 될 것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사실상 공유화 되었고 은행은 수많은 대기업을 지배하게 되어 그야말로 거대한 공공재벌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에 가장 낙후된 분야가 금융시장이고 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책임경영과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것을 개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까지 투입하면서 노력중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오히려 엄청나게 더 큰 개혁대상의 짐덩어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매각하자니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기 매각도 어려운 입장이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지혜를 모아 풀어가야 할 과제다.
셋째로 개혁은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추진의지와 사심 없이 몸을 내던지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작년에 우리 경제가 상당한 호전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IMF 졸업을 선언했다. 작년에 우리 경제가 좋았던 것은 국민들의 합심 노력과 대외 여건의 호전에 따른 일시적인 경기 호황 현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개혁정책의 성공이라고 과신하고 이를 과대 포장하여 선전하는 바람에 정부나 국민이나 다 같이 개혁 의지가 해이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환위기의 충격은 겨우 벗어났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경제구조개혁은 아직 초입 단계에 지나지 않고 금년 들어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투철한 책임의식과 굳건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대중영합적 인기주의에만 연연하면 원칙이 흐려진다. 실적을 과장하여 치적 쌓기에만 급급하면 공허해진다. 자만과 위선과 말 바꾸기는 신망을 잃는다. 핑계와 책임전가는 이기적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오늘의 경제문제는 그럴싸한 말과 이론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요란한 계획만 발표하고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실망만 주게 된다. 이벤트성 한건주의 보다는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지금은 정말 중요한 때다.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새로운 각오가 요망된다
IMF 졸업을 선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왜 또 이와 같이 심한 어려움을 당하게 되었는가.
물론 해외 여건의 불리한 변화등 일시적인 요인도 있고 또 내년 상반기 중에는 회복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도 있기는 하나 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 개혁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차원의 일시적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하다는데 어려움의 뿌리가 있는 것이다.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이 경제가 잘 되기를 기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불안과 정책혼선, 집단이기주의의 팽배, 도덕적 법적 아노미 현상 등으로 사회 전체에 불신과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경제의 현실을 두고 제2위기가 올 것이냐 아니냐 하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기서 그 실체를 논의 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될 것은 97년과 같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의 재발 여부가 아니라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될 때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한국 경제가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고 남미처럼 전락하거나 일본식 장기침체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IMF 당국자들까지도 이점을 충고하고 있다.
97년에 우리가 겪은 위기는 대외적인 금융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외환시장이 붕괴되면서 시작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었지만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 시스템 내부의 문제로서 금융과 자본시장의 마비에서 촉발되는 상환불능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국민의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경제개혁을 국정목표로 정하고 4대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옳은 방향이었고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많은 일을 하였다. 그러나 국민 경제발전 이란 차원에서 그 성과를 보면 별로 보이는 것이 없다.
정부가 명확한 방향과 철저한 전략이 없고 원칙과 일관성도 없이 미시적인 당면 과제에만 몰두하여 직접 다그치기만 하다보니 오히려 시장이 만신창이가 되고 개혁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불신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금융부문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실금융을 임시 구제하고 있을 뿐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국유화나 외국인 지배로 전환되었고 자율기능과 자생력 배양을 통한 금융시장 발전은 후퇴한 것 같고,
기업부문도 실효성도 없는 빅딜과 부실기업 퇴출에만 매달려 실질적인 재벌개혁과 기업의 내적 동력에 의한 경쟁력 제고에는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기업이 불실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공공부문은 집단이기주의와 도덕적해이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노동부문은 기업 금융 공공부문 구조조정에도 필수적인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면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은 답보상태 이거나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혁정책이 신뢰를 얻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로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적합하고 철저한 전략이 준비되어야 하고, 둘째로 추진방식과 절차의 정당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셋째로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추진의지와 사심 없는 자세의 견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개혁정책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모든 요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실효를 거둘 수가 없었다.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고 불안심리를 불식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정책을 그야말로 겸허한 마음으로 재점검해 보고
문제점은 솔직하게 찾아내어 새로운 추진방안을 재정립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을 성공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한 개혁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첫째로 경제개혁의 방향과 추진전략이 명확하게 잘 정립되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혁작업 추진 과정을 보면 무었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무엇을 어떻게 고치겠다는 확실한 비젼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젼과 전략은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기본 방향에 부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 과정을 보면 개혁의 비젼과 전략이 분명하게 제시되지도 않고 정부주도 하에 미국식 발전 모델의 기준에 따라 재벌개혁과 금융기관 및 기업의 부실을 정리하는 데에만 매달려 온 것 같다.
세계 모든 나라가 문화적 전통과 주어진 환경여건에 따라 나름대로의 발전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도 한국식 발전 모델을 가지고 경제개발을 추진해 왔다. 물론 성공요인도 있고 부작용도 있었다. 그 부작용을 개혁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한국도 세계 속의 일원으로 경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풍토와 체질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고해서 다 잘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강점을 지킬 것은 지키면서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잘 소화해 나가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재벌책임론이 대세를 이루어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정부는 재벌개혁을 제일 먼저 강도 높게 추진하였다.
재벌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재벌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고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당분간은 우리 경제를 끌고 갈 견인차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재벌을 서구식으로 확 바꿀것인지 구조개선을 통해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면서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역할을 지속하게 할 것인지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재벌정책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비젼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재벌개혁은 뚜렷한 방향과 전략이 없이 상황에 따라 이상과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미국식 모델과 기준에 따른 많은 조치들만 도입 추진하다보니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혼란과 불신만 조장한 결과가 되었다.
초기에 과잉 중복투자를 없앤다고 그렇게도 요란하게 추진한 소위 빅딜조치는 무슨 의미와 무슨 효과가 있었는가.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추진한 그룹회장제와 그룹기획실 폐지나 외부감시제도등의 도입도 실질적인 효과는 없어 보인다.
차입에 의한 방만한 기업 확장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부채 비율을 낮추도록 강제하였으나 편법을 통해 형식적으로만 달성 되었을 뿐 실제 부채 규모는 줄지 않았고 대우같은 경우는 오히려 부채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고 다른 재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동소이한 실정이다.
거꾸로 계열사간 출자한도제를 폐지하므로서 내부지분율은 훨씬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직접 재벌을 맞상대하면서 원칙과 공정성이 훼손되어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개혁에 따른 고통 분담의 한계에 관한 문제이다.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할려면 각 경제주체에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고 일시적인 경기의 충격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어떤때는 신자유주의 원리를 신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복지주의쪽에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상황에 따라 개혁과 경기 활성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래 가지고서는 경제개혁이 성공 할 수가 없다.
우리 형편에 경제개혁도 하고 경기도 활성화하고 복지도 증진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어느 쪽인지 한계와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목표와 시한을 정해놓고 다그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개혁작업은 단시일에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단기간에 뭔가 보여주려고 무리수를 두면 성공하기 어렵고 오히려 안에서 더 큰 문제만 생길 것이다.
둘째로 추진방식과 절차에 정당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응급처방이란 명분으로 정부의 직접 주도 하에 압축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숨 돌리고 보니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압축성장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압축개혁으로 치유한다는 것은 결국 문제점을 가져오게한 원인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원천적으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역시 그 결과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개혁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시장은 가장 공정하면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시장 메카니즘이 원활히 작동 되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이다.이것이 기업과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경제개혁의 기본 방향이다.
정부주도의 구조개혁은 정치논리가 개입되어 원칙이 흐려지고 일관성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지금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가장 큰 불신 가운데 하나가 원칙과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는 아무리 강한 이익집단이나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원칙대로 시장원리에 따라 무너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부실기업 퇴출의 경우에도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이익을 남기면 살아남고 경쟁에 져서 빚감당도 못하면 사라지게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고 이것이 바로 부실기업 퇴출의 기준도 되는 것이다.
부실기업 퇴출은 은행이 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상시적으로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정부는 제도를 보강하고 감독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몰아가지고 한건의 실적 쌓기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경제원리에 맞지 않고 원칙도 기준도 없이 큰 것은 빠지고 작은것들만 남게 되어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되었다.
도대체 하루에도 몇십개 몇백개기업이 생기고 쓰러지고 하는데 보잘것도 없는 기업 몇십개를 가지고 무슨 큰 실효성이 있다고 그렇게 요란스럽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런 방식으로 처리하다보니 은행과 기업이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있고 또 부실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제도를 이용하여 시장에서 퇴출 되지 않고 유리한 금융지원 혜택으로 덤핑등을 통해 오히려 건전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원리를 통해 기업과 경제를 건강하게 만들려는 개혁의 방향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 보다 우선 책임경영제도를 엄격히 확립하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등 기업퇴출제도를 철저하게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부문 개혁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 처리에 집중해 왔고 부실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혁은 별 진전이 없다.
일부 금융기관의 통폐합 및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과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부실금융 지원으로 일단 금융시장의 안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적인 책임경영원칙과 진정한 시장기능 확립을 통한 질적인 구조개혁이 빨리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은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불가피하지만 모든 불실을 공적자금으로만 해결할려고 해서는 안 된다.
150조라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액의 30%에 해당하고 금년 한해 우리나라 총예산액의 한배반이나 되는 엄청난 액수다.
운영관리를 정말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금융기관이 하루빨리 자생력을 회복해서 부실을 줄이는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또 하나 정말 걱정해야 될 것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사실상 공유화 되었고 은행은 수많은 대기업을 지배하게 되어 그야말로 거대한 공공재벌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에 가장 낙후된 분야가 금융시장이고 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책임경영과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것을 개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까지 투입하면서 노력중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오히려 엄청나게 더 큰 개혁대상의 짐덩어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매각하자니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기 매각도 어려운 입장이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지혜를 모아 풀어가야 할 과제다.
셋째로 개혁은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추진의지와 사심 없이 몸을 내던지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작년에 우리 경제가 상당한 호전을 보임에 따라 정부는 IMF 졸업을 선언했다. 작년에 우리 경제가 좋았던 것은 국민들의 합심 노력과 대외 여건의 호전에 따른 일시적인 경기 호황 현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개혁정책의 성공이라고 과신하고 이를 과대 포장하여 선전하는 바람에 정부나 국민이나 다 같이 개혁 의지가 해이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환위기의 충격은 겨우 벗어났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경제구조개혁은 아직 초입 단계에 지나지 않고 금년 들어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투철한 책임의식과 굳건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대중영합적 인기주의에만 연연하면 원칙이 흐려진다. 실적을 과장하여 치적 쌓기에만 급급하면 공허해진다. 자만과 위선과 말 바꾸기는 신망을 잃는다. 핑계와 책임전가는 이기적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오늘의 경제문제는 그럴싸한 말과 이론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요란한 계획만 발표하고 실행이 따르지 못하면 실망만 주게 된다. 이벤트성 한건주의 보다는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은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지금은 정말 중요한 때다.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의 새로운 각오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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