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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입시

주요大 수시논술 수험생들 쩔쩔맸다

한국일보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실시중인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고사를 둘러싸고 ‘사실상 본고사’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시1학기 논술시험은 이달 말로 예정된 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치러져 이번 논란은 향후 교육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는 지난 달 28일 치러진 수리논술시험에서 ‘영희가 집의 해발고도를 알고 있을 때 영희의 집에서 남산타워의 정상을 잇는 직선과 수평선이 이루는 각도를 이용해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8일 논술고사를 치른 고려대도 언어논술에서 조선시대에 관료의 감찰, 탄핵을 맡았던 대간(臺諫)의 조언을 정치에 반영하지 않은 왕에 대한 비판을 담은 상소문, 영국사회에서 여론수렴과 토론의 장 역할을 했던 ‘커피하우스’에 대한 영어로 된 설명문 등 국어와 영어로 된 각각 2개씩의 지문을 주고 이를 110~140자 내외로 요약하는 문제와 4개의 지문에 공통된 주제를 논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지난 달 30일 시험을 치른 서강대도 논술시험에서 인터넷상에서 맺어지는 유대관계의 특성에 대한 지문을 제시하고 이중 영어 지문 일부를 직역하는 문제를 출제했다.

수험생들은 “사실상의 본고사로 느껴졌다”는 반응이다. 이대에 지원한 A고 서모(18)양은 “말이 논술고사지 예전 본고사와 다름 없는 것 아니냐”며 “교과서나 수업시간을 통해 배우지 않은 단어나 내용이 많이 출제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대 법학과에 지원한 지방 K고 출신 김모(18)군도 “영어나 수학 과목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시간이 부족했다”며 “정규 수업보다는 학교에서 외부 학원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받은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져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는 비난도 나왔다.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의 김정명신 회장은 “굳이 고교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출제해 학생들의 지식을 측정하는 것은 다양한 소질을 가진 학생을 뽑겠다는 수시모집의 당초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지난 해부터 불거진 본고사 논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입시학원 관계자들은 유보적인 반응이다. 종로학원 김용근 실장은 “본고사 여부는 출제범위와 형태를 두고 선을 그어야 할 문제”라며 “최근 대학의 논술고사는 단순히 지식을 물었던 과거의 본고사와는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실장도 “논술과 본고사에 대한 경계가 애매한 만큼 교육부의 가이드라인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