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금년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한국의 사회보장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란?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은 종전의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것으로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높이며 지급기준을 다양화·세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정부가 보장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였습니다.
종전의 생활보호법은 18세미만의 아동이나 65세 이상의 노쇠한 사람, 임산부,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 기타 생활이 어려운 사람 등으로 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들 중에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나 부양의사가 없는 모든 사람을 보장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의욕적인 사회보장의지를 담고 있으며 기초생활의 보장수준도 상당히 높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의 최저생계비를 1인 가구 32만원, 2인 가구 54만원, 4인 가구 93만원 등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이 월 35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너그러운 것입니다. 실제로 금년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의 생활보호자는 대부분 종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원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소득과 재산으로 이원화하고 재산의 경우 시가로 평가한 순재산의 규모 외에 자동차, 주택, 토지 등의 실물자산의 보유 또는 임대상황까지 고려합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인 93만원 이하이어야 하며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이 3,2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주택의 전용면적이 일정규모 이상이거나 승용차를 보유한 경우, 소유농경지면적이 일정규모 이상인 농업종사가구 등의 경우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연령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훌륭한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비록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 설레는 국가목표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도를 지닌 제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지닌 제도라도 사회경제적 현실에 맞지 않으면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선정을 베풀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만 내세우며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금년 10월 1일에 시행되었기 때문에 아직 시행상의 문제와 정책효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구조 및 행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습니다.
첫째, 정부의 행정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생활보호법은 다같이 국민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해석하기에 따라 급여수준을 높이고 수급자의 범위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생활보호에 소요되는 정부예산이 금년의 1조 8천억 원에서 2001년에는 약 2조 8천억 원으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요예산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수급권자의 범위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다른 이유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는 2003년에는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산적 복지"를 표방하면서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해 자신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의 대상범위를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선진국에서 만연되고 있는 사회복지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급자가 자신의 근로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는 2002년부터 10%범위 안에서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에 대한 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의 공제는 수급자가 창출한 소득에 대한 세율을 100%에서 90%로 낮추는 효과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근로의욕과 사업의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 수급권자가 최대한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고용주와 담합할 수도 있습니다. 수급권자와 고용주의 불성실·불공정 행위에 대해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생산적 복지는 구호에 그치고, 국민부담 가중, 국가자원 낭비, 불공정한 소득분배 등의 부작용만 쌓이게 될 것입니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출한 최저생계비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등 지역간 생계비 차이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여도 지역간 생계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국의 최저생계비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다 현실적인 지역별 최저생계비를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수급자의 선정과 급여의 결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는 수급자가 되고자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한 본인은 물론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까지 알아내어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청자의 대부분이 안정적인 직장이나 확실한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재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은 총재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을 의미하는데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채무를 부풀리는 일은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섯째, 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규칙도 시가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세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소득자료와 행정자치부의 부동산자료, 재산관련 지방세납부현황 등을 활용하면 소득과 재산에 관한 조사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지방세를 부과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는 재산평가액 자료는 대부분 시장가격과 큰 차이가 있으며 시가와 과세표준액의 비율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자를 포함하면 수백만이나 되는 가구의 재산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정부가 현실적으로 부담할 수준을 훨씬 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섯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행정비용이 듭니다. 정부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수를 1999년의 3000명에서 2000년에는 4800명, 2001년에는 7200명으로 늘일 계획입니다. 생활보호법이 시행되던 1999년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이 처음으로 1년에 걸쳐 시행되는 2001년의 전담공무원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생계급여와 자활급여 등을 합한 예산규모가 약 1조8천억 원에서 2조8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증가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2000년에 91.4조원의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 공무원 수가 1만6천 여명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87만 가구 154만 여명을 지원하기 위해 2조 8천여 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7200 명의 전담공무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얼마나 많은 행정수요를 발생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경제력이 모자라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수준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가구에 대해 지원신청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여 최저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활을 돕고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단일 최저생계비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함에 따른 불공평과 부작용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소득, 재산, 근로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대상자의 선정과 지원액의 결정이 불공정하거나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이 어렵고 많은 행정력이 소요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대상을 넓게 설정한데다 매우 정교한 지원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대상의 선정과 급여의 결정에 다원화·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자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행정현실에 맞는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사회경제적 여건과 행정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미 금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위에서 언급한 중요한 문제들을 현장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3년에 기초생활보장대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소득분배를 왜곡하며 수급권자와 고용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규모를 대폭 줄이고 본격적인 시행을 늦추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란?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은 종전의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것으로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높이며 지급기준을 다양화·세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정부가 보장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였습니다.
종전의 생활보호법은 18세미만의 아동이나 65세 이상의 노쇠한 사람, 임산부,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 기타 생활이 어려운 사람 등으로 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들 중에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나 부양의사가 없는 모든 사람을 보장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실상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의욕적인 사회보장의지를 담고 있으며 기초생활의 보장수준도 상당히 높게 설정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의 최저생계비를 1인 가구 32만원, 2인 가구 54만원, 4인 가구 93만원 등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이 월 35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너그러운 것입니다. 실제로 금년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기존의 생활보호자는 대부분 종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원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소득과 재산으로 이원화하고 재산의 경우 시가로 평가한 순재산의 규모 외에 자동차, 주택, 토지 등의 실물자산의 보유 또는 임대상황까지 고려합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면 소득인정액은 최저생계비인 93만원 이하이어야 하며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이 3,2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주택의 전용면적이 일정규모 이상이거나 승용차를 보유한 경우, 소유농경지면적이 일정규모 이상인 농업종사가구 등의 경우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연령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조성하는 훌륭한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비록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 설레는 국가목표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도를 지닌 제도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책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지닌 제도라도 사회경제적 현실에 맞지 않으면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선정을 베풀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만 내세우며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금년 10월 1일에 시행되었기 때문에 아직 시행상의 문제와 정책효과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구조 및 행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결함이 있습니다.
첫째, 정부의 행정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생활보호법은 다같이 국민에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해석하기에 따라 급여수준을 높이고 수급자의 범위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생활보호에 소요되는 정부예산이 금년의 1조 8천억 원에서 2001년에는 약 2조 8천억 원으로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요예산이 정부의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수급권자의 범위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다른 이유로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로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는 2003년에는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생산적 복지"를 표방하면서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생활의 유지·향상을 위해 자신의 소득, 재산, 근로능력 등을 활용하여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의 대상범위를 모든 국민으로 확대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동시에 선진국에서 만연되고 있는 사회복지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수급자가 자신의 근로능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정부는 2002년부터 10%범위 안에서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에 대한 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의 공제는 수급자가 창출한 소득에 대한 세율을 100%에서 90%로 낮추는 효과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근로의욕과 사업의욕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로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 수급권자가 최대한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 고용주와 담합할 수도 있습니다. 수급권자와 고용주의 불성실·불공정 행위에 대해 정부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생산적 복지는 구호에 그치고, 국민부담 가중, 국가자원 낭비, 불공정한 소득분배 등의 부작용만 쌓이게 될 것입니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하여 산출한 최저생계비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등 지역간 생계비 차이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여도 지역간 생계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국의 최저생계비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으로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다 현실적인 지역별 최저생계비를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수급자의 선정과 급여의 결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는 수급자가 되고자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한 본인은 물론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까지 알아내어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청자의 대부분이 안정적인 직장이나 확실한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재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산은 총재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을 의미하는데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채무를 부풀리는 일은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섯째, 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규칙도 시가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세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소득자료와 행정자치부의 부동산자료, 재산관련 지방세납부현황 등을 활용하면 소득과 재산에 관한 조사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지방세를 부과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는 재산평가액 자료는 대부분 시장가격과 큰 차이가 있으며 시가와 과세표준액의 비율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자를 포함하면 수백만이나 되는 가구의 재산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정부가 현실적으로 부담할 수준을 훨씬 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섯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행정비용이 듭니다. 정부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수를 1999년의 3000명에서 2000년에는 4800명, 2001년에는 7200명으로 늘일 계획입니다. 생활보호법이 시행되던 1999년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기초생활보호법이 처음으로 1년에 걸쳐 시행되는 2001년의 전담공무원 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생계급여와 자활급여 등을 합한 예산규모가 약 1조8천억 원에서 2조8천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증가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2000년에 91.4조원의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 공무원 수가 1만6천 여명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87만 가구 154만 여명을 지원하기 위해 2조 8천여 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7200 명의 전담공무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얼마나 많은 행정수요를 발생시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경제력이 모자라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수준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가구에 대해 지원신청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여 최저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활을 돕고 생계비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단일 최저생계비를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함에 따른 불공평과 부작용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소득, 재산, 근로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대상자의 선정과 지원액의 결정이 불공정하거나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이 어렵고 많은 행정력이 소요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장대상을 넓게 설정한데다 매우 정교한 지원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대상의 선정과 급여의 결정에 다원화·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자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행정현실에 맞는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상에 치우친 나머지 사회경제적 여건과 행정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미 금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위에서 언급한 중요한 문제들을 현장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3년에 기초생활보장대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한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소득분배를 왜곡하며 수급권자와 고용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 규모를 대폭 줄이고 본격적인 시행을 늦추면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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