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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지역별로 본 1997년 경제위기의 전개구조

1. 서론

경제위기를 거의 극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른바 그 회복 속에 이 땅 노동자들의 생활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한국경제의 구조 속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번 경제위기가 과거 한국경제가 겪은 경제위기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는, 즉 산업구조 및 고용구조와 전반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지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도별 상황을 통해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지역별로 본 경제위기의 전반적인 전개 양상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경제를 엄습한 경제위기는 전 지역을 별 다른 차별성 없이 휩쓰는 전반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우선 기업의 부도상황을 보자. 대체로 부도금액과 부도기업 수를 함께 볼 때 서울,인천,울산,전북,경기 등의 지역이 시계열 상으로 볼 때 외환부문에서 시작된 자금경색이 가장 빨리 확산된, 부산,대구,광주,충북,경북,경남 그리고 서울 등이 혹독한 부도 와중에 휩싸인 지역이었다. 부도율의 변동차는 충북과 충남이 2.76%로 부도율(금액기준)의 가장 컸다. 이들 지역은 부도율 회복이 가장 오래 걸린 지역이었고, 근래 약 5년 동안 가장 산업생산이 크게 성장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편 7대 대도시지역들과 경기도, 경남이 땅값 하락의 정도가 가장 높았고, 동시에 취업자의 감소율 수준이 가장 높았다. 경제위기의 정도가 자본주의화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기업의 부도, 산업생산, 실업율 간의 관계를 보자. 대체로 빠르게는 '98년 5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0월 정도에는 부도율이 '97년 11월 수준을 대부분 지역이 회복한 점을 생각할 때에, 기업의 부도 沙汰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98년 10월의 산업생산 수준을 대도시 지역들은 '99년 4월 현재 회복하지 못한 곳이 많지만, 도 지역의 경우 '99년 1-3월에 회복하였다. 이에 비해 실업의 상황은 올해 '99년 1-3월에 대부분 지역이 최고 수준이어서 산업생산의 회복과 실업률의 웬만큼 회복 간에도 상당한 시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현재 한국경제의 이른바 회복의 양상을 살펴보게 한다. 이 양상은 주요 공업단지에서도 더욱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포항과 구미의 경우 생산량 수준이 대체로 '97년 10월 수준을 98년에는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10%(구미) 혹은 14-20%(포항) 줄어들었다. 반월 시화와 창원의 경우에도 생산수준이 전년도 수준에 미달하는 이상으로 고용이 줄어들었다. 한국자본주의 노동자를 직장에서 쫓아내는 과정에서 경제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2. 고용구조의 변화

금번 경제위기의 성격은 고용상태 및 산업구조에서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우선 취업자 인구 가운데 일용적 고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1997년 1/4분기와 '98년 1/4분기, 그리고 '99년 1/4분기를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외환위기 발발과 함께 제조업 분야 기업들의 도산 못지 않게,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건설업의 도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사실 때문에 1997년 3/4분기와 1998년 1/4분기에 걸친 일용직 근로자의 격감을 제외해야 한다. 그러면 그 후 기간에 일용직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난다. 충청남도의 경우 4.3%p, 대구는 4.0%p, 인천은 3.7%p, 서울은 3.2%p, 광주는 3.0%p 늘어났다. 일용직 취업자의 이러한 비중 증가는 고용구조가 극히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결론이 아직 확정된 구조라 보기는 이른 점도 있다. 현재의 일용직 취업자 가운데에는 실업대책 중 일부로 참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직업별 취업자 구성을 보면 우선 1997년 1/4분기로부터 '98년 1/4분기 중에는 기능 기계 단순노무직의 취업자가 거의 모든 지역에 걸쳐 크게 감소했다. 대구 18%, 대전 15.7%, 서울, 부산,인천도 10%의 감소율을 보였다. 도 지역에서 경남은 38.4%, 강원은 31.2%, 경기는 16.1%의 감소율을 기록하였다. 경남과 경기도는 우리 나라의 산업지대가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기간에 작업장에서 생s산직 노동자들이 대거 쫓겨난 것이다.
그 다음 서비스 판매직 취업자는 도 지역에서는 이 기간 중에 감소, 대도시 지역에서는 증가하였다. 경남 21.1%, 전남, 경북에서 12%의 감소율을 보였다. 대전은 5.5%, 서울과 부산은 1.6% 소폭 늘어났다. 사무직 취업자는 대도시 중 서울과 광주, 도 지역 중 경남과 전남에서 감소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조금씩 증가하였다. 생산현장에서 해고되면서 판

매직 혹은 사무직으로 일시 전환된 경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1998년 1/4분기 이후 기간에는 양상이 달라진다. 생산직의 해고가 잦아든 반면 사무직 취업자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산업생산지수가 '98년 3/4분기에 대부분 지역에서 바닥을 치고 99년 1/4분기에 IMF 관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경우도 나타난 사정을 반영하듯 경북 6.5%, 인천 5.5%, 경기 2.2%의 증가율 등 이 부분의 취업자가 오히려 증가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감소세가 현저히 하락하였다.
이에 비해 서비스 판매직의 경우 전자의 기간에 고용이 오히려 늘어났던 대도시지역에서는 이 기간에 취업자 수를 줄여갔고, 반면 이 부분 고용을 줄였던 도 지역은 늘려갔다. 대전 7.2%, 서울과 부산 4-5%, 광주 2% 감소율을 나타내었다. 그 외 모든 도 지역에서는 서비스 판매직 취업자가 20% 범위 내에서 늘어났다. 사무직 취업자의 경우 후자의 기간에 상당히 줄었다. 결국 '98년 1/4분기에서 '99년 1/4분기에 걸쳐 모든 지역에서 사무직 취업자의 대숙청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능 기계 단순노무직 취업자의 경우 생산현장의 상황과 직접 관계되어 바로 고용이 줄어들었고, 사무직의 경우 기업의 의식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퇴출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농림어업직 취업자의 변동이 있다. IMF 관리 이후 어느 기간 동안, 주생하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의 하나로 歸農 현상이 언론에서 집중 보도된 바 있다. 실제 '98년 1/4분기까지는 모든 지역에서 전자의 기간 중 농림어업직 취업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그 후 '99년 1/4분기까지 경북 -22.4%, 전남 -19.2%, 경남 -20.3% 등 대부분 지역에서 농림어업직 취업자가 크게 감소하였다.

3. 산업구조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를 두 가지 점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역시 취업자 구성에 나타난 산업별 변화이다. 대도시지역과 도 지역 모두에서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다. 다만 1997년 1/4분기-1998년 1/4분기에 걸쳐 이 양 부문의 취업자가 크게 감소한 다음, 1999년 1/4분기에 이르는 기간에는 그 감소세가 많이 완화되기는 했으되 아직 증가세로의 전환은 보이지 않는다.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와 개인 및 공공서비스 취업자의 경우에도 경제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98년 1/4분기까지 기간에 양 부문 취업자가 거의 같은 숫자로 감소하였다. 이것은 부도율에 관한 업종별 통계와 역시 일치하는 것이다. 건설업을 훨씬 능가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는 제조업의 부도상황을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 다음 '99년 1/4분기에 이르기까지는 도 지역에서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의 취업자가 늘어났고, 개인공공서비스업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늘어났다. 대량으로 발생한 실직자들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 두 분야로 밀려들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산업구조의 변동에 관해서 부도기업체의 업종별 분포를 신설 기업체의 업종별 분포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그런데 현재 한국의 통계 생산 수준 상 그나마 분석 의도에 가까운 한국은행 대구지점 최근 자료를 토대로 대구지역 경제에 대한 표본적 관찰을 해 보자. '97년 12월에서 '98년 11월 기간 중 업종별 부도를 1998년 중 법인 신설 현황과 비교해 보면 대체로 같은 업종에서 부도도 많았고, 신설도 많았다. 비중을 볼 때 섬유제품제조업의 경우 비중이 16.8% 오히려 늘어났고,기계 장비업은 같은 12% 대를 유지하였다. 반면 조립금속, 자동차부품, 제1차 금속과 비금속광물분야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 외에 늘어난 업종으로는 화합물 화학제품, 의료 정밀, 음식료품, 기타제조업 등의 분야가 있다. 요컨대 대구지역의 경우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섬유제품제조업에서만 업체 수로 76개의 증가가 있었고, 대부분의 업종은 숫자가 줄었다.
또한 서비스업에서도 역시 부도가 많았던 업종에서 신설도 많았다. 그 비중을 비교해 보면 도소매 및 자동차판매수리업은 그 숫자도, 비중도 감소했다. 공공 사회 개인서비스업는 숫자는 줄었지만 비중은 1.3% 늘어났다. 이에 비해 사업관련 서비스업과 금융 보험업, 운수 창고 통신업이 증가하여, 대체로 사회변화의 전망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4. 결론

본 논문에서 다음의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금번의 경제위기가 자본주의에 고유한 경제공황의 한국적 발현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의 영향이 지역적으로 대도시, 도 지역 모두에 걸쳐 파급된 가운데, 도시화의 수준, 공업화의 정도와 경제위기의 정도가 함께 했다는 점, 산업부문별로는 제조업을 비롯하여 건설,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 및 공공서비스 분야, 그리고 농업부문까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시계열상으로 볼 때 위기의 파급은 생산직,건설 일용직 근로자에게 가장 먼저 닥쳤고, 그 다음 도 지역의 서비스 판매직, 그리고 사무직과 농림어업직 취업자에게 왔다.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 뚜렷하게 새로운 업종의 전환은 나타나지 않는다. 법인 신설도 역시 전통적인 강세산업에서 두드러져 있다. 그런 가운데 대구지역의 경우 제조업에서 화합물 화학제품, 의료 정밀 등의 분야, 서비스업에서 사업관련 서비스업과 금융 보험업, 운수 창고 통신업의 신설이 높다는 점은 사회변화의 전망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부도율과 생산의 회복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고용수준의 회복양상, 도소매 음식숙박업과 사회개인서비스업 등 일반적으로 '생계형 서비스업'이라 평가되는 부문의 취업자 증가, 일용직 취업자의 증가, 그러면서도 경제활동인구는 크게 감소해 있는 상황에서 희망을 얘기하기는 이르다. 이런 가운데 발전의 극치를 오랫동안 누렸던 서구 노동자들에 비해 한국의 노동자(실직자)들은 아직도 발전의 가능성을 믿고, 그런 점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힘들게 감내하고 있다. 우선 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제회복의 과정에서, 그리고 회복의 시점에서 그들이 가장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 논문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