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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설지공/경제경영

자유 경쟁은 항상 바람직한가?

요즘 휴대전화를 돈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 비싼 휴대전화를 공짜로 나누어주고 있다. 의무가입기간 동안 고객을 붙잡아두면 휴대전화를 공짜로 나누어주는 서비스회사의 손실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공짜 배포는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일시적으로 하는 정책도 아니고 몇 달째 연속되고 있는 정책이다. 그야말로 범인들이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오기로 버텨보자."하는 것같아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런 경쟁으로 인해 우리 소비자는 좋기만 할 뿐인가?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없나?
많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가 너무 많아 과당경쟁을 벌이고 잇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정부 관리들도 현행 5개의 회사를 3개 정도로 합쳐야 한다고 빅딜 관련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해당 회사측은 과당 경쟁이 절대 아니며 시장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지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일리있는 말이다. 규모의 경제를 감안하거나 5개의 회사가 이 좁은 나라 곳곳에 기지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도한 투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기업의 말대로 경쟁의 결과 능력없는 기업이 스스로 도태될텐데 정부가 왜 경제 원론을 무시하고 시장에 간섭하려 하느냐는 주장도 그럴 듯해보인다.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하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경제학에 따르면 기업은 자유 경쟁을 하고 이 경쟁에서 남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기업은 가격을 비싸게 붙일 수밖에 없어 수요가 감소하고 궁극적으로 도태된다. 장기적으로는 효율성있는 기업만 시장에 생존하게 되는 이상적인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과도한 경쟁에서부터 효율적인 기업만 남게 되는 소위 '장기 균형'에 도달하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무시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거나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능력없는 기업은 처음부터 시장에 진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또는 나는 잘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많은 기업이 시장에 '실수로' 진입한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한계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흘러 막상 능력없다고 소비자의 심판을 받은 기업이 도태되더라도 그때까지 그 기업이 낭비한 '희소한 자원'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더욱이 도태된 기업은 자신이 낭비한 자원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과도한 경쟁이 초래되는 경향이 있다.
쌓이고 있는 중고 삐삐, 중고 휴대전화기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멀쩡한 것들을 그냥 버릴 때 얼마나 귀중한 자원이 낭비되는가? 더욱이 휴대전화기의 국산화율은 20-30%에 불과하고 5.25%의 기술료를 미국회사에게 지불한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처음과 끝만 비교하는 단순한 경제학에 의존하여 자유 경쟁이니 기업 자율이니 하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지나치게 사치일 수 있다. 적어도 나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공짜 배포의 유혹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는 소비자가 널려 있는 시장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