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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소개/칼럼

노무현과 포털에 멍든 인터넷, 사라진 벤처의 꿈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치권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표를 구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이 인터넷 선거로 결판이 났다는 분석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각 대선 후보 진영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인터넷은 수많은 경제활동이 벌어지는 경제 공간이며,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 갖고 있는 벤처산업의 마당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모두들 인터넷을 정치 투쟁을 위한 여론몰이의 장으로만 이용하려 할 뿐 인터넷을 무대로 한 벤처산업을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당연히 이에 관해 변변한 공약도 나올 리 없다.

지금 청년 벤처시장은 완전히 죽었다. 노무현 정권 이후 정치권의 인터넷 악용 때문에 오히려 인터넷상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대규모 여론몰이가 가능한 이른바 대형 포털의 독과점 현상만 심화됐다. 정치권은 포털을 이용하여 자기 세력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만 골몰했지 인터넷이라는 경제 영역에 어떠한 공정 거래의 원칙이 필요하고, 젊은 인터넷 벤처인들이 왜 이 공간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05년 5월 네오위즈에서 분사해 포털이 독점하고 있는 검색시장에 뛰어든 ‘첫눈’은 2년간의 젊은 벤처인들이 새로운 ‘구글’을 꿈꾸고 밤잠을 줄이며 노력한 결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거대 포털 네이버에 합병되었고, 결국 올해 6월 서비스가 중단되게 되었다. 그나마 인수·합병이라도 되는 업체는 행복한 편이다. 젊은 벤처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막대한 인력을 지닌 포털에 무단으로 빼앗기고, 본격적인 사업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인터넷 환경 탓에 노무현 정권 들어 젊은 벤처 스타의 탄생은 전무했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 NHN의 이해진 사장, 네오위즈의 나성균 사장,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인터넷 벤처 스타들은 이미 인터넷 세대 저편의 인물이 된 지 오래다. 이들의 뒤를 잇는 차세대 벤처 스타의 맥이 완전히 끊겼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에서 인터넷 벤처사업을 하겠다는 청년은 선망의 대상도 아니고 격려의 대상도 아닌 어디가 좀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벤처정신은 흔히 모험이고 도전이라 한다. 모험과 도전은 청년정신의 발현이다. 한 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흔히 벤처에서 찾는 것은 이 때문이며, 벤처 창업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세계 각국이 젊은 벤처 창업인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더구나 세계 최강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한다는 대한민국이라면 인터넷 벤처 육성이야말로 가중되는 청년실업난을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제 규모는 79조원에 이른다. 구조개혁만 해주어도 인터넷 초기 시절처럼 다양한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이 다가오는 이 시점까지 정치권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번개팅을 하고, 선거용 UCC만 만들어 올리면 젊은 표심을 잡을 거라 착각들을 한다. 그 어떤 대선 후보도 포털의 독과점 구조로 꿈을 잃어가는 젊은 인터넷 벤처인들을 고려하는 인터넷 경제정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이롭게 하는 것이라 한다. 금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감히 요구하고 싶다. 인터넷이 청년들의 창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적 공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누구나 공정하게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포털의 독과점을 막는 공정 거래를 위한 정책을 제시해달라. 그러한 실질적 정책으로 청년들의 벤처정신과 꿈을 되찾아줄 수 있는 대선 후보야말로 넷심은 물론 젊은 표심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기고