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해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어느 경제지에 실린 찬반양론과 대담을 읽고, 양측 모두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문제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원칙론적으로만 주장하는 것 같아 기술자로서 안타까웠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상세하게 알고 논쟁해야 생산적인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비만아?
자동차산업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이 지난 30년간 그 규모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술력이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구실로 너무 오랫동안 몇몇 기업에 시장을 독과점 하도록 보호해 준 정부의 정책에 그 근본원인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덩치만 큰 비만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능력에서는 세계 5위라고 하지만 기술력에서는 일본의 70년대 초반 전후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부품들을 반드시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들이 개발하는 자동차에 가장 알맞는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이 없으면 절대로 톱글라스의 자동차를 개발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한 차에 대해서 세계의 고객들이 불평할 때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할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큰 엔진을 장착하고 실내에 호화스러운 장치를 많이 갖추었다고 고급차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차들은 그것이 국내에서 아무리 고가로 팔리는 차라 할지라도 세계기준으로 보면 크기만 큰 대중차에 불과합니다. 엔진은 이제 구식이고 서스펜션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승차감이 떨어지면 스티어링 감각에서도 3류에 속합니다. 삼성에서 만든 SM시리즈만이 그런 점에서 세계의 표준수준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사실은 주행량이 가장 많은 택시들이 20만킬로 이상을 주행한 금년 중에 판명될 것입니다.
선진 자동차회사와의 경쟁
이제는 자동차의 수입금지를 전부 해제해 작년부터 우리시장에서도 국제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되었습니다. 도요타는 국내에 회사를 설립하고 금년 후반기부터 고급차의 수입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마 2∼3년 내에 택시를 포함한 대중차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할 것이며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서는 단계가 되면 국내에 생산공장도 설립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약국에 진출하는 수순입니다.
대우자동차 경영을 외국에 맡기지 않고 국내자본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선진사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가를 동시에 논의해야 옳다고 봅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국내자본에 맡긴다고 해도 몇 년 더 연명할 수는 있겠지만 또다시 현재와 같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대우자동차를 외국에 매각하는 경우에 일어날 문제들에 대해서도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동차산업을 왜 그토록 힘들여 육성해 왔는지, 그리고 여러 저개발국들이 왜 자동차산업을 유치하려고 애쓰는지 그 목적을 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동차산업과 기계공업
자동차산업은 그 전후방효과가 어떤 산업보다 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계공업전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계공업은 전체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도구, 기계, 설비 등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공업입니다. 기계공업이 낙후하면 모든 산업에서 일류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현대산업에서 경쟁력의 기본은 생산성이 높으면서 투자액이 높지 않은 좋은 생산수단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산업이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되어 오늘날 미국, 유럽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들의 기계공업이 다한 역할을 살펴보면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기계공업의 중요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산업을 외국에 맡기면 그들은 자동차의 개발을 본국에서 하고 이곳 공장은 그들의 한 생산공장으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우에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외국사가 부러워 할 기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실정에서 막대한 개발비용을 분산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있다면 그들을 본사 개발팀으로 데려가 그 곳에서 활약하도록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공장 설립에 있어서도 자기들의 기능과 성능에 익숙한 일본, 미국, 유럽의 기계설비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품공업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우리 기계공업에서 생산하는 기계, 설비를 많이 써 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고객인 자동차산업이 외면하면 우리 기계공업의 성장은 후퇴할 것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기계공업은 산업혁명 이후 1960년대까지 세계 기계공업을 주도해 왔었습니다. 지금은 일반기계로 되어버린 각종 공작기계들은 거의 대부분이 영국에서 개발된 것들이며 NC공작기계도 영국이 처음 개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모두 외국사로 넘어간 현재 영국의 공작기계공업은 거의 모두가 문을 닫고 일부만이 외국자본에 매각되어 운영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영국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기계, 설비를 거의 모두 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체산업을 조감하면서
영국은 과학기술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본력도 아직 건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자동차공업을 내어 주어도 그런대로 일류국 축에 들고 있지만 기술력도 부족하고 자본력도 부족한 우리 경우는 아마도 영원히 일류국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자동차의 수입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라도 자유를 주고 있는 미국이지만(일본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수입대수를 통제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공작기계 수입만은 완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외국 공작기계 메이커들은 자국으로 불러들여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국방력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국의 기계공업쇠퇴를 가져오는 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공업은 기계공업 육성의 중심이 된다고 보았기에 우리나라도 자동차공업을 육성해 왔으며 후진국도 같은 정책을 쓰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공업을 그 자체만을 보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폭넓게 전체 산업을 조감하면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자동차산업은 비만아?
자동차산업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이 지난 30년간 그 규모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기술력이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을 구실로 너무 오랫동안 몇몇 기업에 시장을 독과점 하도록 보호해 준 정부의 정책에 그 근본원인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동차산업은 덩치만 큰 비만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능력에서는 세계 5위라고 하지만 기술력에서는 일본의 70년대 초반 전후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부품들을 반드시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들이 개발하는 자동차에 가장 알맞는 부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이 없으면 절대로 톱글라스의 자동차를 개발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한 차에 대해서 세계의 고객들이 불평할 때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할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큰 엔진을 장착하고 실내에 호화스러운 장치를 많이 갖추었다고 고급차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차들은 그것이 국내에서 아무리 고가로 팔리는 차라 할지라도 세계기준으로 보면 크기만 큰 대중차에 불과합니다. 엔진은 이제 구식이고 서스펜션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승차감이 떨어지면 스티어링 감각에서도 3류에 속합니다. 삼성에서 만든 SM시리즈만이 그런 점에서 세계의 표준수준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사실은 주행량이 가장 많은 택시들이 20만킬로 이상을 주행한 금년 중에 판명될 것입니다.
선진 자동차회사와의 경쟁
이제는 자동차의 수입금지를 전부 해제해 작년부터 우리시장에서도 국제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되었습니다. 도요타는 국내에 회사를 설립하고 금년 후반기부터 고급차의 수입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마 2∼3년 내에 택시를 포함한 대중차도 본격적으로 도입하려 할 것이며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서는 단계가 되면 국내에 생산공장도 설립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약국에 진출하는 수순입니다.
대우자동차 경영을 외국에 맡기지 않고 국내자본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선진사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가를 동시에 논의해야 옳다고 봅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국내자본에 맡긴다고 해도 몇 년 더 연명할 수는 있겠지만 또다시 현재와 같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대우자동차를 외국에 매각하는 경우에 일어날 문제들에 대해서도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동차산업을 왜 그토록 힘들여 육성해 왔는지, 그리고 여러 저개발국들이 왜 자동차산업을 유치하려고 애쓰는지 그 목적을 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동차산업과 기계공업
자동차산업은 그 전후방효과가 어떤 산업보다 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계공업전반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계공업은 전체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도구, 기계, 설비 등 생산수단을 생산하는 공업입니다. 기계공업이 낙후하면 모든 산업에서 일류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현대산업에서 경쟁력의 기본은 생산성이 높으면서 투자액이 높지 않은 좋은 생산수단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산업이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되어 오늘날 미국, 유럽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들의 기계공업이 다한 역할을 살펴보면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기계공업의 중요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산업을 외국에 맡기면 그들은 자동차의 개발을 본국에서 하고 이곳 공장은 그들의 한 생산공장으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우에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외국사가 부러워 할 기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실정에서 막대한 개발비용을 분산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있다면 그들을 본사 개발팀으로 데려가 그 곳에서 활약하도록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산공장 설립에 있어서도 자기들의 기능과 성능에 익숙한 일본, 미국, 유럽의 기계설비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품공업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우리 기계공업에서 생산하는 기계, 설비를 많이 써 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고객인 자동차산업이 외면하면 우리 기계공업의 성장은 후퇴할 것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기계공업은 산업혁명 이후 1960년대까지 세계 기계공업을 주도해 왔었습니다. 지금은 일반기계로 되어버린 각종 공작기계들은 거의 대부분이 영국에서 개발된 것들이며 NC공작기계도 영국이 처음 개발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이 모두 외국사로 넘어간 현재 영국의 공작기계공업은 거의 모두가 문을 닫고 일부만이 외국자본에 매각되어 운영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현재 영국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기계, 설비를 거의 모두 외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체산업을 조감하면서
영국은 과학기술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본력도 아직 건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자동차공업을 내어 주어도 그런대로 일류국 축에 들고 있지만 기술력도 부족하고 자본력도 부족한 우리 경우는 아마도 영원히 일류국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자동차의 수입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라도 자유를 주고 있는 미국이지만(일본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수입대수를 통제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공작기계 수입만은 완강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외국 공작기계 메이커들은 자국으로 불러들여 현지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국방력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국의 기계공업쇠퇴를 가져오는 일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공업은 기계공업 육성의 중심이 된다고 보았기에 우리나라도 자동차공업을 육성해 왔으며 후진국도 같은 정책을 쓰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공업을 그 자체만을 보고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폭넓게 전체 산업을 조감하면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형설지공 > 경제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투신 사태 뒷 얘기 (0) | 2001.01.25 |
---|---|
금융기관 추가자금 지원의 선행 과제 (0) | 2001.01.25 |
공공요금 인상에 앞서 (0) | 2001.01.25 |
자유의 원리에 따라야 할 교육 (0) | 2001.01.25 |
학교에도 경쟁의 바람을 (0) | 200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