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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B2C 시장은 붕괴할 것인가?

B2C 시장에 대한 회의가 거세다. 현재 미국에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은 거의 1천5백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의 닷컴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그나마 겨우 살아남은 기업들의 직원 정리해고 기사가 거의 매일 신문의 지면을 메우고 있다. 75%의 온라인 전용 소매 사이트(online-only retailer)가 실패할 것이라는 포레스트 리서치의 예측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온라인 주식 정보 사이트인 VTO Report 가 조사한 215개의 인터넷 기업은 한 업체도 빠짐없이 모두 11월 30일 기준, 지난 52주간의 상종가보다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평균 주가 하락폭. 93%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였다. 주가의 중간가가 3.38 달러선. 49개의 기업은 주당 2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으며, 15개 기업은 1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었다. 여기에는 포함된 기업들은 PlanetRX(28센트), Talk City(34센트), E-stamp(23센트), Popmail.com(31센트). 우리에게 낯익고,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늘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사이트들이다. (아이비즈넷 파워서치에 PlanetRX나 Talkcity를 입력해 보면, 이 극명한 명암의 대비를 잘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창업군이다. 실상 벤처 투자회사의 창업 벤처에 대한 투자는 거의 중단된 분위기. 벤처 투자회사는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가다듬고, 재정비하고, 이들을 이용해 수익성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사업기반이 없는 업체에 초기 인큐베이팅 시점부터 투자하여 실질적인 수익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당연한 진리가 이제서야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B2C 업체가 살아남을 것

이런 와중에 B2C 기업의 미래를 밝게 예측하고 나선 발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개인 벤처 투자 기업인 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 의 Mr.Doerr를 비롯한 저명한 3명의 벤처 CEO와 2명의 벤처 캐피탈리스트. 그들은 지난 목요일, 상당수의 B2C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며, 번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전히 B2C 시장에 대한 회의는 가시고 있지 않지만, 이것은 필드를 경험한 이들에서 나온 주장이기에 주목할 만 하다. Red Herring에 실린 그들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 본다.

1. B2C 비즈니스는 살아남는다. 단, 여기에는 고객(회원) 확보를 위한 비용과 전통적인 머천다이징(상품개발과 판매 계획)이라는 숙제를 끝냈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으려고 한다면, 성급해서는 않된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천천히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

2. 온라인 비즈니스가 전체 상거래의 25% 이상을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B2C 시장의 생존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3. 카테고리의 승자는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어떤 경우 이것은 경쟁업체와의 합병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웨딩 사이트 della.com의 경우 지난 4월 경쟁업체인 WeddingChannel.com 과 합병했다. 마찬가지로 Wineshopper.com 지난 8월 경쟁 업체인 Wine.com 과 합병했다. 두 회사는 모두 해당 분야의 1위의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4. 어떤 경우, 투자자는 자본이 모두 소진되기 전에 투자를 중단할 것이다. 10대 소녀들을 위한 사이트였던 kibu.com 의 경우 지난 9월 문을 닫았다. 이 업체의 투자자들은 모두 CEO인 Judy McDonald의 재능이 다른 곳에 쓰여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Kibu.com이 문을 닫았을 때, 투자되었던 전체 2천 2백만 달러 중 약 1천 1백만 달러가 남아있었다. Judy Mcdonald와 그녀의 스탭들은 모두 다른 회사로 옮겨졌다.

5. 상거래는 유통이다. 1998년과 1999년에 걸쳐 온라인 상거래는 테크놀로지 비즈니스라는 오해가 있었다. 그래서 테크놀로지 기반의 회사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사이트를 만들기만 하면, 장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유통에는 유통 고유의 노우하우와 플랫폼이 필요하다.

6. 이제는 보다 현명하게 돈을 쓸 때다. 온라인 다이아몬드 상거래 사이트인 Blue Nile 의 CEO인 Mark Vadon은 지난 2년간 B2C 인터넷 회사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광고와 마케팅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다고 말한다. Blue Nile은 시장 상황이 나빠지기 이전인 지난 4월에 5천만 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그러나, Blue Nile으 최근 보다 신중히 자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 지난 1년 Blue Nile은 100회 이상의 다이렉트 메일 광고를 실험했다. 그리고 그 축적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보다 효과적인 타겟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7. 온라인만 가지고는 안된다. 또한, 온라인이냐 전통기업이냐 하는 경계도 무의미하다. B2C 업체에 투자하는 많은 회사들이 brick-and-mortar의 전통 기업이다. 이 전통 기업들이 웹에서도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메이커인 Estee Lauder는 순수 온라인 기업인 Gloss.com을 인수했다. 그들의 계획은 이 Gloss.com을 그들의 인터넷 부분으로 활용하여 Estee Lauder의 온라인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분사한 여행 사이트 Expedia 의 CEO인 Richard Barton은 기존의 온라인 중심의 고객 대응의 한계를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Expedia는 최근 산호세 공항에 Expedia Travel cafe를 열었으며, CBS 라디오 쇼를 시작했고, 새로운 Expedia 여행 잡지를 냈다. 모두가 기존 온라인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더 많은 고객을 붙잡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어쨌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B2C 기업들에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발표에 시장의 추세를 뒤엎을만한 획기적인 근거는 없다. 하지만 생각하게 한다. 10년 후, 혹은 20년 후,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속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을까?
(웹컬럼니스트 : 정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