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공간환경학회 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2000.9.30)
공황의 공간경제학
:1997-2000년 한국경제
김재훈(대구대 경제학과)
1. 서론
자본에 의한 인간생활의 형식적, 실질적 포섭, 그리고 자본축적의 진행은 공간적으로 균등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빠르게 느리게, 평화적으로 학살적 폭력과 함께 침투한다(하비 491-2). 자본의 축적이 그러할진대 그 축적 모순의 발현인 공황도 역시 공간적 특성을 가지며 진행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적 차원에서 각 나라 간 불균등성에 대한 관심 외에 공황에 대한 연구에 나라 안의 지역적 측면에 대한 이러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입지가 자본의 전반적 순환과 축적 내에서 하나의 능동적 계기이며, '지리적 불균등발전'이라 칭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공간경제의 근본적 재구성과 더불어 공황의 형성과 해소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들에 대해 '공간적 조정(spatial fix)'이 존재함'을 우리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정치영역에서의 지역적 구도가 고착되어 사회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으며, 이러한 천박한 지역적 의식이 각 지방의 경제상황도 그러한 관점에서 해석(정권의 출신지역에 따라 특정지역의 경제는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다른 특정 지역은 낙후되고 있다는), 지역의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이제 본 논문에서 그러한 천박한 지역의식의 한 꺼풀을 벗겨 경제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에 이번 경제공황은 3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한국경제에서 있었던 경제공황과는 그 성격을 크게 달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중대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황의 구체적 발현기제는 내외적 부채경제가 갖는 고유한 모순의 발현이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한국경제가 겪은 공황과 동일한 것(김재훈 1993)이었지만, 축적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198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이후 한국경제로서는 첫 번째 맞는 공황이었다 할 수 있다. 그 내외적 조건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즉 첫째 이른바 포드주의적 축적구조에서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에 첫 번째 공황이라는 점. 둘째 제도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여 WTO체제의 성립, 국제결제은행(BIS)의 역할 증대로 완성을 본 이른바 지구촌(globalization)경제시대로의 이행 이후 첫 번째 경제공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셋째 1995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각 지역 차원에서 지역적 경제발전의 제도적 장치가 정착하여 축적과 공황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이 가능하게 되고 또 적극화된 시점에서 발생한 공황이라는 점 등이 과거와는 그 질을 달리하는 차이점이다.
과거 자본주의경제의 공간적 영역이 주로 국민경제를 무대로 하고, 그것의 확장으로서 세계경제가 고려되었을 때에는 자본주의경제 고유의 모순의 발현으로서 공황도 그 국민경제가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여기에 세계공황으로의 확산여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지구적(global) 자본주의로 이행의 시대에 우리는 자본주의경제 모순의 발현으로서 공황에 관한 분석에도 지역이 단순한 현상의 관찰로서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의 틀 속에 한 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제 자본축적에 정치권력이 필요하지만 그 정치권력이 반드시 국민국가의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를 공황분석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번 한국경제의 공황을 분석할 때 그 분석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첫째로 경제공황이 축적구조의 재편이 집중적으로 폭력적으로 진행되는 국면임을 생각할 때, 한국경제에서 1997년 경제공황을 계기로 기존 경공업 또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중화학공업 구조로부터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산업의 재편과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지역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전반에 관해 분석을 시도한 바 있다. 김재훈,1998①,1993②). 특히 최근 1997년 전후 각 지역에서는 경제발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발현되면서 각 지방정부들이 지역혁신체제(P.Cooke 외 1998, Hassink,2000)를 형성해가는,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지역혁신체제의 형성이 공황을 통한 지역별 축적구조의 재편과정과 어떤 상호작용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이 때 경제공황이 자본의 재편이 집중적 폭력적으로 전개되는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매시가 제시한 지역적 재구조화(D.Massey,1978)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혹은 (이론적 관점은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지(E.R.Rissman,1999), 그리고 공황의 부문별 전개가 지역적 차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G.Fosler et.al.,1998) 밝혀져야 한다. 만약 이번 분석이 1997년 말 공황의 발현 이후 2000년 현재까지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그 양상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러한 지역적 재구조화의 과정은 좀 더 시간적 폭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 간주하여야 할 것이며 단지 이번 과정을 통해 슘페터적 관점에 따른 이른바 지역적 장기파동의 전개(Douglas E.Booth)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전개, 그리고 여기에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가 일상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지역차원의 자본축적국면과 공황국면을 분석은 권력의 3층구조(지역적, 국가적, 세계적)를 고려하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세계화/지역화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그 존재를 직접 절감하게 될 '초국적 자본가계급', 지역적 자본가계급, 지역내 노동자계급 간의 상호 역학관계가 좀 더 엄밀히 검토되어야 한다(아리프 딜릭, 155). 이러한 작업이 축적됨으로써 우리는 한국과 같이 지역정치가 난무하는 사회에 대해 그 각 축적의 국면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문화적 정치적 심리적 측면 등에서 지역적 '인터페이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은 우선 부도율 동향, 산업생산 동향, 취업자 및 실업률의 지역별 전개양상을 통해 경제위기의 전반적 진행상황과 지역별 편차를 살펴보고, 그 다음 경제위기에 따른 취업자의 구성을 직업별 구성의 변화와 산업별 구성의 변화를 통해 분석한다. 이 분석을 부도율의 지역별 업종별 변동상황과 결합시켜 봄으로써 좀 더 정확한 분석이 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가 앞으로 축적구조의 전반적인 변동을 의미한다고 볼 때 업종 내에서의 변동 못지 않게 업종간의 변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황인데, 이 부분은 기업체의 부도상황과 신설상황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찾아본다. 끝으로 현재 산업구조 변화의 한 주요 계기로서 진행되고 있는 벤처기업의 전개양상이 지역 차원에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순환에 어떤 전망을 줄 것인지를 살펴본다.
논문에서 인용되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다만 아직 지역의 업종별 기업체의 부도와 법인 신설 상황을 설명해 주는 통계가 아직 작성되지 않는 상황이 본 논문의 분석에 상당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우선 밝힐 수밖에 없다(한국은행 대구지점과 대전지점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 지역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 분석의 두께를 알 수 있는 한편 본 분석을 위해 한국은행 각 지점에 자료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빠진 시기가 보충이 되고(대전 지점), 또 새롭게 통계자료가 업종별로 분류 작성되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인천지점). 따라서 본 논문이 한국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할 수가 없는 실정이고, 따라서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례연구의 범위에 머무르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이 부분은 한국경제에 관한 통계의 발전을 기대하고 촉구하면서 향후를 기약하고자 한다.
I 서론
II 지역별 경제위기의 전반적 전개양상
III 고용구조의 변화
IV 산업구조의 변화
V 새로운 성장순환의 지역적 전망
VI 결론
5. 결론
본 논문에서는 경제공황을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로 기업의 부도, 산어생산지수의 변동, 그리고 실업자와 취업자의 직업별 산업별 변동을 살펴보았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기업의 부도사태는 시기적으로는 서울 인천 울산 전북 경기 등의 지역에 가장 빨리 확산되었고, 부도의 심각성은 충북 충남지역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제위기의 전개양상이 지역적으로 대도시, 도 지역 모두에 걸쳐 파급된 가운데, 경제위기의 정도가 도시화의 수준, 공업화의 정도와 함께 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지극히 당연한 전개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산업부문별로는 제조업을 비롯하여 건설, 도소매·음식숙박업, 개인 및 공공서비스 분야, 그리고 농업부문까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시계열 상으로 볼 때 위기의 파급은 생산직, 건설 일용직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닥쳤고, 그 다음 도 지역의 서비스 판매직, 그리고 사무직과 농림어업직 취업자에게 왔다. 즉 모든 지역, 모든 산업부문에 걸친 경제위기였다. 이 점도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일반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금번의 경제위기가 한국경제가 그동안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내외적 채무경제의 모순이 적대적 모순으로 전화함으로써 폭발한, 자본주의에 고유한 경제공황의 한국적 발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김재훈,1993①,1998②)을 확인할 수 있다.
공황으로부터의 회복과정도 역시 중요하다. 이를 지역별 산업생산지수의 회복을 통해 살펴보면 1998년 10월의 수준을 1999년 3월에 인천·광주·대전이, 또 제주·경북·경기·충남·충북 등이 회복하였고, 10월까지는 서울·울산이 회복하였다. 이에 비해 부산·대구와 강원·전북·전남 등은 2000년 7월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고서저 또는 서고동저의 어떠한 일관성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경제공황에 따른 지역별 경제침체를 정치인들이 그들 개인적인 이해를 위해 대중을 혹세무민하는 지역주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없음을, 그것은 말 그대로 샤머니즘에 불과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1997년 이후 전개된 경제공황 속에서 지역별로 뚜렷하게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구·대전·인천 3개 지역에서 모두 법인 신설이 역시 지역별로 전통적인 강세산업에서 두드러져 있는 것이다. 즉 경제공황을 통한 지역적 재구조화(D.Massey,1978)의 전개보다는 지역별로 공황의 전반적인 영향을 받는 가운데 지역별 취업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리스만의 견해와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Ellen R. Rissman,1999). 이런 현상은 지역별로 기존의 전통적 산업구조가 갖는 고정자본의 공간적 고정성 외에도 지역별로 전통적 토착 자본가집단이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유력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황이라는 집중적이고 폭력적인 자본재편이 긍정적으로 작용, 창조적 파괴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으로써 이제 선거를 통해 지역민의 재선택을 받아야 하는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앙정부에게 모호한 지역주의(공동체주의 boosterism)은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토착 자본가집단의 영향력이 힘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지역민-지방정부-중앙정부의 정책적 동맹체가 형성된다. 이 구조가 이제 인적(S/W) 요소의 배양을 통해 그야말로 지역혁신체제의 형성을 이루어내어야 할 시점에, 그 지역혁신체제의 이름으로 대규모 물량(즉 자금)투입을 통한 사업들을 지방정부들이 추진한다. 지방정부의 단기 성과 추구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 머지않아 새로운 빚잔치를 가져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것은 이제 "탈중심화로 인해 지방정부가 지역혁신체제에서" 제도적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 시점(Kim, I.S., 1997;Hassink, 1999)에 과거 한국경제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한 하향식 지역개발정책이 초래한 것(Wessel, 1991;Hassink, 1999)과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전화할 가능성을 갖는다. 여기에 중앙정부는 지역별로 산업을 특화 발전시킨다는 이름 아래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독자적인 지역개발정책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그 추세를 더욱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측면도 있다.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독자적인 사업을 벌이는 현재의 양상은 과거 재벌들이 모두 원세트형의 축적구조를 가지려 했던 것과 유사한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지역혁신정책을 추구함에 있어서 인접 지역 지방정부 간의 협조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 차원에서 혁신체제를 형성하는 노력의 어려움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찾는 벤처기업의 발전양상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벤처기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하고 그나마 지방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벤처기업들도 계속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상황에서, 지방에서 혁신의 기술적 산업적 토대를 장래 지속적으로 가꾸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산업에서 지식·경험 등 인적 요소가 중요해질수록 오히려 그런 요소의 직접 교류가 중요해지고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서울로, 수도권으로의 집중이라는 형태를 여전히 취하는 것은 과거 경제성장의 종속적 혹은 주변부적 과정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도 근거로 혹은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방의 벤처기업들이 겪는 '입지지대'에 가까운 불리함이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현격하게 잘 갖추어진 물적(H/W)·인적(S/W) 요소들이 흡입(pull)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역 차원에서도 결과적으로 밀어내는(push) 요인도 있지 않나 하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즉 여전히 전통적 산업을 고수·발전시키려는 지역 토착자본-지방정부-중앙정부 간의 정치적 연결관계(일종의, 하비가 말하는 동맹체제)가 그나마 제공할 수 있는 물적·인적 요소들을 기존 전통적 산업에 밀어넣음으로써 지역의 물적 인적 낙후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황이 갖는 창조(파괴)의 이중적 악마적 기능이 어느 정도는 발휘되도록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 공황에 대한 공간적 검토의 결과 제출하는 또 다른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관점은 본 논문에서 대구·대전·인천의 경우 다양한 사업서비스부문에서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창업 움직임, 수도권에 비해 미약하지만 그래도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그 근거가 된다. 반면 지구촌(global) 경제시대를 맞아 노동집약적 수출지향 소비재를 생산하는 저기술 클러스터(Cho,1992;1997)에서 초국적자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토착자본가의 축적의지에 지방정부가, 그리고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은 너무나 커 보인다.
공황의 공간경제학
:1997-2000년 한국경제
김재훈(대구대 경제학과)
1. 서론
자본에 의한 인간생활의 형식적, 실질적 포섭, 그리고 자본축적의 진행은 공간적으로 균등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장소에 따라 빠르게 느리게, 평화적으로 학살적 폭력과 함께 침투한다(하비 491-2). 자본의 축적이 그러할진대 그 축적 모순의 발현인 공황도 역시 공간적 특성을 가지며 진행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적 차원에서 각 나라 간 불균등성에 대한 관심 외에 공황에 대한 연구에 나라 안의 지역적 측면에 대한 이러한 고려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입지가 자본의 전반적 순환과 축적 내에서 하나의 능동적 계기이며, '지리적 불균등발전'이라 칭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공간경제의 근본적 재구성과 더불어 공황의 형성과 해소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들에 대해 '공간적 조정(spatial fix)'이 존재함'을 우리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정치영역에서의 지역적 구도가 고착되어 사회발전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해 왔으며, 이러한 천박한 지역적 의식이 각 지방의 경제상황도 그러한 관점에서 해석(정권의 출신지역에 따라 특정지역의 경제는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다른 특정 지역은 낙후되고 있다는), 지역의식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이제 본 논문에서 그러한 천박한 지역의식의 한 꺼풀을 벗겨 경제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에 이번 경제공황은 3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한국경제에서 있었던 경제공황과는 그 성격을 크게 달리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중대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황의 구체적 발현기제는 내외적 부채경제가 갖는 고유한 모순의 발현이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한국경제가 겪은 공황과 동일한 것(김재훈 1993)이었지만, 축적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1980년대 이후 크게 달라진 이후 한국경제로서는 첫 번째 맞는 공황이었다 할 수 있다. 그 내외적 조건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즉 첫째 이른바 포드주의적 축적구조에서 포스트포드주의적 축적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에 첫 번째 공황이라는 점. 둘째 제도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여 WTO체제의 성립, 국제결제은행(BIS)의 역할 증대로 완성을 본 이른바 지구촌(globalization)경제시대로의 이행 이후 첫 번째 경제공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셋째 1995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각 지역 차원에서 지역적 경제발전의 제도적 장치가 정착하여 축적과 공황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이 가능하게 되고 또 적극화된 시점에서 발생한 공황이라는 점 등이 과거와는 그 질을 달리하는 차이점이다.
과거 자본주의경제의 공간적 영역이 주로 국민경제를 무대로 하고, 그것의 확장으로서 세계경제가 고려되었을 때에는 자본주의경제 고유의 모순의 발현으로서 공황도 그 국민경제가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여기에 세계공황으로의 확산여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오늘날 전지구적(global) 자본주의로 이행의 시대에 우리는 자본주의경제 모순의 발현으로서 공황에 관한 분석에도 지역이 단순한 현상의 관찰로서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의 틀 속에 한 축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제 자본축적에 정치권력이 필요하지만 그 정치권력이 반드시 국민국가의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를 공황분석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이번 한국경제의 공황을 분석할 때 그 분석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첫째로 경제공황이 축적구조의 재편이 집중적으로 폭력적으로 진행되는 국면임을 생각할 때, 한국경제에서 1997년 경제공황을 계기로 기존 경공업 또는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중화학공업 구조로부터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산업의 재편과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지역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전반에 관해 분석을 시도한 바 있다. 김재훈,1998①,1993②). 특히 최근 1997년 전후 각 지역에서는 경제발전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발현되면서 각 지방정부들이 지역혁신체제(P.Cooke 외 1998, Hassink,2000)를 형성해가는,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지역혁신체제의 형성이 공황을 통한 지역별 축적구조의 재편과정과 어떤 상호작용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이 때 경제공황이 자본의 재편이 집중적 폭력적으로 전개되는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매시가 제시한 지역적 재구조화(D.Massey,1978)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혹은 (이론적 관점은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지(E.R.Rissman,1999), 그리고 공황의 부문별 전개가 지역적 차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G.Fosler et.al.,1998) 밝혀져야 한다. 만약 이번 분석이 1997년 말 공황의 발현 이후 2000년 현재까지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까닭에 그 양상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러한 지역적 재구조화의 과정은 좀 더 시간적 폭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 간주하여야 할 것이며 단지 이번 과정을 통해 슘페터적 관점에 따른 이른바 지역적 장기파동의 전개(Douglas E.Booth)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전개, 그리고 여기에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가 일상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지역차원의 자본축적국면과 공황국면을 분석은 권력의 3층구조(지역적, 국가적, 세계적)를 고려하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세계화/지역화의 시대를 맞아 앞으로 그 존재를 직접 절감하게 될 '초국적 자본가계급', 지역적 자본가계급, 지역내 노동자계급 간의 상호 역학관계가 좀 더 엄밀히 검토되어야 한다(아리프 딜릭, 155). 이러한 작업이 축적됨으로써 우리는 한국과 같이 지역정치가 난무하는 사회에 대해 그 각 축적의 국면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문화적 정치적 심리적 측면 등에서 지역적 '인터페이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은 우선 부도율 동향, 산업생산 동향, 취업자 및 실업률의 지역별 전개양상을 통해 경제위기의 전반적 진행상황과 지역별 편차를 살펴보고, 그 다음 경제위기에 따른 취업자의 구성을 직업별 구성의 변화와 산업별 구성의 변화를 통해 분석한다. 이 분석을 부도율의 지역별 업종별 변동상황과 결합시켜 봄으로써 좀 더 정확한 분석이 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가 앞으로 축적구조의 전반적인 변동을 의미한다고 볼 때 업종 내에서의 변동 못지 않게 업종간의 변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황인데, 이 부분은 기업체의 부도상황과 신설상황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찾아본다. 끝으로 현재 산업구조 변화의 한 주요 계기로서 진행되고 있는 벤처기업의 전개양상이 지역 차원에서 앞으로 새로운 성장순환에 어떤 전망을 줄 것인지를 살펴본다.
논문에서 인용되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다만 아직 지역의 업종별 기업체의 부도와 법인 신설 상황을 설명해 주는 통계가 아직 작성되지 않는 상황이 본 논문의 분석에 상당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우선 밝힐 수밖에 없다(한국은행 대구지점과 대전지점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 지역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 분석의 두께를 알 수 있는 한편 본 분석을 위해 한국은행 각 지점에 자료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빠진 시기가 보충이 되고(대전 지점), 또 새롭게 통계자료가 업종별로 분류 작성되고 있는 점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인천지점). 따라서 본 논문이 한국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할 수가 없는 실정이고, 따라서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례연구의 범위에 머무르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이 부분은 한국경제에 관한 통계의 발전을 기대하고 촉구하면서 향후를 기약하고자 한다.
I 서론
II 지역별 경제위기의 전반적 전개양상
III 고용구조의 변화
IV 산업구조의 변화
V 새로운 성장순환의 지역적 전망
VI 결론
5. 결론
본 논문에서는 경제공황을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각 지역별로 기업의 부도, 산어생산지수의 변동, 그리고 실업자와 취업자의 직업별 산업별 변동을 살펴보았다. 외환위기로 촉발된 기업의 부도사태는 시기적으로는 서울 인천 울산 전북 경기 등의 지역에 가장 빨리 확산되었고, 부도의 심각성은 충북 충남지역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제위기의 전개양상이 지역적으로 대도시, 도 지역 모두에 걸쳐 파급된 가운데, 경제위기의 정도가 도시화의 수준, 공업화의 정도와 함께 했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지극히 당연한 전개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산업부문별로는 제조업을 비롯하여 건설, 도소매·음식숙박업, 개인 및 공공서비스 분야, 그리고 농업부문까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시계열 상으로 볼 때 위기의 파급은 생산직, 건설 일용직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닥쳤고, 그 다음 도 지역의 서비스 판매직, 그리고 사무직과 농림어업직 취업자에게 왔다. 즉 모든 지역, 모든 산업부문에 걸친 경제위기였다. 이 점도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일반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금번의 경제위기가 한국경제가 그동안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내외적 채무경제의 모순이 적대적 모순으로 전화함으로써 폭발한, 자본주의에 고유한 경제공황의 한국적 발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김재훈,1993①,1998②)을 확인할 수 있다.
공황으로부터의 회복과정도 역시 중요하다. 이를 지역별 산업생산지수의 회복을 통해 살펴보면 1998년 10월의 수준을 1999년 3월에 인천·광주·대전이, 또 제주·경북·경기·충남·충북 등이 회복하였고, 10월까지는 서울·울산이 회복하였다. 이에 비해 부산·대구와 강원·전북·전남 등은 2000년 7월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동고서저 또는 서고동저의 어떠한 일관성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경제공황에 따른 지역별 경제침체를 정치인들이 그들 개인적인 이해를 위해 대중을 혹세무민하는 지역주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없음을, 그것은 말 그대로 샤머니즘에 불과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1997년 이후 전개된 경제공황 속에서 지역별로 뚜렷하게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구·대전·인천 3개 지역에서 모두 법인 신설이 역시 지역별로 전통적인 강세산업에서 두드러져 있는 것이다. 즉 경제공황을 통한 지역적 재구조화(D.Massey,1978)의 전개보다는 지역별로 공황의 전반적인 영향을 받는 가운데 지역별 취업구조의 재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리스만의 견해와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Ellen R. Rissman,1999). 이런 현상은 지역별로 기존의 전통적 산업구조가 갖는 고정자본의 공간적 고정성 외에도 지역별로 전통적 토착 자본가집단이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유력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황이라는 집중적이고 폭력적인 자본재편이 긍정적으로 작용, 창조적 파괴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으로써 이제 선거를 통해 지역민의 재선택을 받아야 하는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정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앙정부에게 모호한 지역주의(공동체주의 boosterism)은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토착 자본가집단의 영향력이 힘을 발휘하게 됨으로써 지역민-지방정부-중앙정부의 정책적 동맹체가 형성된다. 이 구조가 이제 인적(S/W) 요소의 배양을 통해 그야말로 지역혁신체제의 형성을 이루어내어야 할 시점에, 그 지역혁신체제의 이름으로 대규모 물량(즉 자금)투입을 통한 사업들을 지방정부들이 추진한다. 지방정부의 단기 성과 추구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 머지않아 새로운 빚잔치를 가져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것은 이제 "탈중심화로 인해 지방정부가 지역혁신체제에서" 제도적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 시점(Kim, I.S., 1997;Hassink, 1999)에 과거 한국경제에서 중앙정부가 주도한 하향식 지역개발정책이 초래한 것(Wessel, 1991;Hassink, 1999)과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전화할 가능성을 갖는다. 여기에 중앙정부는 지역별로 산업을 특화 발전시킨다는 이름 아래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독자적인 지역개발정책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그 추세를 더욱 조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측면도 있다. 각 광역자치단체마다 독자적인 사업을 벌이는 현재의 양상은 과거 재벌들이 모두 원세트형의 축적구조를 가지려 했던 것과 유사한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지역혁신정책을 추구함에 있어서 인접 지역 지방정부 간의 협조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역 차원에서 혁신체제를 형성하는 노력의 어려움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찾는 벤처기업의 발전양상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벤처기업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하고 그나마 지방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벤처기업들도 계속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상황에서, 지방에서 혁신의 기술적 산업적 토대를 장래 지속적으로 가꾸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산업에서 지식·경험 등 인적 요소가 중요해질수록 오히려 그런 요소의 직접 교류가 중요해지고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서울로, 수도권으로의 집중이라는 형태를 여전히 취하는 것은 과거 경제성장의 종속적 혹은 주변부적 과정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도 근거로 혹은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방의 벤처기업들이 겪는 '입지지대'에 가까운 불리함이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현격하게 잘 갖추어진 물적(H/W)·인적(S/W) 요소들이 흡입(pull)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역 차원에서도 결과적으로 밀어내는(push) 요인도 있지 않나 하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즉 여전히 전통적 산업을 고수·발전시키려는 지역 토착자본-지방정부-중앙정부 간의 정치적 연결관계(일종의, 하비가 말하는 동맹체제)가 그나마 제공할 수 있는 물적·인적 요소들을 기존 전통적 산업에 밀어넣음으로써 지역의 물적 인적 낙후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황이 갖는 창조(파괴)의 이중적 악마적 기능이 어느 정도는 발휘되도록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 공황에 대한 공간적 검토의 결과 제출하는 또 다른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관점은 본 논문에서 대구·대전·인천의 경우 다양한 사업서비스부문에서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창업 움직임, 수도권에 비해 미약하지만 그래도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그 근거가 된다. 반면 지구촌(global) 경제시대를 맞아 노동집약적 수출지향 소비재를 생산하는 저기술 클러스터(Cho,1992;1997)에서 초국적자본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토착자본가의 축적의지에 지방정부가, 그리고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은 너무나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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